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복제인간을 통해 삶과 죽음의 의미를 통찰한다. 끝없는 욕심이 가져온 불행과 파멸 앞에 죽음조차 귀중한 인간의 존엄이자 권리임을 깨닫는다.
이용주 감독의 신작 '서복'이 12일 언론배급시사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공유, 박보검의 호흡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차례 개봉이 연기된 비운의 작품. 인간의 영생에 이용하려는 목적으로 태어난 복제인간 서복(박보검)의 운명과 생애 끝에서 마지막 희망과 인간성을 내보이는 기헌(공유)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존엄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의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1.04.12 jyyang@newspim.com |
◆ 누구도 그려본 적 없는 설정·이야기…박보검의 숨겨진 얼굴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은 뇌종양으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복제인간 서복을 운반하는 극비 프로젝트에 투입된다. 죽지 않는 존재인 서복을 통해 자신의 죽음 역시 미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했던 그는 서복에게 닥친 현실과 타고난 운명을 알게된다. 무시무시한 가능성을 지닌 서복에게 어떤 동정이나 도움은 필요없지만, 기헌은 자꾸만 그를 지키려 뛰어든다.
공유는 기헌 역을 통해 지나온 삶을 돌아보고, 후회하는 인간을 그려냈다. 서복을 통해 자신의 삶이 연장될 것을 기대하는 그는 어차피 언젠가는 죽게 될 인생이지만 두려움에 비겁했던 과거를 후회한다. 전직 요원답게 잘 훈련된 액션과 실감나는 감정 연기로 관객들을 마치 현실같은 판타지에 몰입하게 한다. 서복의 삶과 마주하고 유일하게 계속해서 가장 인간적인 선택을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의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1.04.12 jyyang@newspim.com |
박보검은 서복 역을 맡아 그간의 잘생기고 모범적인 이미지를 다소 벗어냈다. 감정이 없는 듯 차가운 눈동자와 표정으로 무한한 힘을 쏟아내는 장면은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다. 연구소에서만 생활한 탓에 진짜 삶을 경험해본 적 없는 무지한 상태도 꽤 그럴싸하게 표현한다. 서복은 기헌을 통해 진짜 인간의 삶이 무엇인지 어렴풋하게 체험하게 되고 결국 자신이 '무엇이 될 수 있을지' 정해진 길을 가려 한다.
◆ 올해의 첫 대작 영화 기대감 충족…'감성 블록버스터' 이름값 제대로
'서복'의 미덕은 다소 무리한 설정을 별 무리없이 받아들이게끔 꽤 훌륭한 만듦새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세련된 연출과 연기, 비주얼적 구현의 삼박자가 맞아떨어졌다. "삶을 의미있게 하는 건 결국 죽음"이라는 식의 직접적인 대사가 등장하긴 하지만, 영화의 메시지는 투박하면서도 그리 촌스럽지 않게 객석에 전달된다.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의 한 장면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21.04.12 jyyang@newspim.com |
특히 서복이 탄생한 배경, 임박사(장영남)와 관계성 등은 '서복'을 단지 SF 판타지에 머무르게 하지 않는다. 애써 담담하게 "(사람을 살리는 데 이용되는 게) 내가 태어난 이유"라고 하거나 "나도 무언가가 되고 싶었다"고 말하는 서복은 객석에 설명할 수 없이 무력하면서도 먹먹한 감정을 전달한다.
결국 이용주 감독은 인간의 욕심으로 만들어진 존재 역시도 존엄한 생명이라는 메시지로, 과학의 발전과 함께 동반되는 부작용과 문제의식을 건드린다. 동시에 살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예정돼있는 죽음마저도 인간이 누려야할 존엄이라고 말한다. 묵직한 액션과 초자연적인 장면들을 구현한 특수효과, 의미있는 메시지까지 모두 담은 웰메이드 감성 SF 블록버스터라 할 만 하다. 오는 15일 극장 개봉과 동시에 티빙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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