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소비자 '한국산' 기피..일본 통관 절차 지연도
주일한국기업 53% “한일관계 악화, 영업환경에 부정적”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판매제품에서 '한국산'이라는 표시를 뺐습니다.”
일본에서 한국제품을 판매하는 일본법인 A사는 제품을 홍보할 때도 한국산 제품임을 알리지 않는다며 이 같이 말했다. A사 관계자는 “케이팝(K-pop) 중심의 한류바람으로 한국산 제품임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얼마 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제품임을 알고 집었던 물건을 다시 내려놓는 것을 보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뭔지를 알게 됐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주일한국기업들이 많아졌다. A사 사례처럼 '한국산'임을 알고 기피하는 일본 소비자들이 생겨났음은 물론 일부 기업들은 통관에 소요되는 기간이 이전보다 길어졌다고 호소한다.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사진=뉴스핌 DB] |
26일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주일한국기업의 53.1%가 최근 한일관계 악화로 영업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다. '매우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6.2%,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기업은 46.9%다.
악화된 분야로는 ‘신규 거래처 및 신사업 발굴의 곤란’이 37.3%로 가장 많았다. ‘일본 소비자의 한국산 제품 인식 악화(28.8%)’, ‘증빙서류 강화 등 일본정부의 재량권한 엄격화(15.3%)’가 뒤를 이었다. 새로운 먹거리를 끊임없이 발굴해야 하는 기업 특성상 일본내 한국기업들이 현장에서 상당히 고전하고 있다는 게 전경련 측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 응답한 기업 중 31.2%는 실제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감소의 범위는 ‘20% 이내’가 85.0%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1~40%’에 이르는 기업도 10.0%를 차지해 한일관계 냉각으로 일본내 우리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일한국기업이 가진 한일관계 전망도 부정적 응답이 많다. 절반이상(53.1%)은 향후 한일관계가 지금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20.3%)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도 26.6%로(매우 악화 4.7% + 악화 21.9%) 기업들이 현재의 냉각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양국 관계가 개선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양국 관계 개선이 예상되는 시점에 대해 ‘2년 이상’ 소요될 것이라는 응답이 46.0%로 가장 높았다. ‘1년~2년 사이’라는 응답은 42.9%로 뒤를 이었다. 반면 ‘1년 이내’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은 11.1%에 불과했다.
기업인들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양국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가장 필요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67.5%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서 ‘경제계 차원의 교류 활성화(18.8%)’, ‘한일간 근본적인 과거 청산(7.5%)’, ‘관광 활성화 등 민간교류 확대(6.2%)’ 순이었다. 한일간 경색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이 양국의 관계 개선을 위해 무엇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주문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 실장은 “이번 조사로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피해 우려가 현실화 되고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기업들의 피해가 더 커지지 않도록 정책당국의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이럴 때일수록 경제계 차원에서도 오해를 불식시키고 관계가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교류를 확대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nana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