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박원순 성추행 의혹 취재차 몰래 들어간 혐의
법원 "관공서 법익침해한 취재행위 허용 안돼"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 당시 서울시청 청사 안 사무실에 몰래 들어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직 기자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는 18일 오후 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모(45) 조선일보 기자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임시 선별진료소(오른쪽 하얀 천막)가 설치돼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2020.12.17 alwaysame@newspim.com |
정 판사는 "이 사건은 피고인이 이른 아침 청소를 위해 문을 열어놓는 등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사무실에 진입해 평온을 해한 사건"이라며 "기자로서 취재를 위한 것이고 대상이 공공기관 사무실이기는 하나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취재행위는 허용될 수 없고 특히 관공서의 신뢰를 훼손한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다른 범행전력이 없고 범행을 인정하고 있으며 위법행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며 "사무실을 나오는 과정에서 폭력이나 위계를 저지르지 않은 점, 범행횟수와 (범행 장소에) 머무른 시간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합법적·상식적 취재는 보호돼야 하나 불법적 취재에 있어서는 엄격한 책임을 물어 취재 질서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징역 6월의 실형을 구형했다.
정 씨는 최후진술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에 대한 욕심이 지나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고 큰 물의를 일으켰는데 앞으로 성숙한 시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선처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는 서울시 취재를 담당하던 지난해 7월 17일 오전 7시 경 관리인의 허가를 받지 않고 서울시청 본청 9층에 있는 여성가족정책실장 집무실에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여성가족정책실은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 성추행 의혹 사건 조사를 위해 민관합동조사단 구성을 추진하고 있었고 정 씨는 여성가족정책실장 책상 위 문건들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다 직원에게 적발됐다.
이후 서울시는 정 씨를 경찰에 고발했고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정 씨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정 씨를 건조물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한편 서울시 출입기자단은 사건 이후 해당 매체의 서울시 출입 등록을 취소하는 기자단 제명을 징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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