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자기결정권·인격권 등 침해…기관 경고 조치 등"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 1930년생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A할머니는 2015년 위안부 할머니들이 함께 사는 나눔의집에 입소했다. A할머니는 개인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꺼렸다. A할머니 가족도 나눔의집에 올 때마다 할머니 신상을 공개하지 말아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
A할머니는 대통령과 외교부 장관, 여성가족부 장관, 각종 단체가 나눔의집을 방문할 때마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2017년 1년 동안 참석한 내·외부 행사만 28회가 넘었다. 결국 기념사진은 A할머니 의사와 관계없이 나눔의집 자료집으로 묶여 홈페이지에 공개됐다.
20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 결과 나눔의집이 그동안 신상 비공개를 요청한 위안부 피해 할머니의 개인정보를 외부 홍보에 사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물 증축 공사를 할 때 충분한 안내를 하지 않고 할머니 개인 물품을 옮기거나 망가트렸다. 특히 나눔의집 운영자들은 할머니들에게 '버릇이 나빠진다' 등 언어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 집' 마당에 고 강덕경 할머니 추모비 뒤로 '일왕은 사죄하라. 일본은 배상하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사진=뉴스핌DB] |
인권위는 비공개 요청에도 신상 정보를 외부에 공개한 것은 자기결정권과 인격권·명예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할머니들이 반대 의사를 표시했는데도 개인 물건을 함부로 옮기는 것은 부당한 처사였으며, 운영자들의 언어 폭력은 충분히 모욕적인 발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인권위는 ▲해당 기관에 경고 조치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위안부 할머니·유족과 협의 ▲나눔의집 관계자 특별인권교육 수강 등을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는 할머니들이 나눔의집이 후원금을 부당하게 사용했다고 낸 진정은 현재 수사기관에서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각하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위안부 피해자 동의없는 신상 공개로 인권을 침해하는 등 나눔의집에서 인권침해가 다수 발견됐다"며 "기관 경고 및 재발 방지 조치와 특별인권교육 수강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