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다른 때보다 유난히 더 편안하고 즐거워 보였다. 애정하는 동료와 오랜만에 함께한 작품이 세상에 나왔으니 그럴 만도 하다. 2년 만에 마주한 그는 "궁합이 맞는 파트너와 작업하면 육체적 괴로움은 아무것도 아니다"고 껄껄 웃었다.
배우 최민식(57)이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천문)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 26일 개봉한 이 영화는 조선의 하늘과 시간을 만들고자 했던 세종과 한순간에 역사 속에서 사라진 장영실의 숨겨진 사연을 다뤘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로 돌아온 배우 최민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19.12.27 jjy333jjy@newspim.com |
"시나리오 회의할 때부터 주안점을 둔 게 관계였어요. 물론 세종의 애민사상, 세종과 장영실의 과학적 업적은 기본으로 갖고 가는 거였고요. 어쨌든 우린 이 영화에서 차별점을 주고 싶었고 그게 관계였죠. 관련 기록이 많진 않았지만 팁은 충분히 됐어요. 대표적으로 '가까이 두고 생활했다'는 게 그랬죠. 그 시대에 왕의 가까이에 갈 수 있는 것 자체가 둘 사이의 끈끈한 우정을 방증하는 거라고 봤어요."
최민식은 극중 조선의 하늘을 연 천재 과학자 장영실을 열연했다. 관노임에도 뛰어난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각종 천문의기를 발명한 역사 속 인물이다. 최민식은 장영실의 인간미 넘치는 모습부터 과학자로서의 재능까지 세세하게 그려냈다. 특히 극이 전환점을 맞는 후반부에는 광기 어린 얼굴로 스크린을 집어삼킨다.
"누군가에겐 장영실의 변화가 갑작스러울 수 있다고 봐요.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변하잖아요(웃음). 개인적으로는 '왜 우리는 사대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할까'란 생각, 정치적 성향이 담긴 변화라고 접근하진 않았어요. 그저 세종에게서 멀어지는 게 싫고 명나라에 끌려가는 게 자존심 상하는 거죠. 게다가 자꾸 자기네들 걸 베꼈다고 하니까 기술자로서 지르는 거예요. 장영실에게도 그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봤죠."
세종과 장영실의 관계가 우정보다 사랑 같단 평에 대해서는 "오히려 더 디테일하고 덜 조심스러워도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세종을 향한 장영실의 절절한 마음을 설명한 최민식은 세종을 연기한 한석규의 칭찬을 한참 늘어놨다. 두 사람은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 선후배로 30년 넘게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함께 작업한 건 드라마 '서울의 달'(1994)과 영화 '넘버3'(1997), '쉬리'(1999)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에서 장영실을 열연한 배우 최민식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2019.12.27 |
"현장엔 늘 기분 좋은 치열함이 있었죠. 탁구 올림픽 결승전처럼 랠리가 계속됐어요. 오랜만에 맛보는 앙상블이었죠. 석규야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늙지도 않아요. 외모 말고도 모든 게 한결같죠. 이 친구의 가장 큰 장점이에요. 후배지만 배울 게 참 많죠. 이 친구가 또 웃긴 게 촬영하면서 배우들한테 연기를 왜 시작했냐고 물어요. 일종의 취미죠(웃음). 신구 선생님부터 전여빈까지 이번에도 예외는 없었어요. 근데 그걸 또 듣고 있자니 날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에게 다시 물었다. 왜 배우의 길을 걷게 됐냐고. 잠시 생각에 잠긴 최민식은 이내 학창 시절부터 시작하는 제법 긴(차마 이곳에 다 적을 수 없을 만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사춘기 때 조퇴하고 만날 의정부 중앙극장에서 영화를 봤죠. 처음엔 아무 생각 없다가 '스타 이즈 본'(1977)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너무 감동적이라 정신을 못차렸죠. 그날 이후 영화를 찾아보게 됐고 연출에 관심이 생겼어요. 연출 쪽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면서 극단 뿌리에 들어갔고 동국대에 입학했죠. 근데 그땐 영화와 연극의 구분이 명확했어요. 선배들이 여긴 영화하는데 아니라고 연극을 시켰죠. 해보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그렇게 지금까지 대본을 못놓고 있습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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