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핌] 김태진 기자 = 93세 아버지를 둔기로 때려 살해했으나 정당방위가 인정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50대 딸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전고법 제3형사부(재판장 정재오)는 20일 오후 2시 231호 법정에서 존속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A(52.여)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2019년 5월 1일 오후 2시40분께 아버지 B(93) 씨 집에서 함께 술을 마시다 함께 모친 이야기를 하던 중 아무런 이유 없이 B씨를 둔기 등으로 마구 때려 상해를 입혀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대전법원종합청사 전경 [뉴스핌=DB] |
그러나 A씨는 1심에서 B씨가 사건 당시 성폭행을 시도해 방어하기 위한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진술이 수사단계의 최초부터 항소심에 이르기까지 계속해 바꼈다며 신빙성이 결여돼 검찰의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B씨의 명예를 위해 자신이 다 안고 가기로 마음먹었다던 A씨가 8개월간 정당방위를 주장하지 않았고 A씨가 B씨의 장례절차를 마친 뒤 엄마에게 '장례를 마치면 이사간다. 세상에 저런 엄마는 없다'는 문자를 보면 A씨는 이 사건 이전부터 가족들을 원망한 것으로 보이는 점도 진술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이 현장상황과 객관적으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가 범행 당시 웃옷을 벗은 상태에서 격렬히 다투다 상해를 입었다고 진술했으나 피해자의 웃옷에 혈흔이 묻어 있었다"며 "또 피고인이 부친의 가슴까지 이불을 덮어줬다 주장하는데 모친의 진술에 의하면 얼굴까지 덮여 있었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아버지에 대한 존속상해치사 범행을 숨기기 위해 아버지를 성추행범으로 몰아가는 파렴치한의 모습을 보였다"며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상당히 크다"는 등의 이유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A씨는 "거짓말을 한 것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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