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KYD 디데이
글로벌 특파원

속보

더보기

[최헌규특파원의 금일중국] 한중수교 29주년, 현지에서 본 중국의 어제와 오늘 ①

기사입력 : 2021년08월24일 12:18

최종수정 : 2021년08월27일 13:19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한중 수교 일주일 전인 1992년 8월 17일 텐진(天津) 공항. 수교전이라 정규 항공편으로 베이징 수도 공항에 못가고 일주에 한번 왕래하는 김포발 아시아나항공 전세기를 타고 중국 수도 베이징 관문인 이곳에 내려 처음 중국 땅을 밟았다. 막 지어진 듯한 텐진 공항은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바뀔 정도로 단정하고 깨끗한 모습이었다.

1992년 여름 수교전 백두산 천지 관광을 위한 여정. 텐진 공항서 해체 직전의 낡은 봉고차를 타고 두시간 쯤 달려 베이징 역에 도착했다. 16년 뒤인 2008년 이 길엔 중국 최초로 고속철이 놓였고 이동시간도 30여분 정도로 단축됐다. 1992년 8월 17일 유난히도 무덥던 여름날 오후 베이징 도심의 베이징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역 광장은 콩나물 시루와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코끝을 자극하는 익숙치 않은 매케한 향, 숨이 턱 턱 막히는 폭염. 광장의 남성들 절반은 아예 웃통을 벗어제낀 채였다.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해서인지 매표 창구도 대합실도 모두 철망과 함께 셔터 문을 내려놓고 있었다. 백두산을 가기 위해선 이곳에서 먼저 지린(吉林)성 장춘(長春)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하지만 표 판매가 언제 재개될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요령이 있는 조선족 안내원 원 과장 덕분에 표를 구할 수 있었고 한나절 쯤 뒤에 베이징 역을 벗어날 수 있었다. 열차안에서 그는 베이징시 교통운수국 지인을 통해 표를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동북으로 가는 열차는 한칸이 6개의 침대로 이뤄진 잉워(硬臥, 딱딱한 침대칸)였는데 지저분하기 이를테 없었다.

기자는 우연히 29년 후인 2021년 6월 말 베이징역에서 출발해 똑같은 행선지 백두산 여행에 나섰다. 기차표 구매는 이젠 인터넷 예약후 신분증(여권)만 지참하면 됐고 침대칸은 당시와 비교도 할 수 없이 깨끗하고 쾌적했다. 29년전 스무시간이 넘던 주행시간도 7시간 정도로 단축됐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2021년 6월 24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승객들이 베이징 역 광장을 지나 각자의 행선지로 향하고 있다.  2021.08.24 chk@newspim.com

기차는 다음날 저녁 장춘역에 도착했다. 텐진 공항서 기자를 마중한 조선족 원 과장은 식사를 하자며 장춘 인근 한 화공회사 구내 식당으로 안내했다. 그는 이곳이 자신이 속한 단위(기관, 직장)라고 소개했다. 공장 인근에 넓은 공회당과 함께 큰 마을이 접해있었다.

원 과장은 회사내에서 한국 전문가로 인정을 받고 있었고, 그의 주 업무는 한국 기업 자본을 유치하는 일이었다. 중국내든 한국에서든 한국 관계자를 만나는게 그의 주요 임무였다. 그는 외자 유치 건으로 수교전이지만 이미 서울도 수십차례 다녀왔다고 소개했다.

수교전 중국 사회의 '코리안 드림'은 하늘을 찌를 태세였고 그 중심은 한국과 소통이 손쉬운 조선족들의 삶의 터전인 동북지방이었다. 수교전 이미 많은 조선족 보따리상들이 서울로 몰려갔고 장춘과 지린시, 옌변자치주 일대에는 각종 한류가 태풍처럼 불어닥쳤다.

원 과장은 수교전 일찌감치 한류붐이 일면서 과거 동북지방의 조선족과 한족사회에서 꽃파는 처녀나 피바다 등 북한 가극 CD 등이 밀려나고, 대신 대한민국의 음악과 드라마가 유행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한국 열풍은 2017년 이후 사드로 급랭했고 수교 29년인 2021년 여름 한중 문화교류 현장은 여전히 꽁꽁 얼어붙어있다.

