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최신뉴스 GAM 라씨로
KYD 디데이

[인터뷰] 신경림 간협 회장 "간호법은 대한민국 간호하는 법"

기사입력 : 2022년04월26일 15:16

최종수정 : 2022년04월26일 18:17

간호사 업무범위 등 명시한 '간호법' 복지위 상정
"간호법이 국민건강 위협? 국민 건강 지키는 법"
코로나 3년째… 코로나 걸려도 간호사는 '강제 출근'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간호사 처우개선과 업무체계 정립을 골자로 한 간호법이 4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 의료현장을 지켜온 간호사들의 희생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3월 여야는 이같은 내용의 간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 있던 간호사 관련 규정을 뽑아내 독립된 법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간호법이 별도로 제정되면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해지고, 처우개선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간호계의 주장이다. 정부 역시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4만명을 돌파하자 "관련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간호계의 70년 숙원사업인 간호법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자 신경림 대한간호협회(간협) 회장은 이번 기회에 꼭 간호법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간호법은 2005년과 2019년에도 발의된 적이 있으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돼 심의된 것은 지난해 11월이 처음이다. 우여곡절 끝에 올 2월 심사대에 다시 올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신 회장은 "간호법에 대한 충분한 논의는 이뤄졌다"며 "국회는 간호법이 필요하다는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조속히 간호법 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법은 오는 27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국회 복지위 제1법안소위에 상정된다. 다음은 신 회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간호법 제정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 현행 의료법은 70년 전 한국전쟁 당시 만든 국민의료법에 기반하고 있다. 이처럼 낡은 의료법만으로는 2025년에 도래할 초고령 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고령화 사회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규정하고 우수한 간호인력 양성과 적정 배치, 장기 근속을 위한 처우개선 등에 관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

간호법에는 지역공공의료와 지역사회 통합 돌봄을 위한 간호정책, 간호인력 확보에 대한 국가와 지방정부의 책임을 명확히 규정했다. 진료와 치료를 지원하고 노인과 장애인 등에게 절실히 요구되는 간호·돌봄체계를 법제화한 것이다. 또 신종감염병 대유행이라는 국가적 재난을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환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제정돼야 하는 법안이다.

[서울=뉴스핌] 강주희 기자 =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 2022.04.26 filter@newspim.com [사진제공=대한간호협회]

- 그동안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법이 독립돼 나오지 못한 이유가 있나

▲현행 의료법은 1944년 일제가 만든 '조선의료령'이 그 시작이다. 조선의료령이 제정되기 30년 전인 1914년 우리나라는 '산파규칙'과 '간호부규칙'을 제정해 간호란 이름의 독립적 법적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일제가 태평양 전쟁을 일으키면서 의료인을 강제징용하기 위해 당시 모든 의료관련 법안을 통합했다.

지금 의료법이 일제의 잔재인 조선의료령에 뿌리를 두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시대 변화에 맞춰 간호정책과 제도를 현실성 있게 체계화하자는 움직임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5년과 2019년 국회에서 간호법이 발의됐지만 의사단체 등의 반대에 가로막혔다. 그러다가 21대 총선에서 여야 3당이 현행 의료법으로는 간호인력의 역할을 담는데 한계가 있다는 뜻을 같이 했고 지난해 3월에는 간호법을 각각 발의했다.

이후 공청회와 토론회가 수차례 열린 다음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다. 이제 간호법에 대한 논의는 충분회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 위원들 모두 정부와 함께 공감대를 형성했고, 일부 쟁점사항들을 정리하고 의결하는 절차만 남았다고 본다.

간호법은 국민을 위해 꼭 필요한 법이다. 이러한 생각에 많은 분들이 동의하고 계시기 때문에 시간이 얼마나 필요한가의 문제가 남아 있을 뿐 간호법은 반드시 제정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환자 곁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등 다른 직역에선 간호법 제정이 '보건의료체계 근간을 흔들고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모두 사실이 아니다. 간호법 제정안 그 어디에도 간호사가 독자적 진료행위를 하거나 임의로 진료업무를 한다는 내용이 없다. 만약 대한의사협회와 일부 단체들의 주장대로라면 왜 국회 복지위 법안소위 위원들 모두가 간호법의 입법 취지와 제정에 공감을 했겠는가.

간호사는 의사의 지시와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근무자이기에 이중적 종속관계에 있었다. 그래서 잘못된 의료관행에 맞서 환자의 편에 서기 어려웠다. 병원에서 의사들이 해야 하는 일임에도 간호사에게 약 처방이 가능한 자신의 아이디를 빌려주고, 대리처방을 시키거나 수술 등 불법행위를 하도록 했음에도 간호사들은 속시원하게 반대 목소리를 한 번도 내지 못했다.

