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으로 조금씩 주식투자 배워야"
바이오 등 어려운 섹터 투자는 금물
[서울=뉴스핌] 임성봉 기자 = #1. 두 자녀를 둔 회사원 A(53)씨는 큰 아들에게 '올 추석 용돈으로 주식투자를 해보는 것이 어떻느냐'고 권유했다. 아직 고등학생 1학년이지만 소액으로 투자를 배워보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A씨는 최근 아들에게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사용법을 알려준 뒤 투자 종목을 선정하는 노하우도 알려줬다. A씨는 이번 연휴 동안 아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재무재표 분석 관련 서적도 선물해줬다.
A씨는 "아이가 명절에 받는 용돈이 보통 50만원 수준인데 이를 단순히 저축하기보다는 투자를 배우는 데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어린 나이에 주식투자라고 하니 아이가 처음에는 낯설어하더니 이제는 추석이 지난 뒤 얼른 스스로 투자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고 말했다.
#2. 고등학생 2학년 B군은 올 추석 용돈을 모아 친구들 4명과 함께 주식투자를 시작하기로 했다. 4명 모두 주식투자를 해본 적 없지만 B군의 아버지 권유로 이번 기회에 주식투자에 입문하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친구들 모두 '주식투자 잘못하면 다 잃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었지만 부모님의 독려로 이제는 각자 분야를 나눠 주식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B군과 친구들은 연휴 동안 유튜브를 통해 단기매매 기법 등을 먼저 공부해 성장주 중심의 단기투자로 초기자금을 불릴 계획이다.
B군은 "친구들 중에는 넷플릭스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주식을 사고 싶어 하는 친구도 있다"며 "이번 기회에 열심히 주식을 공부해서 대학 등록금은 내 손으로 내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주식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올 추석 용돈을 이용해 첫 주식투자를 해보려는 10대 학생들도 늘고 있다. 적은 투자금으로 시작해 손실에 대한 부담이 적고 일찍부터 금융지식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모들도 이를 적극 권장하는 모습이다.
여의도 증권가 / 이형석 기자 leehs@ |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성년자라도 부모의 동의가 있다면 증권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신분증과 가족관계증명서, 본인증명서, 도장을 가지고 증권사 영업점에 부모님과 동행하면 된다. 계좌를 만든 이후에는 성인처럼 자유롭게 여러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올 추석 연휴 이후 미성년 자녀의 증권계좌를 개설하려는 부모들의 발걸음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 예금 대신 주식투자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더 좋겠다는 부모들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식투자를 처음하는 학생의 경우, 시드머니가 적기 때문에 장기투자보다는 스몰캡(소형주)에 분산투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또 1주당 가격이 10만원을 넘어갈 경우 주식투자에 대한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3000원~8000원 사이에 가격이 형성된 종목을 중심으로 분산 투자를 하는 게 좋다.
다만 평소 관심이 있던 기업이라면 우선 적은 주식을 구매한 뒤 적립식으로 조금씩 주식 수를 늘려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기투자로 시드머니를 불리되 장기투자에 대한 장점 등도 함께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전문적인 지식이나 투자 식견이 없는 상태에서 어려운 섹터로 손꼽히는 바이오 등에 투자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은 이미 학생 때부터 금융교육을 목적으로 주식투자를 가르치는 문화가 자리 잡았는데 한국도 올해 들어 주식열풍이 불면서 자녀들을 일찍 주식투자에 입문시키는 것 같다"며 "목돈이 없는 학생들로서는 명절 용돈을 바탕으로 조금씩 주식투자를 배우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imb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