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패닉바잉'에 급등 지역 매맷값 하락세
고강도 대출규제‧금리인상에 멈춰버린 상승세
"매물 쌓이고 매수자 시장서 사라져"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아무리 가격을 낮춰도 집을 보겠다는 사람도 사겠다는 사람도 없어요. 올 연초까지 만해도 사람들이 몰려와 집도 안보고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지금은 문의 전화도 없어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W공인중개 대표)
"주변 시세보다 1억원 낮춘 급매도 나오고 있지만,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아서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도 늘어나고 있어요. 몇 달 전만해도 재건축 기대감에 매수를 문의하던 전화가 지금은 뚝 끊겼어요."(서울 관악구 봉천동 S공인중개 사무소 대표)
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을 견인했던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과 금관구(금천‧관악‧구로) 지역 중저가 단지들의 매맷값이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다.
연초 젊은층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집중됐던 지역으로 대출 의존도가 높아 정부의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직전 거래보다 수천만원 내린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고 매물도 쌓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이 현실화되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2030대의 매수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됨에 따른 현상으로 보고 있다. 반면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의 15억원 이상 단지들에 대한 선호도 뚜렷해지면서 지역간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1.12.13 ymh7536@newspim.com |
◆ '패닉바잉' 몰린 노도강‧금관구 하락전환
1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주(6일 기준) 서울 강북지역의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은 전주 대비 0.05%포인트(p) 하락한 0.05%를 기록했다.
가격 하락세는 중저가 단지들이 밀집된 노도강‧금관구 지역이 두드러졌다. 노원구의 경우 지난해 6월 0.97%를 기록한 이후 1년 반 만에 0.01%로 내려앉았다. 도봉구 역시 0.06%로 보합세로 전환됐다.
금관구 역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 지난주 관악구의 매맷값 상승률은 0%로 2주 연속 상승률이 멈췄다. 같은 기간 금천구와 구로구의 상승률은 각각 0.08%로 전주 대비 0.04%p, 0.23%p 하락했다.
거래량은 급감하고 있다. 지난달 강북구의 아파트 거래는 15건으로 전년 동기(107건) 대비 85.98%감소했다. 이 기간 ▲금천(118→26건) ▲관악(180→37건) ▲도봉(300→43건) ▲노원(619→56건) ▲구로(462→69건) 등으로 나타났다.
현지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모양새다. 노원구 상계주공 9단지 인근 P공인중개 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사실상 끊겼다"며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이 커지면서 집을 살 수도 팔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매도자 입장에선 차익 실현을 하고 싶어 하고 매수자는 좀 더 저렴한 매물을 기다리는 것 같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급매도 늘어나는 추세다. 도봉구 창동 H공인중개 사무소 대표는 "9월 이후 거래가 점차 줄더니 지난달에는 성사된 거래가 한 건도 없을 정도"라며 "대출 규제로 진입 창구가 막히면서 매수자는 사라지고 매도자는 시세 차익을 거두기 위해서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워낙 매물이 많아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매수우위 현상이 심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주(98)보다 하락한 96.4를 기록해 4주 연속 기준선을 밑돌았다.
[서울=뉴스핌] 황준선 인턴기자 =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1.12.07 hwang@newspim.com |
◆ 거래절벽에 꽁꽁 얼어붙은 매수심리
매수세가 줄면서 매물도 쌓이고 있다.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3개월(9월 13일기준) 전과 비교해 ▲강북구(1060건→1150건) ▲노원구(2954건→3670건) ▲도봉구(1314→1563) ▲구로구(1652건→2032건) ▲금천구(535→622건)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물이 20% 이상 증가했다.
노원구 상계주공 9단지 인근 P공인중개 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사실상 끊겼다"며 "정부의 대출규제 영향이 커지면서 집을 살 수도 팔수도 없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매도자 입장에선 차익 실현을 하고 싶어 하고 매수자는 좀 더 저렴한 매물을 기다리는 것 같다"며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거래 절벽 현상이 지속되면서 매맷값을 낮추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강북구 미아뉴타운에 있는 SK북한산시티(3830가구) 전용면적 114㎡는 지난 9월 9억 8500만원에 신고가 거래됐지만 지난달 초 8억 99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또 노원구 상계주공9단지 아파트 전용면적 41㎡(3층)도 올해 8월 6억 2800민원에 손바뀜 된 뒤 4월에 3300만원 빠진 5억 9500만원에 거래됐다.
관악구 신림푸르지오1차 전용 84㎡는 10월 10억3000만원(15층)에 거래가 됐는데, 직전가 9월 11억6000만원(4층)보다 1억3000만원 가량 빠져 거래됐다.
관악구 신림푸르지오1차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주변 시세보다 1억원 가량 낮추는 매물이 늘어나면서 매물을 거두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몇 달 전만해도 집주인이 원하는 가격에 내놓으면 팔렸지만 지금은 물량이 워낙 많이 있다 보니 매수자 입맛에 맞춰 가격 조정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 강남3‧마용성 '견고'…서울 외곽‧중저가 하락 국면
전문가들은 서울 외곽지역의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되는 반면 15억원 이상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된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상‧성동구) 등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정부의 대출규제 이전 젊은 층들이 '영끌'을 통해 중저가 단지들이 밀집된 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했는데 하반기 들어 자금 창구가 막히고,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는 시점부터 상승폭이 둔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련 현상은 노도강과 금관구 등 아파트 거래가 활발했던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며 "대출 규제 이후 거래된 사례를 보면 전월대비 가격이 하락한 건도 나타나는 등 관망세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 현상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가중되면서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강남3구와 마용성 등 15억원 이상의 고가 단지 위주로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다"며 "서울 외곽 지역과 지방간의 부동산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ymh753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