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극에 가까운 노르웨이의 북부 섬도시 잉외위아 해안에서 발견된 흰돌고래(벨루가 고래)가 러시아 해군의 첩보 훈련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영국 BBC방송이 29일(현지시간) 노르웨이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노르웨이 북부 해안에서 생포된 흰돌고래 [사진=BBC 방송 화면 캡처] |
흰돌고래는 최근 며칠간 여러 차례 잉외위아 해안에서 노르웨이 어부들에게 포착됐다. 선박 어부들 앞에서 먹이를 달라는 듯 입을 벌렸다고 한다. 외르겐 리 위그 노르웨이 어업부서장은 지난주 어부들로부터 이 길들여진 흰돌고래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흰돌고래에는 '세인트페테르부르크의 장비'라고 쓰여진 목줄이 단단히 묶여 있었고, 줄에는 액션카메라 '고프로'(GoPro) 거치대가 달려 있었다고 알렸다. 거치대에 카메라는 없었다.
리 위그 부서장은 한 어부와 함께 지난 26일 해안을 찾아가 물 속에서 흰돌고래의 목줄을 풀어줬다.
이에 트롬소 대학의 해양생물학자 에우둔 리카르드센 교수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쓰여진 목줄이나 고프로가 러시아 과학자들이 쓰는 장비와는 다르다며 "러시아 동료 교수가 알려 줬는데 그들은 (흰돌고래) 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해군이 몇년간 벨루가 고래를 잡아 훈련해 왔다면서 아마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고 알려줬다"고 말했다.
실제로 잉외위아 해안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이웃 러시아 해군 기지가 있다. 해안에서 동쪽으로 415km 거리에 있는 러시아 도시 무르만스크는 러시아 북방함대의 주둔지다.
러시아 해군 측은 이에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해양 포유동물들의 군사적 활용에 관한 글을 쓴 바 있는 러시아의 빅토르 바라네츠 예비역 대령은 한 러시아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가 이 동물을 첩보활동에 썼다면 왜 휴대폰 번호를 적어 놓고 '제발 연락주세요' 라고 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다시 말해, 왜 허술하게 목줄을 풀지 않았겠느냐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전투용 군 돌고래가 있다. 우리는 이를 숨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흰돌고래가 해군 소속이고, 탈출했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러시아의 군 돌고래는 해저 분석부터 외국 다이버들 암살, 외국 선적에 지뢰를 부착하는 일 등 다양한 작전을 수행한다.
군 돌고래 훈련소는 크림반도에 있다. 본래 우크라이나 소유의 훈련소였으나 2014년 합병으로 러시아 해군 소유가 됐다.
리카드센 교수는 "벨루가 고래가 돌고래, 범고래처럼 꽤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며 "개처럼 훈련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 캘리포니아 바다사자와 돌고래를 훈련하는 미 해군 산하 해양포유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동물은 지뢰 등 위험 물질을 해저에서 찾는 작전에 투입된다.
wonjc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