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문경원·전준호 작가가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을 통해 위기의 시대에 예술의 역할에 대해 묻는다.
전준호 작가는 2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에 위치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내 교육동에서 열린 'MMCA 현대차 시리즈2021: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언론공개회에 참석해 "이 전시는 DMZ의 한 마을을 소재로 했다. 이 곳이 단지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곳이 아니라, 인간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상과 이념의 충돌로 그려진 곳에 대한 고찰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9.02 alice09@newspim.com |
이날 윤범모 국립현미술관 관장은 "전시장을 둘러보니 열기가 가득찼다. 현대차 시리즈의 노하우가 많이 쌓이다 보니, 전시가 뒤로 갈수록 상당히 충실해지는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내비쳤다.
이어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에 기대가 크다. 지구상에 아주 독특한 마을인데, 그런 의미에서도 그런 공간을 작품에주 무대로 삼았다는 것이 기대가 크다. 비무장지대의 공간을 어떻게 현대미술관에 이끌어왔는지 함께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경원, 전준호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남측 비무장지대(DMZ)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배경으로 새로운 형식과 내용의 '미지에서 온 소식:자유의 마을'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며 2014년부터 10년간 매년 국내 중진 작가 한 명(팀)을 지원하는 연례전이다.
문 작가는 "한국 작가로서 저희 정체성을 담고 있는 한국에서, 독특한 이 마을을 통해 예술의 역할과 기능을 통해 서울에서 펼치게 돼 뜻 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시를 통해 소개되는 '자유의 마을'은 자동차 내비게이션에도 표시되지 않는 곳으로 1953년 정전협정 이후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냈다. 두 작가는 이 마을을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독특한 장소로 한정하지 않고, 인류사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탄생한 기형적 세계로 조망한다.
박주원 학예연구사는 "대성동에는 현재에도 20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이 전시를 준비하며 남한, 북한, DMZ, 자유의 마을 단어를 가지고 왔을 대 우려가 됐던 것은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상황을 표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까였다"고 밝혔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언론공개회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9.02 alice09@newspim.com |
이어 "하지만 이상한 형태의 제도와 조직 내에서 구조들이 계속 오류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그런 삶 속에서 반복적인 역사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부각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공간에서 드러난 자유의 마을은 같은 모양의 집이 즐비한 곳이었다. 마을의 이름과 달리, 정부의 제도 하에 동일한집을 제공받기 때문이다.
이에 박 연구사는 "이곳은 주민들의 행동 하나하나도 자유롭지 못하다. 그럼으로 '자유의 마을'이 가진 '자유'에 대한 모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부분은 두 작가는 대성동에 가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된 아카이브는 국가기록원을 통해 본 곳이다.
이에 전준호 작가는 "대성동에 가보려고 수많은 편지를 쓰고 요청을 했지만 그때마다 남북관계가 긴장상태에 놓였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가장 조심했던 부분이 한국사 아픔의 증거인 이곳을 소재로 가져와 다루는 인상은 주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의 마을은 자극적인 이슈를 건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도가 낳은 기형 등을 이 마을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 언론공개회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9.02 alice09@newspim.com |
전시는 영상, 설치, 아카이브, 사진, 대형 회화 그리고 연계 프로그램 진행을 위한 모바일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영상은 두개의 스크린이 등을 마주한 형태로 설치되며, 각각의 스크린 속 영상은 오랜 세월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고립된 삶을 살고 있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박 학예연구사는 "영상에는 인물 A와 B가 나오는데, 배우 박정민 씨와 갓세븐이자 배우 진영 씨가 공헌해주셨다. 두 인물은 영상 속에서 시간과 공간이 계속 분명하게 구분되지 않은 것 같은 증거들을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구분짓는 것이힘든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 작가는 "스크린 형태를 놓고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 또 관계자들도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공간 중 하나가 영상 공간"이라며 "저희는 형식적인 면보다 내용적인 면이 더 중요했다. 두 인물이 같은 공간에 존재하지만, 같은 시간대에 존재하는지 의문을 드리고 싶었다"며 이유를 밝혔다.
작품은 전시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돼 영상의 흐름에 따라 조명이 점멸하거나 음향이 흘러나오는 등 공간이 연출된다.
박주원 연구사는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대형 회화인 '풍경'을 꼽았다. 이는 영상 속에서 박정민이 겨울산을 배경으로무언가 찾아들어가는 공간이기도 하다.
박 연구사는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작가가 진짜로 전달하고 싶어하는 예술의 역할이 무엇인가가 드러난다"며 "우리가 현실과 비현실, 진실과 거짓이라는 이중적인 분리의 구조에서 경계에 서 있다고 한다면 작가가 거기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예술로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하는지를 회화가 표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사진=국립현대미술관] 2021.09.02 alice09@newspim.com |
회화를 그린 문 작가는 "전시의 마지막 방을 고민하면서 현실과 비현실 경계에서 자유의 마을을 상징하는 걸 재현하려고했다. 예술의 역사가 가진 시간의 맥락 안에서 자유이 마을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아닌지를 하나의 풍경으로 재현하고자했다"고 설명했다.
전시 기간 중에는 서울박스에 대형 플랫폼을 설치, 분야별 전문가들과 전시 의제를 토론해보는 '모바일 아고라'를 진행한다. 총 5회에 걸쳐 건축, 과학, 디자인, 인문학 등 전문가를 초청해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인류가 맞닥트린 위기의 원인을 탐색하며 미래를 위한 대안을 탐색할 예정이다.
박 연구가는 "이번 전시와 모바일 아고라가 말하고자하는 연대는 '다양성'에 가깝다. 모두가 인지하는 현실은 다르다는걸 말씀드리고 싶다.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오픈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이런 부분을 극명하게 보여드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준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한편 이번 전시는 내일(3일) 부터 내년 2월 20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5전시실, 서울박스를 통해 공개된다. 또 역량있는 중진작가의 해외 진출 지원이라는 현대차 시리즈 설립 취지에 맞게 내년 4월 29일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순회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