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홍콩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으로 촉발된 민주화 시위가 4개월 간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애초에 송환법 추진의 계기가 됐던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곧 석방될 것으로 보여 시위 국면에 어떠한 파장을 줄지 주목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해 2월 대만 여행 중 동행했던 홍콩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혼자 귀국한 홍콩인 찬퉁카이(陳同佳)가 모범수로 분류돼 이르면 10월에 석방될 수 있다고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홍콩 중앙정부 청사 인근에서 경찰이 발사한 물대포를 맞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 2019.09.15. [사진=로이터 뉴스핌] |
사건 발생 후 대만 당국이 홍콩 측에 사법 공조와 범인 인도를 요청했지만 홍콩 밖에서 발생한 범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홍콩 경찰과 검찰은 찬퉁카이에 여자친구 돈을 훔친 절도 혐의만 적용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찬퉁카이는 29개월의 징역형만을 선고받았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찬퉁카이는 살해 당시 임신 중이던 여자친구를 교살해 여행가방에 시신을 담아 공원에 유기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결국 살인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대만 정부는 찬퉁카이의 인도를 요청하기는 했지만 국가 주권을 훼손하는 송환법 도입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지난 6월 “개별적 송환 사례를 법제화의 명분으로 내세우지 말라”며 “인권을 침해하는 법을 이용해 범죄를 척결하는 것에는 협조할 수 없다. 우리는 부도덕한 법의 도입에 방조자가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살해된 여성의 가족들은 홍콩 정부에 찬퉁카이의 대만 송환이 가능하도록 해달라고 로비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살해된 여성의 부모는 처음에는 송환법 도입에 찬성했으나 시위가 시작되자 지난 6월 26일 정부에 서한을 보내 송환법 도입 대신 일회적 조치 등 다른 방법을 강구해달라고 요청했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4일 대국민 선언을 통해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당초 송환법에는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중국과 대만 등의 국가에도 범죄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홍콩 야당과 재야단체는 인권운동가나 반정부 인사들이 중국 본토로 강제 인도될 수 있다고 반발해 왔으며 이로 인한 대규모 시위가 6월 초부터 지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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