-간호단독법 저지 10개 단체 공동비상대책위원회는 간호법 제정을 두고 "특정 직역이 아닌 전체 보건의료인을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해야 질 높은 보건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 각국의 사례를 보면 간호법은 절대 국민 건강을 위협하거나 보건의료체계에 혼란을 주는 법이 아니다. 오히려 환자 안전에 기반해 국민에게 필요한 간호인력을 확보하고, 전문성을 향상시키며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안전하게 일할 수 잇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만의 이익을 위한 법이라는 왜곡된 주장을 한 대한의사협회야말로 보건의료인의 상호 협력과 존중을 필요로 하는 현대 의료시스템에 국민을 위한 질 높은 보건의료시스템 제공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에게 더 나은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다른 지역을 존중하는 태도부터 가질 필요가 있다.

[서울=뉴스핌] 국회사진취재단 = 11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간호사협회를 방문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신경림 대한간호사협회장이 정책제안서를 전달 받고 있다. 2022.01.11 photo@newspim.com

-코로나19 사태가 벌써 3년째를 향해 가고 있다. 의료현장에서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최근 현장의 모습은 어떠한가.

▲최근에는 코로나19 증상이 가볍거나 무증상인 의료진을 확진 사흘부터 정상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정부 지침으로 인해 '강제 출근'을 압박하는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해당 지침을 악용해 격리기간 없이 출근할 것을 종용하는 병원까지 나오고 있어 의료현장을 지키는 간호사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이에 대한간호협회는 정부의 결정에 앞서 간호사 등 의료인을 보호하는 법 제도적 보완장치가 우선돼어야 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를 한 바 있다. 의료진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보호할 최소한의 기준마저 축소된 상황에서 3일만에 복귀해 환자를 간호하게 되면 환자로부터 소송 발생 우려도 있게 된다.

여기에다 일부 병원에서는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코로나 증상이 심한데 격리 이후 바로 업무에 복귀하라고 하거나 무증상일 경우 바로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등 우려하는 상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같은 문제로 인해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 코로나 사태 이후 의료현장에서는 숙련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숙련된 간호사가 되려면 어떠한 과정을 거쳐야하는가.

▲임상에 들어간 모든 간호사들이 업무를 숙제하고 환자에게 제대로 된 간호를 제공하려면 적어도 3~5년은 되어야 하나 입사한 지 1년 이내 절반 가까이 사직을 하는 게 우리나라 의료현장의 현실이다. 우리나라 간호사는 선진국 간호사에 비해 2~4배 이상 많은 환자를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밥 한 끼도 제때 먹지 못하거나 화장실 갈 여유 없이 환자를 살핀다.

간호사가 지치면 환자에 대한 집중력은 당연히 떨어지고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특히 간호사들이 현장의 높은 노동강도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기 때문에 일반 병동은 물론 중환자실, 코로나 병동 등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 곳에 간호사가 더욱 부족한 것이 현실이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를 통해 숙력된 간호사 부족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코로나 전담병원 등으로 지정된 공공의료병원은 만성적인 간호사 부족에 중환자실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했다. 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OECD국가 중 일본에 이어 두번째로 달할 정도로 많지만 중환자실은 적고 중환자를 담당할 숙련 간호사의 공백은 크다.

[서울=뉴스핌] 이한결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9 간호정책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번 선포식에서 참가자들은 간호법 제정과 보건의료 개혁을 요구했다. 2019.10.30 alwaysame@newspim.com

- 코로나 피해가 컸던 미국은 간호사의 전문성을 높이 평가하고 전문간호사 관련 규제도 완화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보건, 마취 등 특정 분야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48년 만에 정리됐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20년 넘도록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아 자격을 갖추고도 현장에서 역할 수행에 제약이 많았다. 이제 비로소 전문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구체적으로 규정됨으로서 전문간호사 제도가 활성화되고 전문성을 보다 향상시킴으로서 전문의료인력이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우선 전문간호사 업무 범위 규정 마련을 계기로 제도가 더욱 활성화될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향후 전문간호사 교육과정 변화를 준비하고, 전문간호사 실무경력 인정과 교육기관 인증 평가 기준 등을 개정할 때 간호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정부에 제안할 예정이다.

-올 한해 계획이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올해에는 전국 48만 간호사와 12만 간호대학생들이 하나가 되어 수십년간 염원해 온 간호법 제정을 반드시 이뤄낼 계획이다. 간호법 제정을 통해 변화된 간호사의 업무와 역할을 변화된 보건의료 환경에 부합하도록 하고 국민 건강 증진과 환자 안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한민국을 간호하겠다는 다짐이다.

 

filter@newspim.com

[뉴스핌 베스트 기사]

사진
[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사진
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안다쇼핑
Top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