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판화, 판화, 판화' 16일 개막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판화는 알고 보면 우리 일상과 함께 숨쉬고 있었다. 판화와 함께한 기억과 기록을 국립현대미술관이 '판화, 판화, 판화'로 다시 한번 꼽씹으며 판화가 나아갈 자리를 모색한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대규모 판화 기획전 '판화, 판화, 판화(Print, Pringtmaking, Graphic Art)'를 14일부터 8월 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미술 장르의 확장 및 장르 간 균형 강화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국내 현대 판화를 대표하는 작가 60여명의 작품 100여점을 통해 판화라는 특수한 장르이자 매체, 개념이자 상황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판화, 판화, 판화' 전시장 전경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0.05.13 89hklee@newspim.com |
전시는 책방과 거리, 작업실, 플랫폼 네 가지로 구성한다.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접한 장소의 개념으로 판화가 존재하고 나아갈 자리를 조명한다. 최희승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는 전시 구성을 연대기가 아니라 장소의 개념으로 기획한 이유에 대해 "'판화'가 미술 장르에서 설자리를 잃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는 '판화의 자리는 어디일까'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다"며 "판화는 우리 일상과 밀접하게 존재했다. 이를 미술관에서 보여주면 신선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내린 답이 '장소'"라고 설명했다.
'책방'에서는 판화로 제작된 아티스트 북을 비롯해 인쇄문화와 판화의 관계를 나타낸 작품을 소개한다. '거리'에서는 사회적인 이슈와 판화의 만남을 통해 예술이 일종의 미디어로 기능했던 작품들을 선보이고 '작업실'에서는 타 장르와 구분되는 판화의 고유한 특징인 다양한 판법들을 도표하는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 '플랫폼'에서는 동시대 미술의 장르 중 하나로서 확장된 판화의 면모를 만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강행복 작가의 '화엄' 2020.05.13 89hklee@newspim.com |
광주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 미국 등 국내외로 활발히 활동하는 목판화 작가 강행복의 '화엄'도 눈여겨볼만 하다. 강행복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일상적 소재를 단순화해 재해석하고 수행과 명상의 과정으로 찍어내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작품 '화엄'이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데, 두 가지 형식이다. 한쪽 벽면에는 책 형식으로 펼쳐져 있어 작품 속 나무, 꽃, 구름, 길 등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쇼케이스에 마련된 같은 작품 '화엄'은 하나의 책으로 제본해 전시한다.
전시는 판화가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판화 일러스트 작품을 비롯해 오윤 작가가 1980년대 참여한 책 판화 작품도 선보인다. 이를 비롯해 페르시아 설화 '세상의 모든 지식'을 배남경 작가가 판화 형식으로 작업한 작품을 펼쳐 전시하고 있다.
또 제주 4.3사건을 주제로 한 단색목판화 홍선웅의 '제주 4.3 진혼가'와 조선소 노동자들의 투쟁을 담은 류연목의 채색 목판화 '골리앗 전사들' 등 사회의 목소리를 낸 작가들의 작품도 공개된다.
아울러 판화라고는 믿을 수 없는 정교한 묘사가 돋보이는 정원철의 '초상'도 눈길을 끈다. 그림 속 인물의 머리카락과 주름살이 회화처럼 자세하게 표현돼 있다. 최희승 학예연구사는 "이러한 표현이 모두 작가만의 기술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이윤엽 작가의 판화 작품을 소개하는 최희승 학예연구사. 이윤엽 작가의 최근 작품부터 과거 작품까지 전시. 중앙에는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상황을 담은 작품. 2020.05.13 89hklee@newspim.com |
윤범모 관장은 "'판화, 판화, 판화'전을 통해 한국 판화가 지닌 가치를 재확인하고 소외 장르에 대한 지속적인관심과 가능성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길 기다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6일부터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통한 거리두기 관람을 진행 중인 국립현대미술관은 화~일요일 무료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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