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숙혜의 월가 이야기
[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 기업의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동반 급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강타에 뉴욕증시의 최고치 랠리를 이끌었던 동력이 힘을 잃은 셈이다.
여기에 기업 이익 역시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 바이러스 확산이 진화되지 않고 있어 적어도 2분기까지 실적 후퇴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금융시장 패닉에 망연자실한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4월 중순 1분기 어닝 시즌을 앞두고 월가에 이미 먹구름이 짙게 깔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31일(현지시각) 코로나19 확산에 극심한 매출 타격을 받은 미국 기업들이 연이어 배당 및 자사주 매입 축소에 나선 가운데 골드만 삭스는 보고서를 내고 올해 배당이 25% 급감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수요 쇼크에 직격탄을 맞은 소매업계와 유가 폭락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석유업계를 필두로 은행권과 생명공학, 자동차 등 주요 섹터 전반에 걸쳐 배당이 큰 폭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포드가 배당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고, 호텔과 레스토랑 체인이 줄줄이 배당 인하를 발표했다.
미국 기업의 쏠쏠한 배당 수익률은 극심한 저금리 여건에 투자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유인하는 당근이었다. 때문에 배당 중단과 감소는 투자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에 해당한다.
자사주 매입에도 브레이크가 걸렸다. 최근 2주 사이 기존에 발표한 자사주 매입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힌 미국 기업이 5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기업이 취소한 자사주 매입 물량은 총 1900억달러. 지난해 전체 자사주 매입 물량의 25%에 달하는 규모다.
이른바 경제 셧다운으로 인해 매출액과 현금흐름이 대폭 줄어든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2조달러에 달하는 슈퍼 부양책 팩키지를 동원하면서 기업의 자사주 매입에 제동을 걸면서 앞으로 기업들의 '사자'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뉴욕증시가 2009년 2분기 이후 10여년에 걸쳐 장기 강세장을 연출한 과정에 간판급 기업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사실상 '큰 손'에 해당하는 기업들의 매입 물량에 공백이 생기면서 뉴욕증시의 상승 탄력이 꺾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증시 전반의 변동성이 상승할 때 이를 진화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 역시 사라졌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얘기다.
제프리스의 크리스 우드 주식 전략 헤드는 투자 보고서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빌미로 한 이번 주가 하락은 기업 매출액 대비 밸류에이션이 사상 최고치에 이른 상황에 시작됐다"며 "여기에 자사주 매입 급감과 이익 감소까지 맞물려 상당 기간 주가를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월 중순 1분기 어닝 시즌을 앞두고 월가는 벌써 잿빛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이 이익 침체를 일으킬 것이라는 얘기다.
골드만 삭스는 S&P500 기업의 올해 이익이 33% 감소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BMO 캐피탈은 기업 연간 이익 예상치 집계를 중단했다. 코로나19의 경제적 타격을 정확히 예상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장조사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1분기 S&P500 기업의 이익이 3.9% 줄어들 전망이다. 2분기 이익 감소폭은 7%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반기 턴어라운드 여부도 전적으로 코로나19 사태의 전개 양상에 달렸다는 것이 월가 애널리스트의 지적이다.
지난해 말 IB 업계는 올해 S&P500 기업의 이익이 8.9% 증가,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에 따른 훈풍을 예고했지만 장밋빛 전망은 깨졌다.
이익이 줄어들 때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당순이익(EPS) 하락 폭을 제한하는 효과를 냈지만 이번에는 이 역시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
로이트홀드 그룹의 짐 폴슨 전략가는 마켓워치와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충격이 예상 범위를 넘어설 것"이라며 "기업 이익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골드만 삭스는 2분기 미국 경제가 34%에 달하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는 앞서 내놓은 24% 후퇴 전망에서 낮춰 잡은 수치다.
higrace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