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출신 핀토, 벙커샷 직전 로컬 캐디가 손으로 벙커 모래 쓸어 '모래 상태 테스트'
박빙 승부 이어가다가 마지막 홀 해프닝으로 쓰라린 패배…이수민도 지난해 캐디 잘못으로 실격당해
[서울=뉴스핌]김경수 객원 골프라이터 = 캐디 잘못으로 난형난제이던 경기의 승패가 갈리는 일이 벌어졌다. 좀처럼 보기드문 광경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오리건주 밴던의 밴던 듄스 골프리조트 18번홀(파5) 퍼팅그린 주변. 타일러 스트라파시(22·조지아 테크)-올리바 핀토(20·아칸소대)가 2020 US 아마추어 골프챔피언십 16강 매치를 벌이고 있었다.
올리바 핀토가 US 아마추어 골프챔피언십 16강전에서 아쉽게 진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그의 캐디가 벙커 모래를 쓰는 문제의 장면이다. [사진= 트위터닷컴] |
두 선수는 17번홀까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타이를 이뤘다. 이 홀에서 승부가 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핀토의 세 번째 샷이 그린 오른쪽 벙커에 들어갔다. 핀토가 벙커샷을 구상하려고 퍼팅그린에서 왔다갔다하는 사이 그 캐디(골프장에 소속된 로컬 캐디)가 슬그머니 볼이 멈춰있는 벙커로 들어갔다. 캐디는 쭈그려 앉아 손으로 모래를 쓸었다.
이 광경을 상대방의 아버지로서 캐디를 한 프랭크 스트라파시가 봤다.
스트라파시의 캐디는 곧 경기위원을 불러 "핀토의 캐디가 볼이 있는 벙커의 모래를 손으로 쓰다듬었다"고 일렀다.
경기위원은 문제의 로컬 캐디에게 그런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나 핀토의 캐디는 그런 일이 없다고 한사코 부인했다. 시간이 오래 흘렀다.
경기위원은 할 수 없이 기계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마침 이 장면을 고공에서 촬영한 테입이 있었다. 그것을 확인한 결과 핀토의 캐디가 손으로 모래를 쓸고, 모래가 조금 파인 자국까지 선명히 드러났다. 로컬 캐디는 더 할 말을 잃었다.
로컬 캐디가 한 행동은 벙커에 있는 볼을 스트로크하기 전에 모래 상태를 테스트한 것이 되므로 일반 페널티가 부과된다. 매치플레이이므로 홀 패다.
팽팽했던 균형은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인해 곧바로 무너졌다. 스트라파시는 1업으로 8강에 진출했다.
스트라파시는 "접전이었지만 이런 방식으로 이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아쉽게 물러난 핀토를 생각해서라도 남은 매치를 더 신경써서 치르겠다"고 말했다. 스트라파시의 할아버지는 1935년 US 아마추어 퍼블릭 링크스에서 우승했으며, 그의 어머니도 플로리다대 골프선수였다. 스트라파시는 8강전에서 2016년 US 미드아마추어 골프챔피언십 우승자인 스튜어트 해지스탯(29)과 맞붙는다.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모처럼 16강에 올랐으나 8강 문턱을 넘지 못한 핀토는 "내 캐디가 한 일을 정확히 보지 못했다. 캐디가 규칙 위반인 줄 모르고 그랬을 것이다. 비록 졌지만 좋은 경험이었다"며 되레 캐디를 위로했다.
골프 규칙은 '캐디의 행동과 규칙 위반에 대한 책임은 플레이어에게 있다'고 명시한다. 캐디가 규칙을 위반할 경우 그에 따른 페널티는 플레이어가 받는다.
캐디 잘못으로 선수가 불이익을 받은 사례는 종종 나온다.
이수민은 지난해 8월 유러피언투어 체코 마스터스 3라운드 11번홀 퍼팅그린에서 캐디 잘못으로 실격당한 적이 있다. 이수민이 롱퍼트를 하면서 캐디에게 깃대를 잡아달라고 했다. 이 때 캐디는 깃대를 잡고 있다가 볼이 접근하면 홀에서 깃대를 제거해야 한다. 이수민이 퍼트한 볼이 홀에 다가가도 캐디는 깃대를 뽑지 않았고, 볼은 깃대를 맞고 홀로 들어갔다.
이수민은 버디로 생각하고 다음 홀 티샷을 했으나 홀아웃 불이행으로 실격을 받았다. 이 경우 캐디가 고의로 깃대를 제거하지 않아 볼의 방향이 바뀌거나 멈춘 것으로 간주돼 2벌타가 따른다. 그러고 볼은 리플레이스해야 한다. 이수민은 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다음 홀 티샷을 해버렸기 때문에 실격이 된 것이다<골프 규칙 12.2b 및 10.3c, 11.2c>. ksmk7543@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