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전기 이어 물산 방문
위기에 직접 나서 '투자와 미래사업 챙기기'
[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계열사 현장 점검과 민간 외교 등 바쁜 나날을 이어가고 있다. 위기를 맞아 직접 사업을 챙겨 삼성그룹 총수로의 입지를 강화하는 한편, 주력사업의 성장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적극적인 경영 행보라는 분석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24일 삼성물산을 방문해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 김명수 삼성물산 사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 경영진과 회동을 가졌다. 이날 구내식당을 방문해 직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등 소통의 시간도 가졌다. 전자 계열사로부터 시작된 현장 경영이 비 전자 계열사로까지 확대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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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사옥에 방문한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사장과 간담회를 가진 후 구내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했다. [사진=삼성물산 블라인드] |
이에 앞서 이 부회장은 이달 1일 삼성전자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 경영진과 회의를 가졌고, 13일에도 DS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했다. 이어 14일에는 수원 사업장에서 IT·모바일(IM)부문 사장단과 회의를, 17일에는 삼성전기 수원 사업장을 찾아 경영진을 만났다.
◆비 전자 계열사까지…이재용의 현장 소통 경영
삼성전자와 삼성전기 경영진을 만난 이 부회장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투자와 미래 사업 발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로 위기상황을 강조하면서 "성과를 수성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하는 각오로 도전하자"라며 의지를 다졌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5G와 그 이후 기술, 차량용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등 각 사업 부문의 미래 성장동력에 대해 과감한 투자와 연구개발을 강조했다.
삼성물산을 찾아서는 중동시장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됐다. 석유의존도를 낮추려는 중동에서 삼성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살려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26일 방한하는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의 면담을 앞두고 삼성이 할 수 있는 사업을 미리 챙기려는 뜻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이끌고 방한, 청와대에서의 오찬과 별도로 5대그룹 총수와 만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자리에서 삼성의 중동사업을 위해 미리 사업 현황을 파악하고, 앞으로 사업을 위해 삼성물산을 찾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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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전자 관계사 사장단이 참석했다. 왼쪽부터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부회장, 정은승 삼성전자 DS부문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 [사진=삼성전자] |
◆총수로서 적극적인 위기 대응으로 '삼성의 미래' 챙기기
이 부회장의 현장 소통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단 삼성전자 주요 사업 부문 중 가전사업을 담당하는 CE 부문 경영진과 조만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또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재계에서는 디스플레이나 중공업 등 다른 제조 계열사도 방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금융 계열사 방문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대기업집단 총수가 금융 계열사를 직접 챙기는 모습을 보여 금융당국을 자극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과 이 부회장이 그만큼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직접 현장 경영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면 그의 경영 능력에 대한 평가는 한층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사업적으로나 사업외적으로나 거센 풍랑을 맞고 있는 이 부회장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경우 삼성그룹 총수로서의 입지도 더 단단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삼성전자측은 "각 사업들의 경쟁력 강화와 차질없는 투자 등을 당부하기 위해 현장 소통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jinebit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