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사회 사건·사고

속보

더보기

[판문점선언 1년] ⑨포천 냉정리, 망향의 그리움이 혼백으로

기사입력 : 2019년04월27일 07:00

최종수정 : 2019년04월27일 08:42

분단 60년...망향동산에 혼백 된 1세대 피난민들
고향에 대한 그리움, 1년에 한번 ‘망향재’로 달래
“남북통일? 죽기 전 고향이나 한번 둘러봤으면”

[편집자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었던 지난해 1차 남북정상회담을 기억하시나요.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 정상이 첫 발걸음을 뗐던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남북 정상은 회담의 결과물인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그간의 전쟁위험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고 ‘한반도 평화의 봄’을 위한 여정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뉴스핌>은 4.27 판문점선언 채택 1년을 맞아 의미와 성과를 짚어보고 아직 남아있는 과제를 진단하는 기획시리즈를 마련했습니다.

[포천=뉴스핌] 이학준 기자 = ‘망향(望鄕)동산’. 한국전쟁 당시 고향을 두고 떠나온 1세대 피난민들이 혼백이 돼 잠들어 있는 곳이다.

지난 25일 서울에서 차로 2시간 정도만에 도착한 경기 포천시 관인면 냉정리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띈 곳이 바로 망향동산이었다. 60여년 전 고생 끝에 냉정리에 정착한 실향민들, 하지만 끝내 고향 땅을 밟아보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한 그들의 그리움이 여전히 살아 숨쉬는 듯했다. 

[포천=뉴스핌] 이형석 기자 =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에 위치한 먕향동산. 이곳에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실향민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다. 2019.04.25 leehs@newspim.com

이날 관인면민회관에서는 이북 5도 실향민들의 39번째 정기총회가 열렸다. 정기총회는 관인면에 거주하는 피난민들이 1년에 한 번 모여 회의를 하고 밥과 술을 나누는 일종의 잔치다. 과거 300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도민회였지만 이날은 100석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세월이 흐른 만큼 실향민 대다수가 이미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김영자 포천시 이북 5도민회장은 “여기 회의장이 꽉 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역시 자리가 많이 비었다”며 “참 서운하고 서글프다”는 말로 인사말을 전했다. 그는 “북에 두고 온 부모 형제 자식들, 이제 만나볼까 생각했더니 점점 길어진다”며 “그런 날이 곧 오지 않겠느냐”고 실향민들을 달랬다.

[포천=뉴스핌] 이형석 기자 = 26일 오전 경기도 포천시 관인면민회관에서 관인지구이북도민회 제39회 정기총회가 열리고 있다. 2019.04.25 leehs@newspim.com

관인면 냉정리 실향민 마을은 1953년 처음 만들어졌다. 1950년 한국전쟁 이후 황해도를 비롯한 이북 5도의 실향민들은 미국 군함을 타고 여수로 피난을 가 2년 동안 정착해 살았다. 그러던 중 정부는 이북 고향 땅에서 가까운 곳에 살기를 원하는 사람은 보내주겠다고 했다.

실향민들은 두말없이 이동하겠다며 기차에 몸을 실었다. 1953년 3월 경 기차는 이들을 연천, 지금의 포천시에 내려줬다. 냉정리 실향민 마을은 그렇게 탄생했다.

정착은 녹록치 않았다. 텐트 하나에 몇 가구가 함께 거주하며 관리가 전혀 되지 않은 ‘묵어 자빠진’ 땅을 경작해야 했다. 호미, 곡괭이 등 장비는 물론, 물과 식량도 부족했다. 배급이 끊기면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김삼영(82)씨는 “여기 왔는데 연장도 없고 물도 없고 씨앗 종자도 없고 아무것도 없었다”며 “무얼 먹고 살아야 하는지 난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풀이 안 난 저수지 밑을 호미로 파기 시작했는데, 3부자가 땅을 파기 시작했는데...”는 말을 끝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고인 눈물을 닦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를 옆에서 지켜보던 한 실향민 할머니는 “다들 고생 뒈지게 했다”고 덧붙였다.

[포천=뉴스핌] 이형석 기자 =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냉정1리회관에서 실향민 김상영 어르신이 지난 1년간의 남북관계에 대해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19.04.25 leehs@newspim.com

고생 끝에 이들은 냉정리에 정착했고 그로부터 60여년이 지났다. 그동안 1세대 피난민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났다. 남은 1세대 피난민은 고독했고,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밤낮 없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민명식(85)씨는 “우리 동갑내기가 여기 관인면에만 28명 있었는데 다 죽고 3명밖에 남지 않았어. 다 죽고 3명만 남은 거야”라며 경로당 천장을 바라봤다. 민씨는 “고향 생각이 나서 밤에 잠이 안 올 때가 많다”며 “그런 생각이 들 때는 술 한잔 먹으니까 맨날 술만 먹는다”고 했다.

남은 이들은 돌아가신 1세대 피난민들을 위해 망향동산이라는 공동묘지를 만들었다. 망향이란 말 그대로 고향을 그리워하며 생각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죽어서도 고향을 그리워했고, 매년 한 번 망향재라는 제사를 지내며 그리움을 달래고 있다.

