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로이터=뉴스핌] 김선미 기자 =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미국에 양국 간 합동 군사훈련의 근거가 되는 방문군 협정(VFA) 종료를 공식 통보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11일(현지시간) 필리핀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대변인인 살바도르 파넬로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필리핀이 군사 독립성을 키울 때가 됐다"며 "우리는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만의 국방력을 강화해 자주방위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하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마약과의 전쟁'을 지휘했던 필리핀 경찰청장 출신 델라 로사 상원의원에 대한 비자를 미국이 취소한 데 대한 보복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적인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에 대해 초법적 처형이 내려진 것과 관련해 로사 전 경찰청장의 미국 비자를 취소했다.
VFA는 미군이 필리핀에서 철수한 지 7년 만인 1998년 체결됐다. 이 협정에 따라 수천 명의 미군이 인도주의 지원과 군사 훈련을 위해 필리핀에 순환 주둔할 수 있다. VFA 체결 후 양국은 거의 매년 필리핀에서 정기 합동군사훈련인 '발리카탄'을 실시했다.
필리핀이 미국에 VFA 종료를 통보한 후에도 180일 동안 효력이 유지되는 만큼 양국이 물밑 논의를 이어나갈 전망이다. 또한 양국이 체결한 상호방위조약과 방위력협력확대협정은 유지된다.
미국보다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시하는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후 줄기차게 미국이 필리핀을 '개줄에 묶인 개처럼 취급한다'며 '위선자'라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실제로 미국과의 협정 종료를 통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필리핀 장성들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미군이 필리핀에서 비밀 공작을 펼치고 있으며 필리핀에 핵무기까지 숨겨 놓았다는 의혹을 공공연히 제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필리핀 주둔 미군 때문에 필리핀이 잠재적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6년 7월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벌여왔다. 국제사회로부터 잔인한 인권 침해라는 비난을 받는 마약과의 전쟁으로 지난해 7월 기준 경찰에 의한 사망자가 공식 발표만 해도 6847명에 이르렀다.
인권단체들은 '초법적 처형'으로 인해 실제 2만7000명 가량이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g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