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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위반' 故지학순 주교, 46년만에 재심서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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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는 당초부터 위헌·무효…범죄 되지 않아"
내란선동·특수공무방해는 재심서 판단 못해 유죄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유신헌법 무효를 주장해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고(故) 지학순 주교가 4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지 주교에 대한 재심 선고기일을 열고 공소사실 중 불고지로 인한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내란선동과 특수공무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재심에서 다시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로 증거에 따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사진=뉴스핌DB] 2020.08.03.goongeen@newspim.com

재판부는 "긴급조치 1·2·4호는 발동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목적상 한계를 벗어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유신헌법에 위배돼 위헌이고 현행 헌법에 비춰봐도 위헌·무효"라며 "긴급조치 1·2·4호는 당초부터 효력이 없는 것이어서 범죄가 되지 않아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내란선동 및 특수공무방해 부분은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의 공소사실과 법률적 평가는 하나이지만 죄수는 여러 개에 해당해 다시 실체판단을 할 수 없다"며 "유죄를 뒤집을 수는 없으나 양형에서 피고인의 행동으로 국가안녕질서 유지에 큰 위험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공무원 폭행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당시 민주화상황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 주교는 지난 1974년 7월 6일 김지하(본명 김영일) 시인 등이 헌법개정을 주장하며 계획한 투쟁운동을 돕기 위해 108만원을 교부하고 이를 정부에 고지하지 않아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으로 연행됐다.

이후 그는 명동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에 머무는 조건으로 풀려났지만 "유신헌법은 무효"라며 양심선언문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주거지 제한 명령을 위반했다. 또 이를 제지하던 공무원을 밀친 것으로 조사됐다.

지 주교는 대통령 긴급조치 위반 및 내란선동, 특수공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확정받았다.

검찰은 지난 2018년 3월 "대통령 긴급조치 1·2·4호는 무효이므로 재심사유가 있다"며 지 주교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을 이를 받아들여 재심을 개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월10일 열린 제33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시대의 양심 고 지학순 주교님. 이름 그 자체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이며, 엄혹했던 독재시대 국민의 울타리가 되어주셨던 분들"이라고 밝혔다. 지 주교는 이날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았다. 

shl22@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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