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배우 공유가 영화 '서복'을 한국형 SF 감성 드라마로 완성했다. 전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아 마치 신과 마주한 듯 유약한 인간으로 대중 앞에 섰다.
공유는 영화 '서복'의 15일 공개를 앞두고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작품 안팎의 이야기를 직접 들려줬다. 그는 영화에서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으로서, 죽음을 마주하고 내면의 두려움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영원히 죽지 않는 서복의 대척점에서 그와 대비를 이루는 인물이다.
"평소에 특별히 이런 생각을 하고 살지는 않지만 막연하게나마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잘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고민들을 해왔죠. 때마침 시나리오가 들어왔는데 덜컥 저한테 질문을 던지는 부분이 있었어요. 재밌었던 건 정말 간단한 질문 같지만 주저하면서 대답을 잘 못하겠는 스스로를 봤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 얘기가 궁금하고 하고 싶었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에 출연한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2021.04.13 jyyang@newspim.com |
박보검과 공유가 투톱 주연으로 출연하지만 홍보 일정은 공유 혼자 소화한다. 박보검이 현재 해군으로 입대해 현역으로 복무 중이기 때문. 공유는 지난 12일 언론시사회 직전에 그에게 연락이 왔다며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어제 언론시사 직전에 문자가 왔어요. '개봉할 수 있어서 너무 좋고 언론시사가 저도 떨린다. 힘 내라'고요. 기대를 안했던 연락이라 반가웠고 군대에서 요즘 핸드폰 쓸 수 있는지 몰랐어서 놀랐죠. 계속 '서복'에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는 것 같아 기분도 좋았고요. 나중에 시사도 잘 했고 영화 잘 봤다고, 다 잘 했다고 답장도 했죠."
한국에서 흔치 않은 SF 장르 영화에 도전하면서, 주연배우로서 여러 고민이 있었을 법 했다. 아니나 다를까 공유는 "상업영화에서 전달하기 너무 큰 이야기인가? 사람들이 이걸 안궁금해하거나 듣기 싫어하려나? 하는 고민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저로서는 피할 수 없었던 게 살아가면서 충분히 할 법한 고민이라 각했고, 평소에도 막연하게나마 해왔던 고민들이어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작품을 촬영하면서 그 고민이 해갈이 되진 않았지만 아마 평생을 고민하면서 살아가야 할 문제가 아닐까 싶어요."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에 출연한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2021.04.13 jyyang@newspim.com |
극 중에선 시한부인 기헌과 복제인간 서복의 처지가 비교되면서, 죽음이 있기에 삶이 의미있으며 죽음조차 인간의 권리이자 존엄이라는 아이디어가 꽤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유 역시 이 같은 생각에 동의한다며 이 영화의 결말인 서복을 향한 마지막 기헌의 선택을 언급했다.
"서복과 기헌의 마지막 선택이 엔딩에 나오는데, 감독님도 고민이 많으셨고 저도 대화를 많이 나눴어요. 사실 영화상에 보이는 건 짧지만 촬영할 때 제 마음이나 호흡 자체가 훨씬 길게 지속됐죠. 서복이 절 계속해서 다그치고 신이 인간을 테스트 하듯이 불이 붙은 자동차를 싱크홀에 떨어뜨리려고 위협을 해요. '내가 죽으면 너도 죽음을 맞아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느냐' 어려운 숙제를 주는 듯한, 동시에 반대로 서복에게는 제가 구원을 줄 수 있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겼거든요. 기헌이 아니고 공유였어도 똑같이 선택은 했을 거예요.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방아쇠를 못당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어요."
특히 공유와 박보검의 브로맨스 케미가 영화 제작 단계부터큰 화제가 됐다. 극 중에선 기헌과 서복이 서로의 입장을 알게 되고 이해해나가는 장면, 인물들 간의 관계성이 살아나면서 꽤나 감성적인 드라마로 완성됐다. 공유는 바로 이 부분을 즐길 만한 포인트로 꼽았다.
"남자 후배와 영화를 쭉 끌어간 건 처음이었지만 연기하는 게 많이 다르진 않았어요. 똑같이 상대에게 충실했고 애정을 가지고 바라봤죠. 서복이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다보니 서로 자극이나 영감을 주고받는 건 덜했지만요. 보검이는 또 반대로 감정을 절제하는 연기를 해야 해서 힘들었을 거예요. SF라는 외형은 갖고 있지만 애초에 감독님이 가려는 방향이 드라마적인 요소를 살리는 거였어요. 저도 그걸 알고, 그 점이 좋아서 이 영화를 하게 됐죠."
[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영화 '서복'에 출연한 배우 공유 [사진=매니지먼트 숲] 2021.04.13 jyyang@newspim.com |
공유는 마케팅적으로 쓰인 '브로맨스'라는 단어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극중 서복과의 관계를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가능성을 얘기했다. 직접 연기했던 기헌으로서, 또 공유로서 등장인물인 서복에게 느꼈던 감정도 한 가지로만 설명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아주 심플하게는 두 사람이 형제처럼 보이기를 원했죠. 진지하게는 제가 애 취급을 하는 서복의 존재가 한낱 유약한 인간 앞에서 질문을 던지는 신과 같은 존재로 느껴졌어요. 감독님도 의도가 확실히 있으셨고요. 일종의 메타포 같은 느낌이죠. 극 중 기헌과 서복은 대척점에 서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살아야만 하는 사람이고 얘는 죽어야만 하는 사람이에요. 영생 속에서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연민의 마음을 느꼈을 것 같아요. 아이러니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유대감이 자연스럽게 나온 것 같아요."
공유는 민기헌을 비롯해 그간 맡아온 캐릭터들을 선택하면서 '연민의 마음'을 적잖이 느꼈다고 했다. 그리고 이같은 마음이 작품 선택에도 영향을 줬음을 부정하지 않았다. 공공연히 작품 프로듀싱 욕심을 드러냈던 그의 생각은 지금도 유효했다. 다만 '고요의 바다'를 제작하는 선배 정우성을 통해 한층 마음을 다지게 됐다며 웃었다.
"제 스타일이 좀 그런가봐요. 이 사람한테 연민을 느끼는지 여부가 선택에 영향을 미친 느낌이죠. 요즘은 한국 콘텐츠를 아시아 뿐만 아니라 전세계가 주목한다는 게 기정사실처럼 보여요. 자부심과 책임감이 동시에 느껴져요. 기획이나 프로듀싱에 욕심은 여전한데 정우성 선배 보면서 반성 많이 했어요.(웃음) 하고 싶다고 무작정 덤빌 일은 아니구나. 누구보다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임하시는 거 보면서 함부로 까불지 말아야겠다 싶었죠. 그럼에도 언젠간 도전해보고 싶어요. 연출이 아니라 팀을 꾸리고 기획을 해서 원석을 작품화해보는 날을 꿈꾸죠."
jyya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