이런 가운데 8월 24일 수교 29주년을 맞아 한중관계 미래 발전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나름 기대를 갖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측 사회문화 분과의 홍인표 위원은 위원회가 사드와 코로나19의 장애를 뛰어넘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데 지혜를 모을 것이라고 24일 뉴스핌에 밝혔다.    

[베이징=뉴스핌] 최헌규 특파원 = 중국 수도 베이징의 베이징 역 플랫폼에 지린성 장춘행 열차가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2021년 6월 24일 뉴스핌 촬영.  2021.08.24 chk@newspim.com

당시 원 과장은 '한국 돈 5000만 원 이라도 좋으니 우리회사에 투자할 수 있게 알아봐 달라'고 말했다. 이 화공 공장은 직원이 2만 명을 넘을 정도로 큰 규모의 회사였다.

이런 대형 회사가 5000만 원도 좋다며 투자를 호소하고 나선 것은 그 시절 중국의 달러 수요가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말해주는 단적인 사례였다. 이것은 중국이 혈맹 북한의 비위를 거스르며 한국과 수교를 서두른 가장 큰 이유중 하나이기도 하다.

달러는 중국 개혁개방 경제를 움직이는 동력이었다.  쌀 한톨을 아끼듯 중국이 달러 한장을 얼마나 소중히 하는지 기자는 당시 텐진 공항을 통해 귀국하는 길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1992년 8월 24일 오후. 기자는 여름휴가를 이용한 일주간 백두산과 동북 지역 여행을 마치고 귀국을 위해 다시 텐진 공항으로 돌아와 탑승을 기다렸다. 하지만 항공편은 무려 4시간이 넘게 연착됐다. 장시간 연착의 이유는 탑승 후에 알게됐다.

석간 기내 신문은 헤드라인으로 한국의 이상옥 외교부 장관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기침 중국 외교부장(장관)과 한중 수교 서명식을 가졌다는 소식을 대서특필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연착 이유는 수교 체결 외교단 특별기 일정때문이었다.

항공편이 연착되는 동안 기자는 새로 지어진 텐진 공항 구석 구석을 돌아보면서 시간을 보냈다. 면세점엔 차와 차 도구, 실크 스카프, 백주 등이 진열돼 있었는데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당시 중국 여행 때는 달러를 가져가 입국장 환전소 등에서 '위안화 외환 태환권'을 교환해 사용했다.

아직 경제력이 보잘것 없을 때여서 인지 당시 중국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위안화는 지금과 달리 화폐 가치가 그다지 없어보였다. 일주일 간 중국을 다니면서 쓰다 남는 외환 태환권은 달러로 환전해서 와야했는데 외환은행격인 '중국은행'이 창구를 닫아놓고 있었다.

한중 왕래가 잦은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달러를 내주지 않겠다는 심산인지 상습적으로 저런다고 들려줬다. 기념품으로 몇장 남기고 할 수 없이 면세점의 조악한 물건들을 몇점 구입해 남은 외환 태환권을 모두 소진해야 했다.

그로부터 29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오히려 넘치는 달러를 주체하지 못해 고민이다. 2021년 7월 말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3조 2359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1위로 일본 외환 보유고 두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인기없던 위안화는 세계 각국의 외환준비고중 5위 통화가 됐고 무역 결제 비중도 빠르게 늘고 있다.  <2편에 계속>

