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멀티버스' 2월12일부터 12월 5일까지
가상현실, 인공지능, 자율주행 등 첨단기술 활용 실감 콘텐츠 전시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컴퓨터가 만든 가상현실(VR) 속 허구의 세상은 실재가 아닌 걸 알면서도 현실로 느끼며 빠져나오지 못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 머물게 하는 VR 기술에 감탄하면서도 현실과 너무 닮아 있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 미술관에서 마주하게 되는 VR은 관람객을 어디까지 데려다줄 수 있을까.
서현석의 'X(무심한 연극)'는 VR체험을 기반으로 한 미술 작품으로 일상적 현실과 허구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작품명 'X'는 칸트의 인간의 감각이 이를 수 없는 대상을 칭한 기호 'X'에서 착용했다. 'X'는 다다를 수 없고, 상상될 수도 없는 절대적인 관념으로 존재한다.
작가는 참여형 퍼포먼스 'X'를 통해 관람객이 실제 장소와 환영의 사이를 탐색하는 여정으로 구성했다. 관람객은 VR 장치를 착용하고 실제 미술관의 장소를 누비게 된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현실처럼 작품도 우리가 사는 세상과 닮았다. 그래서 관람객은 가상과 현실에 대한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 이러한 여정에서 작가는 관람객에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이 세상에서 잠시 머물다 가게 되는 자신의 존재 의미를 들여다보게 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서현석, X(무심한 연극), 2021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3.18 89hklee@newspim.com |
VR은 컴퓨터로 만들어낸 가상 공간을 실제처럼 체험할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이다. 가상현실을 경험할수 있는 VR장치 HMD(Head Mounted Display)를 머리에 쓰는 순간 자신이 처한 현실과 차단되고 온전히 가상 세계로 빨려들어가는 자신을 볼 수 있다.
서현석의 'X'는 40분간 진행되지만, 시간이 흘렀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몰입도는 대단하다. 기존 미술관에서 볼 수 없던 공연장과 분장실 등의 공간을 접하게 되고 다소 낯선 체험에 두려움도 느낄 수 있다. 이때 미술관 관계자의 도움이 따라오고, 필요한 경우 작은 스킨십도 있다.
무엇보다 VR체험으로 미술관 전체를 걸어다니는 행위까지 하게 되는데, 이는 전시를 보며 하는 행위인 '걷기'와는 또다른 성격의 걷기를 체험으로 이어진다. 미술관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경험과 퍼포먼스가 동시에 이뤄지는 셈이다. 작품은 사전예약을 통해 한 사람씩 관람이 가능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립문화시설 실감콘텐츠 체험관 조성' 사업의 일환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매년 진행하는 다원예술 프로그램을 올해는 '다원예술 2021:멀티버스'로 기획해 가상현실, 인공지능, 드론, 자율주행과 같은 최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예술작품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계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보고 느끼며 질문하도록 제안한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권하윤,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 2021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3.18 89hklee@newspim.com |
서현석을 비롯해 권하윤, 김치앤칩스, 안정주·전소정, 정금형, 후니다킴 등 6팀이 참여한다. 서현석의 프로젝트는 지난 16일부터 시작돼 4월16일까지 이어진다. 가장 먼저 권하윤의 '잠재적인 마법의 순간을 위한 XX번째 시도'도 VR을 활용한 작품으로 2월12일 개막해 오는 28일까지 볼 수 있다.
이후 자율 주행이 탑재된 인공지능 드론 등을 활용한 안정주·전소정의 '기계 속의 유령'은 5~8월, 로보틱 거울모듈과 천체망원경, 스튜어트 플랫폼을 이용한 작품인 김치앤칩스의 '헤일로'와 '무제'는 6~7월, 로봇으로 만든 정금형의 '장남감 프로토타입'은 8~9월, LiDAR센서와 자율주행 기술로 만든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는 10~12월 관람객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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