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3000억원 회사채 발행, 외국기업 최초로 QIB제도 활용
중국국저화공(CERCG)이후 중국기업 ABCP발행도 처음
[서울=뉴스핌] 백진규 기자 = 중국동방항공이 6일 한국서 30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다. 외국기업 최초로 적격기관투자자(QIB)제도를 이용하는데다, 이 중 일부는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로 재발행할 계획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 외국기업 QIB활용 첫 사례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영항공사인 동방항공은 6일 3000억원 규모의 원화표시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아리랑본드(외국 기업이 한국에서 발행한 원화표시 채권)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만기는 3년, 금리는 2.4%,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이번 동방항공 회사채는 QIB제도를 이용한 첫 외국기업 발행이다. QIB는 회사채 발행 시 증권신고서 및 심사기간 간소화 등 혜택을 제공하고 QIB 등록기관끼리 장외시장에서 유통하도록 한 제도다. 공모사채와 사모사채의 중간 성격을 띄고 있어 '준공모사채'로 분류되며 금융투자협회(금투협)에서 발행을 담당한다.
금투협 관계자는 "QIB제도 활용이 아직 미흡한 상태이나, 외국기업에 대해 총자산규모 제한을 폐지하는 등 활성화 논의를 지속해 왔다"고 밝혔다. QIB는 채권 발행대상을 '총자산규모 2조원 미만 기업'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하고 있다.
중국동방항공 항공기 [사진=바이두] |
◆ 동방항공 회사채 기초자산으로 ABCP 발행 예정
이번 동방항공 회사채 보증기관 중 일부는 이를 기초자산으로 ABCP를 발행할 예정이다. 2018년 5월 중국국저화공(CERCG)의 1650억원어치 ABCP부도사태 이후 중국 금융자산을 기초로 한 ABCP발행은 처음이다. 이에 동방항공 ABCP발행에 따라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중국기업 자금조달이 활성화하고 관련 시장도 더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CERCG 사태로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손실을 입으면서 전체 ABCP시장 위축 우려도 확산됐다. 신용평가사들도 중국기업 평가를 꺼리는 추세였다.
익명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ERCG사태 이후 분위기가 워낙 안 좋았고, 동방항공 회사채를 한 두 기관이 통째로 인수하긴 어렵다"며 "동방항공도 ABCP 전환까지 고려해 회사채 발행 시기를 올해 말로 미룬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한국신용평가는 동방항공 신용등급을 'AA-'로 평가했다. 3대 국유 항공사로서 수익성과 재무안정성이 인정된다는 평가다. 대한항공(BBB+), 아시아나항공(BBB-)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한신평은 "중국 기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평가를 안 할 이유는 없다. 중국 국무원 산하기업으로서 유사시 지원가능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동방항공은 신용등급 'AA-'가 나올 정도로 우량 회사여서 우리나라 기관들도 ABCP전환이 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예전 CERCG는 우리나라 금융사 신용보강이 없었기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컸다. 하지만 이번엔 인수기관이 자체 신용보강을 통해 ABCP 등급을 더 높이고, 낮아진 금리와 기존 회사채 금리(2.4%)의 차액을 가져가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