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재신임 정철동 대표, 이사회 의장은 내놔
채준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으로...LG그룹 '최초'
대규모 투자 앞두고 건전한 견제 기능 기대
[서울=뉴스핌] 서영욱 기자 = 글로벌 전자부품기업으로 위상을 다지고 있는 LG이노텍이 기업지배구조까지 세계 눈높이에 맞춘다. 최근 이사회 의장을 사외이사에게 맡기며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면서다. LG이노텍은 대규모 투자로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앞둔 상황. 대표이사와 분리된 이사회가 건전한 견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올 3월 임기 만료였던 정철동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의결했다. 1961년생인 정철동 대표는 세대교체 바람에도 불구,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한 공로를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다만 겸임하고 있던 이사회 의장 자리는 내줬다. LG이노텍은 주총 직후 이사회를 열고 사외이사인 채준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LG 계열사 중 사외이사에게 이사회 의장을 맡긴 건 LG헬로비전과 함께 이번이 처음이다.
채준 LG이노텍 이사회 의장 [사진=서울대] |
채준 교수는 재무전문가다. 2003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풍부한 사외이사 경험도 갖추고 있다. 2014~1018년 키움투자산운용, 2018~2020년 대림씨엔에스 사외이사를 맡았고 2020년부터는 현대중공업 사외이사도 겸임하고 있다. LG이노텍 사외이사는 2018년부터 맡았다.
LG이노텍은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으로 이사회의 투명성과 건전한 견제 기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분리는 투명성과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선진국이나 국제경제기구들이 권고하는 방안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 여부는 주요 평가 대상으로 꼽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도 이사회 중심의 책임경영을 중시하고 있다. 다만 모든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시키지 않았다. 최근 이사회에서 LG화학의 신학철 대표이사 부회장, LG에너지솔루션의 권영수 대표이사 부회장, LG디스플레이의 정호영 대표이사 사장, LG유플러스의 황현식 대표이사 사장은 모두 이사회 의장을 겸임한다.
LG그룹은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는 한편 기타비상무이사 진용을 확대해 그룹 차원의 지원을 강화하고 다른 계열사에서는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이사회의 다양성도 강화했다"고 설명했다.
구광모 회장이 LG이노텍을 이사회 책임경영의 첫 시험대에 올린 셈이다. LG이노텍은 지난해 연간 매출 14조9456억원, 영업이익 1조2642억원을 기록했다. 사상 처음으로 10조원대 매출, 1조원대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LG이노텍 본사 전경 [사진=LG이노텍] |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에도 불구 애플, 테슬라 등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을 고객사로 유치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광학솔루션사업 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판과 차량용 카메라 등 전장부품 사업도 고루 성장하며 글로벌 독립 전자부품사로 위상을 굳혔다.
무엇보다 LG이노텍은 앞으로 더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엿보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LG이노텍은 올해 주력인 광학솔루션 사업에 예년보다 두 배 가량 많은 1조561억원을 투자한다. 반도체 패키지기판인 FC-BGA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4130억원을 투자한다. 특히 LG그룹이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전기차에 들어갈 카메라 모듈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LG이노텍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이 분리되지 않았을 경우 이사회가 단기 성장에 집중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번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건전한 견제 기능을 수행하며 회사를 지속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최근 적자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광학솔루션 사업과 반도체 기판과 전장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며 "대표이사와 이사회 분리 결정은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yu@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