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 미끼로 성관계 제안하기도...인권 사각지대 지적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체육 관련 단체·기관 종사자 10명 중 3명은 '직장 내 괴롬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승진을 미끼로 성관계를 제안하거나 강제로 신체접촉을 하는 등 성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10%를 넘었다.
5일 한국정책리서치가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체육 관련 단체·기관 종사자 1378명을 대상으로 성폭력 등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최근 1년 이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응답자는 34.1%로 집계됐다.
5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체육 관련 단체․기관 종사자 성폭력 등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 [사진=국가인권위원회] |
유형별로는 회식 참여 강요가 16.7%로 가장 높았다. 이어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 16.2% △욕설 및 위협적인 언행 13.4% △음주 또는 흡연 강요 13.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일부 비정규직 직원들은 '상급자가 이야기하다가 화가 나면 소리 지르기, 삿대질, 협박, 테이블 치기 등 폭력을 일삼았다', '회식이나 식사자리에서 어른이 숟가락 놓기 전에 먼저 놓지 말라거나 버릇이 없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한다'고 진술했다.
1년 이내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10.0%로 드러났다. 성별로는 여성(21.1%)이 남성(2.9%)에 비해 높았고, 고용형태로는 정규직(9.4%)보다 비정규직(10.7%)이 높았다.
피해 유형별로는 '불쾌감을 주는 성적인 농담, 성적 이야기 등을 하는 행위(전화통화 포함)'가 6.2%로 가장 높았다. △회식 자리 등에서 옆에 앉혀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4.5%) △포옹, 손잡기, 신체 밀착, 안마, 입맞춤 등의 신체 접촉행위(3.3%) △사적인 만남 강요(0.9%) △성관계를 전제로 승진 등을 제안하는 행위(0.3%) 등 사례도 있었다.
여성 직원 일부는 상급자로부터 '회사 왜 다녀, 시집이나 가서 골프나 치러 다녀', '어제 남자친구랑 뭐했냐', '차는 여자가 타야 맛있다' 등의 발언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을 겪고도 내부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경우는 10.2%에 불과했다. 내·외부 기관이나 주변동료, 상급자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로는 '구설수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서'가 52.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어떤 행동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서'라고 응답한 비율도 41.9%에 달했다.
인권위는 이 같은 내용을 종합해 전문가 정책간담회를 거친 후 체육 관련 종사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과 권고를 내놓을 예정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음에도 체육 단체 및 기관의 조직문화는 여전히 위계적 조직문화를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특히 피해자들이 심각한 후유증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사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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