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양민혁은 막 나가는 서울지검 검사로 일명 '막프로'로 불린다. 어느 날 그가 조사하던 피의자가 자살하면서 양민혁은 하루아침에 성추행 검사로 벼랑 끝에 내몰린다.
양민혁은 누명을 벗기 위해 내막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근거는 의문의 팩스 5장. 자산가치 70조 원의 은행이 1조7000억원에 넘어간 희대의 사건 앞에 양민혁은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가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한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영화 '블랙머니'는 희대의 '먹튀 사건'으로 꼽히는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었다. 메가폰을 잡은 이는 '부러진 화살'(2012)과 '남영동 1985'(2012) 등을 통해 사회 부조리를 날카롭게 꼬집어 온 정지영 감독. 그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금융사태로 손꼽히는 이 8년간(2003~2011년)의 사건을 약 2시간에 압축해 담아냈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나 주요 등장인물이나 명칭은 모두 새로 만들었다. 주인공 양민혁도 그중 하나다. 인상적인 건 양민혁에게 주어진 설정이다. 양민혁은 검사지만, 금융에는 무지하다. 이 사소한 설정 덕분에 '블랙머니'는 단순 사회 고발성 영화를 넘어 상업, 대중영화로서 기능을 해낸다. 분명한 장점이다. 양민혁을 따라가면 익숙하지 않은 낯선 용어나 난해한 경제 순환 논리도 문제될 게 없다. 양민혁에게 필요한 만큼의 정보를, 양민혁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한다.
"많은 이가 경제에 무관심하고 잘 모르지만, 누구도 경제 없이 살아갈 수는 없다. 우리 삶에 경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그 때문에 삶의 희비가 엇갈린다. 주인공과 함께 따라가면서 우리가 알아야 할 사건의 진실을 마주하고 더 많은 이와 공유하길 바랐다"는 게 정 감독의 의도다.
다만 모티브가 된 사건을 중심축 삼아 너무 많은 문제, 메시지를 더한 건 아쉽다. 정치인, 검찰, 변호사, 언론, 노조까지 적지 않은 롤도 등장해 각자의 문제를 짚고 떠난다. 늘 그랬듯 정치색도 뚜렷하다(물론 정 감독은 부인했지만). 그 방향이 어디든 한쪽으로 치우친 작품들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다.
영화 '블랙머니' 스틸 [사진=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
양민혁 역은 조진웅이 맡았다.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나 피로하다. '광대들:풍문조작단' '퍼펙트 맨'에 이어 '블랙머니'까지 매달 영화관에서 만난 탓이다. 영화 개봉일이 배우의 마음대로 되지 않듯, 잦은 출연에 피로도를 느끼는 것도 관객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최근 코믹하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도맡았던 이하늬는 오랜만에 지적이면서도 차가운 역할로 돌아왔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아쉽지만, 배우 자체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오는 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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