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석 첫 연출작서 타이틀롤 영주 열연
'완벽한 타인' '스카이캐슬' 흥행…"감사하고 행복"
차기작은 영화 '시동'…마동석·박정민과 호흡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오래된 정원’(2007)을 기억했다. 자유로운 여자, 그러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가는 자존감 강한 여자 윤희. 감독 김윤석은 그 윤희를 자신의 작품에 불러들이고 싶었다. 윤희가 평범한 남자와 결혼해 가정을 꾸린다면 어떨까, 그러다 남편의 불륜과 맞닥뜨리면 어떨까 궁금했다.
배우 염정아(47)가 김윤석의 연출 데뷔작 ‘미성년’을 만나게 된 과정이다. 11일 개봉하는 ‘미성년’은 평온한 일상을 뒤흔든 폭풍 같은 사건을 마주한 두 가족의 이야기다. 극중 염정아는 남편 대원(김윤석)의 비밀을 알고도 담담한 영주를 열연했다.
“처음에는 감독님 이미지와 매치가 안되더라고요. 영화가 굉장히 다정다감하고 섬세하잖아요. ‘범죄의 재구성’(2004)을 함께 했지만, 대사 한 번 맞춰본 적 없었죠. 그래서 감독님에 대해 잘 몰랐어요. 그러고 만나 뵀는데 실제로 그런 분이더라고요. 연출요? 워낙 연기를 잘하는 분이라 굉장히 잘하실 거라 생각했죠.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러운 마음이 제일 컸어요. 첫 연출작 책을 제게 주신 거니까요.”
염정아가 연기한 영주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자면 이렇다. 딸의 학교 동급생 윤아(박세진)로부터 느닷없이 대원의 불륜 사실을 듣게 된다. 충격이 크지만, 자신보다 먼저 그 사실을 알게 된 딸을 위해 내색하지 않고 담담한 척 참아낸다.
“개인적으로 영주를 표현하면서 좋았던 건 공감할 수 있는 현실적 캐릭터라는 거였죠. 물론 영화 자체도 있어서는 안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고요. 그런 걸 표현하는 게 재밌었죠. 연기하면서는 제가 그 인물, 영주가 되려고 애를 썼어요. 그래야 관객도 공감시킬 수 있으니까요. 매 순간 영주에 빙의되려고 했죠.”
힘들었던 점으로는 감정 컨트롤을 꼽았다. 매 순간 감정을 눌러야 한 탓이다. 캐릭터 설정이 그렇기도 했고, 메가폰을 잡은 김윤석 감독이 원하는 방향이기도 했다.
“감독님은 감정이 많이 나가지 않고 담담하게 풀어내길 원하셨어요. 근데 쉽지 않더라고요. 당연히 부담도 됐어요. 첫 작품을 믿고 주셨는데 못하면 어떡해요(웃음). 그래서 장면을 찍을 때마다 고민을 많이 했죠. 근데 감독님 덕분에 또 편하게 했어요. 디렉팅을 배우 입장에서 해주셨거든요. 아주 구체적이고 제가 생각지 못했던 것까지 짚어내세요. 소름 끼쳤던 순간도 많았죠.”
이 영화가 본질적으로 던지는 질문 ‘진짜 어른’에 관해서도 물었다. ‘미성년’은 어른 아이, 그리고 아이 어른을 통해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모두가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이 영화에서는 그래도 영주가 가장 제대로 된 어른이죠. 완전히 성숙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래도 노력하니까요. 저 역시 어떤 사건을 맞았을 때 제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컨트롤할 수 있었으면 싶죠.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좋은 어른, 사람의 정의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영주처럼 노력하고 싶죠. 무엇보다 고집스럽게 나이 들고 싶진 않아요.”
요즘 염정아는 그야말로 배우 인생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영화 ‘완벽한 타인’(2018)의 흥행에 이어 드라마 ‘스카이캐슬’(2019)이 전국적인 신드롬을 일으킨 덕분이다.
“운이 좋았어요. 시나리오가 다양해지고 있는 과도기에서 좋은 작품을 만난 거죠. 요즘 시나리오를 많이 받는데 그사이 더 다양해졌더라고요. 배우로서 너무 반갑죠. 그 외에 닮아진 점은 모르겠어요. 드라마 한창 할 때 아들이 사인받아달라고 하거나 젊은 팬들이 생긴 정도죠. 근데 아직 좀 남의 일 같고 어색해요(웃음). 부담은 안가지려고 해요. 그저 좋은 작품을 더 만나고 싶은 욕심은 생기지만요.”
차기작은 영화 ‘시동’이다. 어설픈 두 소년이 세상 밖으로 나와 진짜 어른이 돼가는 과정을 담는다. 염정아 외에도 마동석, 박정민, 정해인 등이 출연한다.
“7일에 첫 촬영이 시작됐죠. 분량이 많진 않은데 다행히 제 촬영분이 5월에 몰려있어요. 그래서 지금은 모든 시간을 ‘미성년’ 홍보에 할애할 수 있죠(웃음). 요즘은 그저 매 순간이 감사하고 행복해요. 나이가 들기도 했고 제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기도 했고요. 바람이 있다면 그냥 이렇게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죠. 그래서 마지막에 연기하는 순간까지 제 마음이 활짝 웃었으면 좋겠어요.”
jjy333jjy@newspim.com [사진=㈜쇼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