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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전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환수…국내 나전유물 3점

기사입력 : 2020년07월02일 16:21

최종수정 : 2020년11월16일 22:25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고려시대 예술을 대표하는 나전칠기 유물인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이 지난해 12월 일본에서 국내로 들어왔다. 이로써 국내에 남아있는 나전칠기 유물은 총 3점이 됐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2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나전국화넝쿨문늬합' 환수식을 열었다. 이번 '나전국화넝쿨무늬합' 환수는 문화재청의 위임을 받은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이사장 최응천)이 그동안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심도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소장자와 협상에 임해 이뤄낸 값진 성과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문화재청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공개했다.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모자합의 자합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언론공개회를 마치고 관계자가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수장고로 옮기고 있다. 2020.07.02 leehs@newspim.com

최응천 이사장은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나전칠기 특별전을 기획한 바 있다. 이 유물을 기획하고 이번 환수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2018년 말부터 유물 소재지와 매입 가능성 정보를 획득했고 2019년 6월부터 소장자측과 만남을 갖고 10월 매입 가능성을 검토했다. 그리고 문화재청의 예산을 받아 지난해 12월 소장자와 매매계약을 체결해 올해 1월 대한민국 소유로 매입하는데 성공했다.

최응천 이사는 "저희가 어떤 경로를 통해 갖고 들어올 수 있는 유일한 작품"이라며 일본에 많은 고려 나전칠기가 있지만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에 해당하거나 시·도·지자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어 환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언제가 될지 몰라도 문화재로 지정받을 수 있으며 그 가치가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언론공개회에서 환수의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모자합의 자합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2020.07.02 leehs@newspim.com

나전칠기 유물은 국내에 단 2점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전 세계에 약 20여점의 나전칠기가 남아 있지만 이는 파손되거나 파편을 이용해 새롭게 만든 변형된 것까지 포함됐다.

환수된 '나전합'은 모자합(하나의 큰 합속에 여러 개 작은 합이 들어간 형태)의 자합 중 하나다. '나전합'의 길이는 10cm 남짓이며 무게는 50g이다. 12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영롱하게 빛나는 전복패와 온화한 색감의 대모(바다거북 등껍질), 금속선을 이용한 치밀한 장식 등 고려 나전칠기 특유의 격조 높은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반영된 수작으로 평가받는다.

뚜껑과 몸체에 반복되는 주요 무늬는 국화와 넝쿨무늬로 손끝으로 집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작게 오려진 나전이 빈틈없이 배치되며 유려한 무늬를 만들고 있다. 뚜껑 가운데의 큰 꽃무늬와 국화의 꽃술에는 고려 나전칠기를 대표하는 특징 중 하나인 대모복채법이 사용됐으며 뚜껑 테두리는 연주문으로 촘촘히 장식됐다. 또한 금속선으로 넝쿨 줄기를 표현하고 두 줄을 꼬아 기물의 외곽선을 장식하는 등 다양한 문양 요소가 조화롭고 품격있게 어우러져 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 언론공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모자합의 자합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2020.07.02 leehs@newspim.com

정재숙 청장은 "1000년의 시간을 품은 나전칠기가 온전하고 아름다운 자태 그대로 돌아왔다"면서 "나전칠기는 고려시대 예술의 정점을 찍은 공예이자 불화, 청자와 함께 고려를 대표하는 문화유산이며 우리의 DNA가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칭송받던 나전칠기가 지금 거의 남아있지 않다. 단 3점뿐"이라며 "밀고당기는 협상 과정 중에 12월이 돼서야 결정돼 어렵게 모셔왔다. 문화재청은 이 기세로 나전칠기뿐만 아니라 전 세계 흩어진 고려 불화, 청자 등 귀한 문화 유산을 더 환수해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유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제작 방식과 사용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교연구를 위한 기초자료 구축을 위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국립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를 통해 이번 유물의 비파괴분석을 실시했다.

[서울=뉴스핌] 이형석 기자 = 정재숙 문화재청장(가운데)이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일본에서 돌아온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을 공개하고 있다. 이번에 들어온 '나전합'은 모자합의 자합 중 하나로, 전 세계에서 단 3점만이 온전한 형태로 전해지고 있다. 왼쪽부터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정 문화재청장, 최응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장. 2020.07.02 leehs@newspim.com

분석 결과, '나전합'은 전형적인 고려 나전칠기의 제작기법과 재료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로 모양을 잡은 뒤 그 위에 천을 바르고 옻칠을 한 목심칠기라는 점, 판재 안쪽 면에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넣고 부드럽게 꺾어 곡선형의 몸체를 만든 점, 몸체는 바닥판과 상판을 만든 후에 측벽을 붙여 제작된 점 등이 확인됐다.

이번에 환수한 '나전합'은 지난 2006년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 특별전 '나전칠기-천년을 이어온 빛'에서 최초로 공개된 바 있다. 이번에 환수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이관돼 올해 하반기에 국립중앙박물관의 특별전 '고대의 빛깔, 옻칠(2020년 12월 22일~2021년 3월 7일)'에서 온전한 우리의 것으로 14년 만에 다시 모습을 나타낸다. 또한, 보고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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