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등 60여개국에 호르무즈 연합방위체 구성 요구
해군, 한국형 구축함·차기호위함 파견 등 다각도 구상
軍 “아직 美 요청 없어…요청 땐 내부 검토 시작할 것”
[서울=뉴스핌] 하수영 기자 =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60여개국에 중동 호르무즈 해협 유조선 호위를 위한 연합방위체 구성 동참을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청해부대 작전망 확대 등 다양한 파병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27일 군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 해군은 미국 측에서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한 요청이 오는 대로 청해부대 작전망 확대를 통한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충무공 이순신급) 파견, 2300톤급 인천함급 차기호위함(FFG) 여러 척 파견 등 다양한 방안의 내부 검토를 시작할 방침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한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앞서 조윤제 주미대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이 자국 주재 외교단을 대상으로 한 합동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 담보를 위한 구상을 설명하고, 여기에 참여해주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조 대사는 이어 “일반적 수준의 요청이었으며 계속 협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또 청와대, 국방부 등 우리 정부 역시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검토하는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최근 방한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장관, 강경화 외교부장관 등 외교‧안보 라인과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미국의 요구를 받았을 경우 대처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호르무즈 파병 요구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으며 해군 등 군 당국 역시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3군 합동순항훈련전단 소속 육·해·공군사관학교 2학년 생도들이 2018년 10월30일 부석종 해군사관학교장과 육·공사 생도대장, 2함대 장병들의 환송을 받으며 평택 군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해군] |
◆청해부대 작전 중인 4400톤급 구축함, 호르무즈에도 파견될 가능성 제기
차기호위함 여러 척 파견도 거론…軍 “美 요청 오면 내부 검토 시작할 것”
호르무즈 파병과 관련해 거론되고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아덴만에서 작전 중인 청해부대에 파견된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의 작전망을 호르무즈까지 확대하는 방안이다.
이러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우리 해군의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 보유량을 고려할 때 호르무즈 방위체 구성을 위해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을 추가로 파견하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군 관계자는 “파병이 돼서 독자적으로 작전을 하기 위해서는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이 필요한데, 현재 해군이 보유한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은 6대에 불과하다”며 “이 6대가 다 각자의 역할이 있어 (호르무즈 방위체 구성을 위해) 추가 파견을 하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해군이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 6대는 돌아가면서 청해부대에 파견되고 있다. 즉, 한 척의 작전수행 기간이 대략 6개월 정도(출항~입항)인데, 군은 먼저 파견된 구축함이 한국으로 귀환하기 전 다음 구축함이 청해부대로 출발하는 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군은 작전공백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이 같은 방식으로 구축함을 교대시키고 있다. 현재는 대조영함(청해부대 29진, 3월 29일 출발)이 청해부대에 있으며, 오는 8월초 쯤 30진 강감찬함이 출발한다.
또 청해부대에서 작전을 펼치고 있는 한 척을 제외한 나머지 5척은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6개월 간 전 세계 기항지를 돌면서 훈련을 하는 순항훈련, 그리고 다국적 연합해상훈련, 그리고 북방한계선(NLL) 감시활동 등에 투입되기 때문에 호르무즈 방위체 구성을 위한 추가 파견은 어렵다는 것이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군 관계자는 “다만 청해부대가 활동 중인 아덴만과 호르무즈의 거리가 엄청 먼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해부대에서 활동 중인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이 호르무즈까지 왔다 갔다 하는 방식으로 할 수는 있다”며 “즉 청해부대의 작전망을 확대하는 방식이 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방안은 4400톤급 한국형 구축함이 아닌 다른 함정을 보내는 것이다.
군 관계자는 “단독 작전이 가능한 4000톤급 대신 인천함, 대구함 등 2300톤급 차기호위함(FFG) 여러 대를 호르무즈에 파견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하지만 미국에서 어떤 방식의 요청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지금은 아무 것도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에서 ‘이렇게 파병을 해달라’는 요청이 있으면 그 때부터 군에서 내부적으로 방법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uyoung07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