[포천=뉴스핌] 이형석 기자 = 4·27 남북정상회담 판문점 선언 1주년을 이틀 앞둔 25일 오후 경기도 포천시 냉정1리회관에서 실향민 주명식(왼쪽), 민명식 어르신이 지난 1년간의 남북관계에 대해 소회를 밝힌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9.04.25 leehs@newspim.com

그러나 이들은 통일이라는 거대한 염원보다는 그저 고향 땅이나 한번 밟아 보는 것이면 족하다고 했다. 부모와 떨어져 피난을 왔다는 주명식(80)씨도 “통일은 안 돼도 서로 왕래할 수 있는 계기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이제는 죽을 날을 모르니까 고향이나 한번 돌아보고 조상이나 찾아보는 것이지 다른 바람은 없다”고 말했다.

이 말을 옆에서 듣고 있던 민씨는 “돈만 있으면 온 세계를 다 다니는데, 왜 이북은 못 가냔 말이냐”며 “죽을 때가 되니까 고향 생각이 더 난다”고 거들었다.

hakjun@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폭스콘 "AI 데이터센터, 단계 건설" [서울=뉴스핌] 고인원 기자= 세계 최대 전자 위탁생산업체인 대만 폭스콘이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와 함께 추진 중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최대 100메가와트(MW) 규모로 단계적으로 건설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류양웨이 폭스콘 회장은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5 컴퓨텍스 타이베이' 기조연설에서 "이번 AI 데이터센터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구축할 것"이라며 "1차로 20메가와트 규모로 시작한 뒤, 40메가와트를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며, 궁극적으로는 100메가와트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전날 엔비디아가 대만을 대표하는 제조 기업 TSMC·폭스콘 및 대만 정부와 함께 초대형 AI 생태계를 대만에 구축한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 설명이다. 2024년 10월 8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폭스콘 연례 기술 전시회에 전시된 폭스콘 전기이륜차 파워트레인 시스템 [서울=뉴스핌]박공식 기자 = 2025.05.14 kongsikpark@newspim.com 류 회장은 "전력은 대만에서 매우 중요한 자원"이라며 "공급 부족이라는 표현은 쓰고 싶지 않지만, 이를 감안해 여러 도시를 대상으로 부지를 분산하는 방식으로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시설은 대만 남서부 가오슝시에 우선 들어서며, 나머지는 전력 여건에 따라 다른 도시로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류 회장의 키노트 무대 위로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깜짝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황 CEO는 "이번 AI 센터는 폭스콘, 엔비디아, 그리고 대만 전체 생태계를 위한 시설"이라며 "우리는 대만을 위한 AI 팩토리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대만의 350개 파트너사가 참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확보를 통해 AI 학습 및 추론 속도를 크게 높이고, 대만 내 AI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koinwon@newspim.com 2025-05-20 23:40
사진
[단독] 삼성전자 '엑시노스 부활' 이 기사는 5월 21일 오전 10시04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와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플래그십 모델에 자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엑시노스'를 탑재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오는 7월 공개 예정인 폴더블 신제품에는 '엑시노스 2500·2400', 내년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2나노 공정의 '엑시노스 2600'이 적용될 예정이다. 시장과 제품 포지셔닝에 따라 퀄컴 칩셋과 병행 탑재하는 이원화 전략이 병행된다. 삼성전자 엑시노스 [사진=삼성전자] 21일 뉴스핌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오는 7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공개할 폴더블 스마트폰에 엑시노스 칩셋을 일부 탑재한다. 삼성은 또 내년에 출시하는 갤럭시 S26 시리즈에는 엑시노스 2600을 부분 탑재할 계획이다. 해당 칩셋은 2나노 공정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제품이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Z 플립7에 엑시노스 2500, 보급형인 Z 플립7 FE에 2400이 각각 탑재될 예정"이라며 "상위 기종인 Z 폴드7에는 S25와 동일하게 퀄컴의 스냅드래곤8 엘리트가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6 시리즈의 경우 북미·한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는 퀄컴의 새로운 칩(스냅드래곤8 엘리트2)을, 유럽 및 기타 글로벌 시장에는 자체 칩셋인 엑시노스 2600을 교차 탑재하는 것이 현재 계획"이라며 "단, 고성능이 요구되는 울트라 모델은 전량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방향으로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분기보고서를 통해 "상반기에는 3나노, 하반기에는 2나노 모바일향 제품을 양산해 신규 출하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갤럭시 S25 울트라. [사진=삼성전자] Z 폴드7과 S26 시리즈의 칩셋 탑재 방식 차이는 제품 포지셔닝에 따른 것이다. 폴드 시리즈는 플립 보다 상위 라인업으로 분류돼 퀄컴 칩셋을 적용하고, 유럽 등에서는 엑시노스를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울트라 모델의 경우 상위 기종인 만큼 지역에 관계없이 퀄컴 칩셋을 탑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이 엑시노스를 자사 제품에 탑재하는 것은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 정상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1분기 두 사업부는 각각 1조원대 적자를 낸 바 있다. 시스템LSI는 주요 고객사에 플래그십 SoC(System on Chip)를 공급하지 못했고, 파운드리는 계절적 수요 약세와 고객사 재고 조정으로 인한 가동률 정체로 실적이 부진했다. 하지만 자체 칩셋 적용은 내부 수요를 통한 생산 가동률 확보, 공정 검증 및 설계-제조 일원화 구조를 유지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민감도가 낮은 시장을 중심으로 엑시노스 경쟁력을 확보하며 중장기적으로 점유율을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는 것으로 관측된다"며 "엑시노스의 성공은 사업부 실적은 물론 향후 시장 주도권 확보와도 연결되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선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측은 엑시노스 탑재와 관련해 "고객사와 관련된 내용은 확인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aykim@newspim.com 2025-05-21 14:00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