베이징= 최헌규 특파원 chk@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이재명의 사람들] '집사' 김남준 [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김남준 대통령 제1부속실장은 '진심으로 이재명을 위하는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해 총선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당대표로서 확고한 리더십을 확립하면서 '이제는 민주당 의원 170여명 모두가 친명(친이재명)'이라는 말이 나올 때도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안위와 향후 행보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진짜 이재명의 사람'으로 평가받았다. 그렇기에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선택에 매번 신중하고 우려스러운 시각을 나타냈었다. 일례로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의 당대표 연임을 반대했다. 지난해 6월쯤 당내 기류는 '리더십이 공고한 이 대통령이 한번 더 당대표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참모인 김 실장은 "당을 위해선 연임을 하는 게 맞겠으나 본인(이재명)의 대권을 위해선 안하는 게 맞다"는 입장이었다. 조기대선을 예상할 수 없던 그 시점에는 연임하는 당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 공천까지 책임질 각오를 해야 했다. 이미 총선을 압승으로 이끈 '성공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이 굳이 연임해서 지방선거라는 변수를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게 김 실장의 시각이었다. 김남준 제1부속실장. [사진=김남준 SNS]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 대통령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참전하는 것도 반대했다. 대신 원외에서 당대표에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 대통령이 너무 일찍 국회에 입성하면 이미지나 에너지 소모가 너무 클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오로지 '대통령 이재명'이 되는 데 유리한 선택이 무엇인지 고민한 것이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이 대통령의 'PI'(President Identity)를 고민하면서 온화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를 부각하려고 애썼다. 성남시장이나 경기도지사 때 이 대통령의 강한 이미지가 두드러진 만큼 대통령으로서는 신중함을 강조하려고 뒷받침했다. 그러한 노력 중 하나가 이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못남기도록 비밀번호를 바꾼 일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소통에 능한 이 대통령이 밤 늦은 시각에 '날 것 그대로'의 발언을 올릴까 우려해서다.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이 가능한 이 대통령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짧은 공중파 방송 인터뷰보다 1시간 이상 길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튜브 방송에 이 대통령이 출연하도록 조언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성남 지역 케이블방송 기자 출신으로 이 대통령과 함께 일한 지는 10여년 정도 됐다. 2014년 재선 성남시장이던 이 대통령은 김 실장에게 성남시 대변인 자리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에 당선됐을 때는 경기도청 언론비서관으로 일했다. 이후 국회에 입성해서도 김 실장은 의원실 보좌관, 정무조정부실장 등을 역임하며 이 대통령의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이번 대선 선거대책위원회에선 후보 일정팀 선임팀장을 맡았다. 언론인 출신인 만큼 언론 소통을 총괄해왔다. 국회 기자들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의 수사와 재판을 취재하는 법조 기자들도 김 실장이 직접 소통한 것으로 알려졌다. '체력 좋은' 이 대통령의 일정을 보좌하느라 계엄 직후인 올해 초에는 한동안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업무를 보기도 했다. 김 실장이 담당할 제1부속실은 대통령의 일정, 수행, 현안보고 등 대통령을 최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곳이다. 매 정권마다 대통령의 복심이 제1부속실장 자리를 맡아왔다. '문고리' 혹은 '문지기' 권력으로도 불린다. heyjin@newspim.com 2025-06-13 14:08
사진
李대통령, 오광수 민정수석 사의 수용 [서울=뉴스핌] 이영태 선임기자 =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전날 밤 사의를 표명한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의 사의를 수용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오광수 민정수석이 어젯밤 이재명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광수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사진=대통령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공직기강 확립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의 중요성을 두루 감안해 오 수석의 사의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이재명 대통령의 사법개혁 의지와 국정 철학을 깊이 이해하고 이에 발맞춰 가는 인사로 조속한 시일 내에 차기 민정수석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차명 부동산과 차명 계좌 의혹으로 오 수석이 물러난 만큼 차기 민정수석 검증 기준에 청렴함 등이 포함될 것이야는 질문에 "일단 저희가 가지고 있는 국정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분이 가장 우선적인 이재명 정부의 인사검증 원칙이라고 할 수 있겠다"며 "새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는 게 첫 번째 사명"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오 수석 건을 계기로 인사 검증 기준이라 원칙이 마련될 수 있느냐는 질의에는 "이 대통령이 여러 번 표방했던 것처럼 우리 정부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실용적이면서 능력 위주의 인사가 첫 번째 가장 먼저 포방될 원칙"이라며 "그리고 여러 가지 우리 국민들이 요청하고 있는 바에 대한 다방면적인 검토는 있을 예정"이라고 언급했다. medialyt@newspim.com 2025-06-13 09:43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