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주펀드, 올해 들어 자금 2.5조 유출
[서울=뉴스핌] 김세원 기자 = 초저금리 시대에 안정적인 투자처로 각광받던 배당주펀드가 외면받으면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통상 9~10월이 되면 연말 배당을 노린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배당주는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상장사들의 실적 악화로 배당이 감소하면서 배당주에 투자하는 배당주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바이오와 비대면 중심으로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간 점 역시 투자자들로 하여금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한 배당주를 외면하게 만드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국내 고배당주는 대체로 금융업과 산업재, 소재, 에너지 등 경기민감 업종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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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설정액 10억원 이상의 국내 배당주펀드 267개에서 투자금 2조5527만원이 빠져나갔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테마형 펀드 중 ETF(상장지수펀드) 다음으로 올 들어 설정액 감소폭이 컸다. 특히 이 금액 중 60%에 해당하는 1조5400만원의 자금이 최근 3개월 사이에 유출됐다. 최근 한 달 동안에는 1317억원어치의 투자금이 이탈했다.
이처럼 배당주펀드에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된 것은 저조한 수익률 때문으로 풀이된다. 배당주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1.45%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인 7.89%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배당주펀드의 최근 3개월, 1개월 수익률도 각각 6.10%, 1.07% 기록하는 데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실적 악화를 겪으면서 중간 배당을 포기한 기업이 속출한 것도 배당주펀드 자금 유출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2월 결산 상장법인의 반기(6월) 배당금 규모는 2조9208억원으로 3조7218억원을 기록한 지난해 동기 대비 약 22% 감소했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이 실물경제로 직접 전해지며 경기민감 업종의 실적 전망이 가파르게 둔화됐다"며 "이와 관련된 충격이 금융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와 국제유가 급락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 하락이 가속화 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배당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으로 일부 배당 기업들이 배당금을 줄이거나 지급하지 않는 등 배당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며 "이에 배당주에 대한 수요가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유업계의 대표적인 고배당 기업으로 분류됐던 SK이노베이션과 S-Oil(에쓰오일)은 올해 중간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지난해 중간배당 지급액이 2630억원에 달했던 현대차도 경영 불확실성을 이유로 올 6월에는 지갑을 닫았으며, 현대모비스 역시 중간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2년 연속 중간배당을 실시했던 두산도 올해는 포기했다. 이외에 두산밥캣과 롯데지주, 코웨이, 하나투어가 중간배당을 하지 않았다.
중간배당에 나섰더라도 그 규모를 축소한 상장사들이 줄을 이었다. POSCO(포스코)의 중간배당액은 지난해 2분기 1602억원에서 올해 2분기 399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KCC의 배당액은 98억에서 58억으로, 대교는 87억원에서 4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나금융지주는 1500억원에서 1458억원으로 중간배당액이 소폭 줄었다.
다만 국내 증시가 조정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다시 소외됐던 배당주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특히 최근 증시 상승세를 이끌어온 성장주들이 주춤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인한 충격이 다소 완화되면서 고배당 상장사들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강봉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조정 없는 상승 지속에 대한 피로감과 외국인 수급 부진, 성장주 상승세 둔화 등으로 단기 하락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증시 방향성이 모호한 현시점에서는 배당주 투자 환경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saewkim9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