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취지와 무관하게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어
[서울=뉴스핌] 김경민 기자 = n번방 가담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공익적인 취지라고 하지만 n번방 가담자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람은 물론, 이를 공유한 사람까지 수사대상에 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인스타그램 한 계정 캡쳐] |
16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지방경찰청은 최근 디지털 성범죄 가해 의심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텔레그램 '주홍글씨'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여부를 조사 중이다. 주홍글씨가 공개한 정보 중에는 n번방 피의자로 알려진 이들의 범죄 정황과 신상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n번방 사건 이후 인스타그램에도 주홍글씨와 같은 일종의 '자경단'이 다수 생겨났다. 자경단은 각종 인스타그램 계정에 n번방 운영진이나 유료회원으로 추측되는 이들의 얼굴 사진, 이름,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직업, 출신 학교 등 다양한 신상정보를 올리고 있다.
n번방 가담자 신상정보가 올라온 한 인스타그램 계정 운영자는 게시글을 통해 "잘못된 방법임을 알고 있지만 제2의 조주빈이 될 수 있는 썩은 싹을 잘라내는 일"이라며 "자경단에 대한 수사보다 n번방 이용자와 성착취 동영상을 공유했던 사람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 계정을 따르는 구독자인 팔로워는 3만명 이상에 달한다.
그러나 공익적 의도의 설립 취지에도 인스타그램 자경단은 형사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특히 직접적으로 n번방 가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한 인스타그램 자경단뿐만 아니라 이를 공유한 사람들에게도 동일하게 형법상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전기통신기본법상 이익목적 허위통신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은지민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공개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공익적인 목적이라는 식으로 처벌을 피할 가능성도 있지만, 허위사실이라면 처벌을 피하긴 어렵다"며 "범죄 혐의가 어느 정도 과장됐느냐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상정보 공개 사용 매체와 공개된 정보의 사실 여부·범위 등을 고려해 적용 법이 달라질 것"이라며 "정의감에 의해 이뤄졌더라도 수사기관에 공조하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인스타그램 자경단에 대해서도 위법사항이 있다면 엄정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개인정보 유출이나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가 있다고 판단되면 수사대상"이라며 "법에 근거한 신상공개 절차와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km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