[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혼란이 극에 달한 가운데 수출입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국 파운드화의 장단기 향방을 예측하는 일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이 때문에 환헤지를 포기하는 업체들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헤지 전략이 빗나갈 경우 오히려 눈덩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
파운드화 [출처=블룸버그] |
문제는 환헤지를 하지 않은 기업들이 파운드화의 급등락에 따른 리스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사실이다.
사방으로 갈라진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따라 파운드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경우 수출입 업체들이 환손실만으로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어 식은땀을 흘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각) 기업 및 기관 투자자들과 주요 거래하는 외환 브로커 아젠텍스에 따르면 올들어 선물을 통한 영국 파운드화 헤지가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스팟 거래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파운드화의 향방을 종잡을 수 없어 환헤지에서 발을 뺀 기업들이 단기 거래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국과 유럽 주요국 다국적 기업과 중소형 수출입 업자들 사이에 환 리스크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와인을 수입, 영국 시장에서 판매하는 주류 무역 업자 롭 말린은 파운드화가 밀릴 때마다 공포에 시달린다.
거래 대금 지급은 유로화로 이뤄지는 반면 수입은 파운드화로 벌어들이는 비즈니스 구조 때문에 파운드화가 유로화에 대해 하락하는 만큼 타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노 딜 브렉시트가 현실화되고 파운드화가 이에 따른 충격으로 20% 가량 급락하면 파산을 모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섣불리 환헤지를 설정했다가 파운드화 환율이 반대 방향으로 뛸 경우 작지 않은 손실을 떠안을 수 있어 이 역시 간단치 않다는 것이 무역업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가뜩이나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환 리스크로 인해 이중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와 롤스 로이스, 마제스틱 와인 등 대기업들은 환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해법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응책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일부 기업들은 환헤지를 원하지만 신용라인을 확보하지 못해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편 노무라는 무질서한 노 딜 브렉시트가 전개될 경우 0.86파운드 내외에서 거래되는 유로/파운드 환율이 패러티까지 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파운드화 가치가 유로화에 대해 16% 가량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