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유독 고민도 많았고, 치열하게 연구하고 매일 밤 잠 못 이룰 정도로 공부하면서 찍었어요. 어려운 문제를 풀었다는 쾌감도 있었고요."
숱한 로맨틱 코미디 작품으로 '로코 퀸'이란 수식어를 얻은 배우 박민영이 JTBC '기상청 사람들'을 통해 사내연애의 현실을 그려냈다. 기상청에서 벌어지는 일을 바탕으로 한 이번 작품에서 매사에 똑 부러지고 맺고 끊음이 분명한 진하경을 연기해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민영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2022.04.07 alice09@newspim.com |
"작품 배경이 기상청인데, 기상청이라는 부분에 대해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좀 오래 걸렸어요. 저도 날씨가 틀리면 '우리나라 기상청 왜 이래?'라고 말했던 한 사람이었거든요(웃음). 기상청을 풀어내는 드라마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실제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왜곡되지 않는 선에서 가감 없이 최대한 사실적으로 전해드리려고 노력했죠."
박민영이 맡은 진하경은 총괄 2과 총괄 예보관으로 그 어렵다는 5급 기상직 공무원 시험을 단숨에 패스한 인물이다. 드라마에서는 '기상청'이라는 주제가 처음 다뤄진 만큼, 이번 작품은 인물을 설정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관련 자료가 너무 희귀했어요. 의지할 게 다큐멘터리뿐이었거든요. 그걸 반복해서 보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웃음). 기상청으로 견학을 가보기도 했는데 잠깐이나마 둘러본 분위기와 그 분들의 말투를 많이 생각하며 연기했죠. 또 어려운 대사를 내뱉지만 평상시에 사용하는 일상용어처럼 들리게 하기 위해 정말 많이 연습했어요."
진하경은 주어진 일은 완벽히 해내는 인물이지만 갑갑할 정도로 원칙주의에 모든 인간관계로부터 깔끔하게 선을 긋는 성격이다. 인물간의 갈등과 사랑, 그리고 기상청과 관련된 많은 대사를 소화했다. 어려운 대사들이 많았지만 완벽한 딕션으로 시청자들의 호평을 얻기도 했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민영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2022.04.07 alice09@newspim.com |
"대사 연습을 정말 많이 했어요. 최대한 힘을 빼는 연습도 했고요. 공격할 때는 확실히 공격하고, 수비할 때는 확실히 하면서 공수 콘셉트를 이해시키는데 중점을 뒀거든요. 어떻게 보면 기상청이 제 배경색이 돼야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간 해왔던 연기 중에서 가장 힘을 빼고 딕션도 약간 흘리면서 했어요. 그래서 전달이 잘 되는지 모르겠더라고요(웃음)."
'기상청 사람들'은 진하경의 사내연애를 그린다. 한기준(윤박)을 만나 연애 10년차를 맞았지만 불륜 현장 목격은 물론, 하루아침에 파혼까지 당한다. 진하경은 한기준을 향해 사이다 발언을 내뱉지만, 결국 두 사람은 친구 사이로 남았다.
"저였다면 저한테 그렇게 나쁜 짓을 한 사람과 눈도 마주치기 싫을 거예요. 하하. 저와 진하경의 가장 다른 부분이 이 점이기도 하고요. 극중 한기준은 정말 언어로 순화할 수 없는 똥차였잖아요. 하경이한테는 기준과 헤어진 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게 되는 좋은 사건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사이다 발언을 대본으로 봤을 때 실제로 하면 정말 시원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하니 너무 슬프더라고요. 내가 한때 너무 사랑했던 사람에게 느꼈던 배신감을 말하는 거라 너무 슬펐어요. 그게 참 오묘하더라고요. 보는 사람들은 시원했지만, 정작 내뱉는 사람은 너무 슬펐습니다(웃음)."
'기상청 사람들'은 믿고 보는 '로코 퀸' 박민영과 대세 스타 송강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첫 방송은 4.5%(닐슨, 전국 유료플랫폼 가입기준)으로 시작했지만 빠른 전개와 몰입도로 4회는 7.8%로 상승했다. 하지만 이후 답답한 전개가 이어지면서 마지막 회는 7.3%로 막을 내렸다.
[서울=뉴스핌] 이지은 기자 = 배우 박민영 [사진=후크엔터테인먼트] 2022.04.07 alice09@newspim.com |
"저는 작품을 볼 때 항상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시각을 가지려고 하거든요. 제가 캐스팅이 되고 작품을 결정했을 때 4부의 완고까지 보고 결정을 했어요. 4부까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거든요. 다만 이렇게 빨리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면 주저하고 막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불안함이 있긴 했었죠. 그것 또한 드라마에 나오는 대사처럼 '항상 맑은 날만 있을 수 없다'라는 것처럼 중반이 지나면 답답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사전제작 특성상 답답함을 알면서도 맑은 날이 또 올 거라는 희망을 갖고 연기했어요. 마지막 회가 특히 마음에 드는데, 해가 떠오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마무리는 잘 됐다고 생각해요."
드라마계에서 쉽게 다루지 않았던 기상청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에 캐릭터 설정부터 난항을 겪어야만 했다. 박민영은 '기상청 사람들'을 "어려웠던 숙제 중 하나였던 작품"이라고 회상했다.
"이 작품은 제가 기상청 사람들을 간접 경험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보면 정말 근무한 것처럼 몸과 마음이 가장 힘들었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아요. 하하. 이 작품을 하면서 유독 고민도 많았고, 치열하게 연구하고 매일 밤 잠 못 이룰 정도로 많이 공부하면서 하나하나 과제를 이행하는 듯 찍었거든요. 저에겐 어려운 숙제 중 하나였고요. 무사히 잘 끝날 수 있어서 다행이고,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쾌감이 있는 것처럼 저에겐 좋은 경험이 됐을 거라 확신하고 있어요."
박민영은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을 시작으로 '자명고', '시티헌터', '성균관 스캔들', '힐러', '리멤버-아들의 전쟁', '김비서가 왜 그럴까' 등 차근차근 계단을 밟듯 성장해왔다. 매 작품마다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롤도 함께 커져갔다.
"어깨가 감사하게도 너무 무거워지는 것도 있어요. 그만큼 짊어지는 짐이 많다는 건 좋게 생각하고 있고요. 이 작품도 들어갈 때 '진짜 잘하고 싶으니 치열하게 싸우며 해보자'라는 말을 했었어요. 그렇게 해서 시청률이란 커다란 선물을 받았다 생각하고요. 작품을 찍고 나서 약간의 아쉬움과 감사함이 다음 작품에 도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더라고요. 아직까지 풀지 못한 연기 열정을 풀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어요."
alice0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