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하나‧우리 지난해 총 배당액 2조2629억원
2020년 평균 배당성향 26%→21% 축소
금융지주, 중간·분기 배당 등 주주환원 정책 고심
[서울=뉴스핌] 이정윤 기자= 국내 4대 금융지주의 배당액이 6000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금융당국의 배당 축소 권고에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배당성향을 낮춘 영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2020년 총 배당액은 2조2629억원으로 지난해(2조8670억원)보다 6041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대비 21.1%가 감소한 것이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 2019년 보통주 기준 평균 배당성향은 26%에서 2020년 21%로 약 5%포인트(p) 가량 떨어졌다.
지주별로 보면 2019년에 27%로 가장 높은 배당을 했던 우리은행은 지난해 20%로 낮춰지면서 배당액이 5056억원에서 절반 가량 깎인 2600억원으로 가장 많이 줄었다. KB금융은 2019년 8610억원이었던 배당액이 지난해 6897억원으로 1713억원 줄었다. 신한금융은 8839억원에서 7738억원으로, 하나금융은 6165억원에서 5394억원으로 각각 1101억원, 771억원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전체회의를 열고 배당 총액을 순이익의 20% 아래로 낮추라는 내용을 담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 은행들의 건전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올해 6월까지는 자본금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향후 건전성을 '스트레스테스트' 방식으로 했다. 1997년 외환위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이 온다면 버틸 수 있는가를 본 것이다. 테스트 결과 국내 은행 중 신한금융, 외국계 중에서는 씨티은행만이 시스템적 중요은행(D-SIB) 기준 보통주자본비율 8%, 기본자본비율 9.5%, 총자본비율 11.5%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KB와 하나, 우리금융은 배당성향을 20%로 맞췄고, 신한금융은 당국의 권고를 웃도는 22.7%로 결정했다. 외국계은행인 한국씨티은행도 배당성향 20% 선을 지켰다. NH농협금융과 SC제일은행은 이달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과 주식 투자 열풍으로 인해 대출이 늘어나고 비은행 부분이 선전하면서 높은 실적을 냈다.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전체 당기순이익은 총 10조8143억원이다. 증권사 평균 추정치인 10조9100억원보다는 다소 낮고, 2019년(10조9791억원)을 소폭 하회하는 수치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등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높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당국의 권고로 인해 배당을 충분하게 하지 못한 금융지주들은 다양한 주주 환원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재무제표를 승인하고 분기 배당이 가능하도록 관련 정관 개정을 의결했다. 오는 25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확정되면 분기 배당이 가능해진다. 신한금융은 이르면 하반기에 분기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은 이번 배당부터 우리은행 등 주요 자회사의 이익잉여금 뿐만 아니라 지주의 이익잉여금도 활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자본준비금 감소의 건'을 추가로 결의했다. 자본준비금으로 잡혀 있던 4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옮겨 이를 배당에 쓰겠다는 뜻이다.
향후 추가 배당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자회사에 대한 과도한 배당의존도를 낮추고, 자본 구조 개선을 통해 코로나19 안정시 자본적정성 유지 범위 내에서 다양한 시장친화적 주주환원정책을 추진하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KB금융과 하나금융도 적극적 배당을 약속했다. 이환주 KB금융지주 CFO 부사장은 "불확실성이 완화된다면 적극적인 자본정책으로 주주환원을 빠르게 개선할 것"이라며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중간 배당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CFO 전무는 "중간 배당, 기말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주주가치를 지속적으로 증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6개월 한정'인 배당 축소 권고가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배당 자제와 관련해 "6개월 후 은행의 자본 건전성을 보고 정상화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시국이라는 특수성과 한시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이번 배당 축소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6개월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주주이탈과 주가하락이 불가피해 마냥 수용할 수만은 없을 문제"라고 말했다.
jyo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