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미모의 클레어(루 드 라쥬)는 새엄마 모드(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긴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드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가 클레어에게 반한 사실을 알아채고 그를 없애기로 한다. 모드의 흉계로 죽을 위기에 처했던 클레어는 가까스로 알프스의 어느 시골 마을로 도망친다.
영화 '스노우 화이트' 스틸 [사진=엘론㈜]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스노우 화이트'는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큰 줄기도 '계모에 의해 성에서 쫓겨난 백설공주가 일곱 난장이와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의 것을 그대로 따랐다. 영화 속 백설공주는 클레어, 계모는 모드, 성은 클레어의 부친이 운영하던 호텔, 일곱 난장이는 첼로와 바흐를 좋아하는 뱅상, 산장 주인 피에르, 피에르의 쌍둥이 형제 프랑수와, 수의사 샘, 오토바이를 사랑하는 신부 기보, 동네 서점 주인 샤를르, 태권도 사범 클레망 등 일곱 시골 남자다. 이 외에도 빨간 사과와 같은 원작 속 주요 상징들을 고스란히 가져왔다.
동화와 가장 큰 차이를 꼽자면 수위다.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현대로 가져오면서 이야기는 한층 과감해졌다. 클레어는 화려하지만, 모든 것을 절제해야 하는 호텔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다. 그 과정에서 지금까지 몰랐던, 혹은 감춰왔던 제 안의 욕구와 마주한다. 그 일탈에 동행하는 게 일곱 남자다. 클레어는 매일 다른 남자와 몸을 섞으며 자신의 삶을 즐긴다. 아마도 안느 퐁텐 감독은 동화가 주는 단순한 메시지를 넘어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인간 본연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그것까지 얻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지나치게 대담하고 발칙한 설정이 이어지는 탓이다. '현대판'이라기보단 '19금 버전'이 더 맞는 표현일 듯하다.
요즘 시대의 백설공주 클레어 역시 보편적이거나 공감 가능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럼에도 몰입이 됐다면, 클레어의 옷을 입은 루 드 라쥬의 공이다. 루 드 라쥬는 백설공주란 설정에 걸맞는 아름다운 미모와 과감한 연기로 클레어를 빚어냈다. 계모 모드는 이자벨 위페르가 열연했다. 우리에게는 홍상수 감독의 작품 '다른 나라에서'(2011)로 익숙한 배우다. 이자벨 위페르는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연기로 질투심에 사로잡힌 모드의 모습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단, 그의 전작 '마담 싸이코'(2019)를 본 관객에게는 익숙한 얼굴일 거다. 오는 2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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