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 했다고 장기요양급여 안 주면 사회보장권 제한"
[서울=뉴스핌] 한태희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요양보호사에게 욕을 한 노인에게 장기요양급여를 주지 말라는 관련 법 개정안에 반대 의견을 표했다. 장기요양급여 지급을 중단하면 사회보장권이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인권위는 지난해 12월 21일 국회의장에게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4일 밝혔다. 이 개정안은 수급자 또는 그 가족이 요양보호사로 불리는 노인장기요양원에게 폭언이나 폭행, 성희롱, 성폭력 등을 해 유죄 판결을 받으면 장기요양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골자다.
정부는 혼자 살면서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의료복지시설 입소 지원 등 시설급여 ▲방문 목욕 및 간호 등 재가급여 ▲가족에게 요양비를 현금으로 주는 특별현금급여 등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운영한다.
문제는 요양보호사가 노인에게 욕을 듣거나 성희롱을 당하는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인권위가 공개한 '2020년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보면 가구 방문 노동자 10명 중 4명은 고객으로부터 신체 폭력을 당했다. 10명 중 2명은 성희롱도 당했다. 10명 중 5명은 밤 늦게 전화를 받는 등 괴롭힘도 당했다.
[서울=뉴스핌] 정일구 기자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시 요양원 코로나 집단감염 위기! 코로나 최전선 요양보호사 처우개선 예산 대폭삭감! 대책 없는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23 mironj19@newspim.com |
인권위는 요양보호사 인격권 보장이 필요하나 관련 법 개정으로 자칫 사회보험제도가 후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장기요양급여 제한은 사회보장권에 대한 퇴보적 조치로 볼 수 있다"며 "혼자서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할 수 없거나 가족의 돌봄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급자의 장기요양급여마저 제한된다면 인간다운 생존을 위협받는 과도한 제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급자 본인 행위뿐 아니라 그 가족 행위로도 장기요양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자기 책임의 원리에 반한다"며 "이번 개정안은 장기요양급여 제한 핵심적 요소인 가족 범위도 규정하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다만 인권위는 "장기요양원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하는 일은 시급한 국가 과제"라며 "지난해 가구방문 노동자 인권상황 실태조라 결과를 토대로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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