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도굴'이 문화재 도굴이란 독특한 소재를 통해 유쾌한 범죄오락무비의 전형을 선보인다.
이제훈과 조우진, 임원희, 신혜선이 박정배 감독의 장편 데뷔작 '도굴'로 만났다. 낯선 소재만큼이나 흥미로운 사건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활약한다. 권선징악적인 결말과 주제가 특별한 소재에 의미를 더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0.10.30 jyyang@newspim.com |
◆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도굴의 세계'…다만 너스레가 너무 과했나
박정배 감독과 주연배우 이제훈이 말했듯, '도굴'은 아주 친숙하지만 먼 단어다. 누구나 뜻을 알지만 누구나 쉽게 접할 순 없다. 영화는 천재 도굴꾼 강동구(이제훈)이 황영사 불상부터, 중국에 묻힌 고구려 벽화, 선릉에 파묻힌 조선의 엑스칼리버까지 훔쳐내며 대담하고 짜릿한 판을 벌이는 내용을 담았다. 그 과정에 한국의 인디아나 존스, 존스 박사(조우진), 엘리트 큐레이터 윤실장(신혜선), 삽질의 대가 삽다리(임원희)가 함께한다.
강동구 역의 이제훈은 데뷔 후 최초로 능청스럽고 말많은 사기꾼 캐릭터를 맡아 열연했다. 피부를 까맣게 분장하고, 수염을 기른 그의 얼굴은 천재 도굴꾼으로 손색이 없었다. 속사포처럼 쏟아내는 대사의 말맛도 꽤 보기좋게 살려낸다. 그간의 그의 연기를 봐왔다면 이제훈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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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은 윤실장 역으로 차분하고 도도하면서도 야망있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중국어, 일본어에도 능통하고 강동구와는 서로 속을 알 수 없이 팽팽히 맞선다. 중간에 로맨스 라인도 잠깐이나마 나온다. 조우진과 임원희는 '존스' '삽다리'라는 이름에 걸맞게 적재적소에서 역할을 한다. 다만 대부분의 인물이 너스레가 과한 느낌이다. 고유의 캐릭터성을 어필하기엔 뒷심이 아쉽다.
◆ 아쉬움 남는 '유기적 연결고리'…시원한 결말은 이상적·교훈적·성공적
'도굴'의 가장 큰 문제점은 흥미로운 사건은 있되, 연결고리가 없다. 황영사 불상부터 고구려 벽화, 선릉 도굴 계획이라는 사건들 사이 유기적 연결이 부족하다. 막바지로 갈수록 '강동구의 큰 그림'이라는 흐름으로 정리되는 듯 하지만, 사건이 그저 나열식으로 등장한다는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그러다보니 사건과 인물이 지나치게 많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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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한국식 케이퍼무비의 요소들을 갖췄지만, '도굴'만의 '무엇'이 보이지 않는다. 강동구와 윤실장의 로맨스 텐션을 비롯해 긴장감과 리듬감을 살리기 위한 어떤 장치도 효과적으로 발휘되지 못했다. 다만 후반부 반전이 주는 은은한 쾌감과 시원한 결말은 성공적이라 할 만하다. 이 결말이야말로 문화재청의 촬영 협조를 받아낸 결정적 한 방이 아니었을까. 오는 11월 4일 개봉.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