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지혜진 기자 = 시민사회 곳곳에서 나이·성별·성정체성·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인 '모두의 화장실' 설치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성공회대학교 학생들이 지난 2017년부터 지속해서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모두의 화장실은 화장실 한 칸에 대·소형 좌변기, 소변기, 거울, 세면대, 비상벨, 휴지통 등이 갖춰져 있어 어린이나 노인, 장애인 등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또 기존에 남녀로만 구분된 화장실을 가기 꺼렸던 성소수자들도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용변을 볼 수 있다.
모두의 화장실은 현재 국내에서 과천장애인복지관,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 건물 등 일부 지역에만 설치돼 있다. 성공회대는 지난 2017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성공회대에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될 경우 국내 대학교에서는 최초가 된다.
10일 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제36회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현재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촉구하는 시민사회 연서명을 받고 있다. 앞서 지난달 28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이미 지난 5월 학생기구에서 만장일치로 '모두의 화장실' 설치 안건을 의결했음에도 학교 측은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성공회대 제36회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달 28일 모두의 화장실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성공회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 2021.10.08 heyjin6700@newspim.com |
비대위는 "화장실은 소수자에겐 차별, 혐오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공간"이라며 "기존의 화장실은 성별이 구분돼 있고, 비장애인, 성인 중심으로 되어 있다. 과거 흑인이 그랬듯, 과거 여성이 그랬듯 여전히 화장실을 가지 못해 사회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변호사는 발언문을 통해 "모두를 위한 화장실은 누구도 성별,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장애, 신체조건 등에 상관없이 화장실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너무도 당연한 원칙을 지키기 위해 고안된 공간"이라며 "(모두의 화장실은) 인간의 성별을 두 가지로 획일적으로 구분하고 성별에 따른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이 사회에 맞서 화장실이 인권을 이야기하는 공간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0.9%는 남녀 성별이 분리된 공중화장실을 이용할 때 부당한 대우나 불쾌한 시선이 두려워 자신의 성별 정체성과 다른 성별의 시설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화장실에 가는 것을 피하고자 음료나 음식물을 먹는 것을 꺼리거나 거리가 멀어도 남녀공용이나 장애인 화장실 등을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대위는 "학교 본부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오라', '시기상조이다' 등의 이유로 모두의 화장실 도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며 "학교는 모든 학내구성원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모두의 화장실이 설치되기 어려운 이유로 크게 ▲트렌스젠더에 대한 차별·혐오 ▲디지털 성범죄 발생 우려 ▲비용 문제 등을 꼽았다.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장은 "성별 분리가 된 화장실에서도 디지털 성범죄 우려는 있다"며 "성범죄와 관련한 부분은 인권교육, 성교육 등을 통해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비용문제와 관련해선 현실적으로 휠체어를 수용할 수 있는 넓이를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일차적으로는 성별 구분 없는 화장실을 설치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그 후에 시각·청각·지적·발달 장애 등 모든 사람을 아우를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로 확대해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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