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 ↓ 위험자산 ↑...고위험 운용에도 수익률 부진
부실위험 높은 신용대출 비중도 높아
한신평, 자본·자산운용·수익성 등 'AA'급 평가절하
[서울=뉴스핌] 김지완 백진규 기자 = 한화생명의 자산 운용전략이 여타 생보사들에 비해 상당히 고위험자산에 집중돼 짜여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채, 공사채 등 비중은 업계 평균에 크게 못미치는 반면 부실위험이 높은 신용대출은 상대적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선 뱅크런이나 펀드런과 비슷한 개념인 인슈어런스런(Insurance-run, 보험대량해지) 가능성도 들먹인다.
한화생명의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운용자산 중 안전자산(현금, 예치금, 국공채, 특수채, 보험약관대출) 비중은 36.4% 수준이다. 보험업계 평균(51.1%)과는 큰 격차다. 부문별로는 국공채·특수채 28.6%(업계평균 42.5%), 금융채·회사채 9.3%(업계 6.4%), 외화유가증권 26.6%(업계 14.0%), 수익증권 9.3%(업계 7.1%)으로 집계됐다.
또 대출채권 중 신용대출이 33%를 차지했는데, 이는 업계평균(20.1%)를 크게 웃돈다. 통상 신용대출은 보험약관대출과 부동산담보대출 등과 달리 부실위험이 높은 편이다.
◆ 운용수익률 계속 떨어져...향후 전망 '어두워'
이 같은 위험한 자산운용에도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한화생명 운용자산 수익률은 '5.21%(2014년)→4.49%(2015년)→4.06(2016년)→ 3.83%(2017년)→ 3.60%(작년)→3.30%(올해 1분기)'로 5년째 하향곡선을 그린다. 올해 1분기만 놓고 보면, 중소형사인 메트라이프 5.08%, ABL 3.95%, 푸르덴셜 3.92%에 비해서도 부진하다.
이 기간 이원차역마진은 -0.08%에서 –1.61%까지 벌어졌다. 투자를 통해 벌어들인 이자수익은 3.02%인데,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는 4.63%에 달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과거 확정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무리하게 판매한 것이 원인"이라며 "그만큼 외화유가증권 등 위험자산을 통해 고수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었는데,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고 분석했다. 이어 "수십조원에 달하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한번에 바꿀 수도 없어, 당분간 자산운용 수익률을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사진=한화생명] |
전망도 어둡다. 24일 현재 달러/원 1년물 스왑(Swap)레이트는 –178bp 수준. 미국 10년물 국채에 투자해 1년 이자 2.32%를 받아도, 환헤지 비용으로 1.78%를 쓰고나면 최종 수익률은 0.54%에 그친다는 얘기다. 한화생명의 해외증권 투자자산 중 달러화 자산은 80% 수준이다.
더욱이 미국 국채는 장단기 금리역전(1년물 2.32%, 3년물 2.10%)됐고, 한국은 5년물 이하 국채금리가 기준금리를 모두 밑돈다. 시장에선 향후 채권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의미다.
이남석 KB금융 연구원은 "한화생명은 저금리와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투자 실적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채권금리 반등 없이는 역마진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 외환스왑포인트 하락으로 환헤지 비용 증가도 추가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도 "한화생명은 환헤지비용 상승에 따른 수익률 저하와 외화유가증권 만기와 환헤지 상품의 기간 불일치에 따른 환율 변동 위험 노출 가능성, 해외금리 변동에 떠른 채권가치 변동 위험 등으로 인한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했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생명을 둘러싼 하반기 환경도 만만치 않다"며 "경기 부진으로 하방 압력이 있는 시중금리, 불안정한 주식시장 환경을 고려하면 하반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한화생명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계속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우리는 금리가 조금이라도 높은 자산에 투자한 것일 뿐"이라면서 "저금리 상황에서, 0.1bp라도 높은 해외투자를 늘리는 게 맞다"고 답했다. 실제 한화생명의 외화증권 투자비중은 작년 3분기말 26%에서 올해 1분기말 29%까지 높아졌다.
◆ '인슈어런스런' 우려 제기...한신평, 자본·자산운용·수익성 등 'AA'급 평가절하
한화생명을 향한 불안이 커지자 일각에선 '인슈어런스런'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 운용자산을 시중금리로 시가평가를 하면 마이너스다. 은행의 뱅크런처럼 보험금 지급 우려에 따른 보험계약을 줄줄이 해약하는 '인슈어런'이 현실화될 수도 있다"며 "금융당국이 'IFRS17'(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유예하는 것이 한화생명을 염두에 둔 포석이란 얘기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보험업법에 보험계약이전제도가 있고 지난 2013년 오렌지라이프가 MBK파트너스로, 2015년과 2016년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각각 안방보험으로 매각되는 등의 사례를 봤을때 인슈어런스런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
한화생명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신종자본증권)를 발행한다고 지난 24일 공시했다.
한화생명은 지난 2년간 1조 5673억원(2017년 5000억원, 작년 1조673억원)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하지만 '보험부채적성성평가(LAT, Liability Adequacy Test)'에서 금리하락, 주가하락 등 운용수익률 부진에 따른 역마진 심화로 평가금액은 지난 2017년말 7조728억원에서 작년말 1조1911억원으로 급전직하했다. 자본시장에 다시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크레딧업계 시선도 우려스럽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월 한화생명의 보험지급능력을 'AAA/안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세부 중요 항목에선 대부분 'AA'급으로 평가절하했다.
구체적으로 △보험상품구조 및 보험위험(10%) △자산운용구조 및 자산건전성(12%) △수익성(13%) △자본적정성(20%) 등이 'AA'평점을 받았다. 'AAA'로 평가받은 것은 △영업안정성(25%) △금융감독환경(20%) 등 두 가지 항목 뿐이다. 전체 평가에서 'AA'가 55%, 'AAA'가 45%.
위지원 한신평 실장은 "세부항목평가(매핑그리드, Mapping Grid)에서 'AA'는 신용등급 'AA+ ~ AA-' 사이를 의미한다"며 "당연히 매핑그리드가 좋지 않으면 신용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swiss2pac@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