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원조 '월드스타'이자 한국 영화계의 큰 별이었던 배우 강수연의 갑작스런 비보에 연예계가 슬픔에 잠겼다. 영화계 동료들은 물론 각계에서 그의 죽음을 추모하며 생전에 빛났던 그의 활동을 기렸다.
[서울=뉴스핌] 한국 영화계의 첫 '월드스타'였던 영화배우 故 강수연씨의 빈소가 8일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져 있다. [사진=故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 2022.05.08 photo@newspim.com |
◆ 국내 최초 3대 영화제 주연상…원조 '월드스타'이자 영화계 큰 어른
한국 영화계의 큰 별 강수연이 7일 향년 55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5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에서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사흘째 의식불명 상태로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
고인은 1966년 서울에서 태어나 4세 때 아역으로 데뷔한 뒤 배우이자 문화행정가로 활동하며 반세기 넘게 한국영화와 함께 한 산 증인이다. 아역 시절 '똘똘이의 모험'(1971) 등에 출연하며 동양방송(TBC) 전속 배우로 연기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KBS 청소년 드라마 '고교생 일기'(1983) 등으로 하이틴 스타로 발돋움했다.
본격적으로 영화 작업을 시작한 건 고교시절부터다. '고래 사냥 2'(1985), '미미와 철수의 청춘스케치'(1987) 등에 출연하며 국내 대표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21세였던 1987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씨받이'로 베네치아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월드스타' 반열에 올랐다. 세계적 권위의 3대 대표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국내 수상한 최초의 배우였다.
강수연 집행위원장이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 컨벤션홀에서 열린 제 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춘몽'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1989년에는 '아제아제 바라아제'로 당시 공산권 최고 권위였던 모스크바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을 수상했으며 90년대에도 활발히 활동하며 한국 영화의 발전을 이끌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1990), '경마장 가는길'(1992), '그대 안의 블루'(1993) 등을 흥행시킨 그는 대종상영화제·백상예술대상·청룡영화상 등 연기상을 휩쓸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5),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 등의 영화에도 출연하며 깨어있는 영화인들의 선봉에 섰단 평을 받기도 했다.
2001년에는 SBS TV '여인천하'로 정난정 역을 맡으며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으며 그해 S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강수연은 연기 활동 외에도 '스크린쿼터 수호천사단' 부단장,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 출범 초기 심사위원·집행위원 등의 활동으로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조력자로 활약했다.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았으나 2014년 '다이빙벨 사태' 이후 수년 동안 계속된 갈등과 파행의 책임을 지고 2017년 사퇴했다.
이후 오랜만에 연상호 감독의 신작 '정이'(가제)에 주연으로 캐스팅돼 9년 만에 스크린 복귀를 앞둔 채로 안타까운 비보를 전하게 됐다. 강수연의 죽음에 '정이'에 함께 출연한 동료들은 물론 그간 한국 영화계의 발전을 지켜보고, 몸담았던 모든 관계자들이 슬픔에 빠졌다.
◆ 영화계 동료·각계 인사들 추모…생전 미담·일화 '따뜻한 배우' 그리움 가득
7일 장례 절차가 시작되면서 고 강수연 배우 장례위원회가 꾸려지고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을 필두로 동료들과 각계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고인과 지난 2015년 위기에 빠진 부산국제영화제 회복을 위해 함께 공동집행위원장을 지냈고, 이후엔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이끌었던 인연이 있다.
8일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상호 감독, 배우 문근영을 비롯해 고인의 전성기를 함께 한 임권택 감독도 아내와 함께 빈소를 찾았다. 임권택 감독은 1986년 고인과 함께한 '씨받이'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한국에 최초로 안겨준 장본인이다. 이후 '아제 아제 바라아제'(1989)로 또 한번 호흡한 두 사람은 모스크바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여자배우상도 수상했다.
봉준호 감독을 비롯해 문소리, 박정자, 김혜수, 이미연, 김윤진, 한지일, 류경수, 예지원, 유지태, 김윤진, 김학철, 전노민, 홍석천, 한예리, 엄정화 등 동료 배우들과 봉준호, 연상호, 윤제균, 류승완, 배창호, 이장호, 임순례, 민규동, 정지영 감독, 제작사 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 등 수많은 영화인이 방문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김부겸 국무총리,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계 인사들과 배우 송강호, 전도연, 강동원, 마동석, 김희선, 이성민, 박중훈, 안성기, 엄앵란, 독고영재 등도 조화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고인과 함께 영화 작업을 했던 동료들은 SNS를 통해 슬픔을 표했다. 영화 '경마장 가는 길'(1991)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문성근은 SNS에 "강수연 배우, 대단한 배우, 씩씩하게 일어나기를 기도했는데 너무 가슴 아픕니다. 명복을 빕니다"라고 추모했다. 영화 '웨스턴 애비뉴'(1993)에서 호흡했던 배우 정보석은 "우리 영화의 위대한 배우 강수연님이 하늘로 떠났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평안하길 간절히 바랍니다"라고 기원했다.
[강원=뉴스핌]이순철 기자= 배우 강수연이 22일 강원 강릉아트센터에서 열린 제3회 강릉국제영화제 개막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국제영화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31일까지 열흘간 강릉시 일원에서 총 42개국 116편의 영화를 상영된다.2021.10.22 grsoon815@newspim.com |
드라마 '문희'(2007)에서 함께 작업했던 배우 이승연은 "언제나 당당하고, 언제나 멋지고, 언제나 아름다웠던 전설의 여배우"라고 고인을 기렸다. 배우 안연홍은 드라마 '여인천하'(2001~2002) 출연 당시를 떠올리며 "저처럼 새카만 후배도 항상 따뜻하게 챙겨 주셨던 언니, 언니와 카메라 앞에서 연기했던 건 언제나 저의 자랑거리 중 제일 첫 번째였습니다"라고 추모 문구를 적었다.
배우 김규리도 "저도 나중에 '저렇게 멋진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저희에게, 저에겐 등대 같은 분이셨습니다. 빛이 나는 곳으로 인도해주시던 선배님을 아직 어떻게 보내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라고 슬퍼했다. 이상아, 봉태규, 방송인 홍석천, 영화감독 겸 배우 양익준, 작곡가 김형석, 가수 윤종신 등이 SNS를 통해 고인을 애도했다.
평소 강수연의 지인이었던 윤영미 아나운서도 "나의 단골집 주인에게 들은 얘기"라며 고인의 일화를 소개하며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SNS에 "종종 와 술을 마시던 식당이 장마로 물이 차 보일러가 고장나 주인이 넋을 놓고 앉아있는데 연유를 묻고는 따지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수리비 600만원을 헌사했다"며 "듣기론 그녀도 당시 넉넉지 않은 사정에 온가족을 부양하는 자리에 있었다는데 참 통 크고 훌륭한 배우, 그러나 외로웠던 여자, 강수연, 그녀를 애도한다"는 글을 적었다.
한 네티즌은 기사 댓글을 통해 SBS 드라마 '여인천하'의 엑스트라 시절 강수연의 가마꾼을 연기했던 일화를 밝히기도 했다. 게시자는 "제가 2001년 엑스트라 할 때 '여인천하' 나왔을 때 강수연(배우가 연기한) 난정이 가마꾼 한 적이 있다"며 "가마꾼들 수고하신다고 흰 봉투로 10만원씩 넣으셔서 4명에게 직접 주셨던 것을 잊지 못한다. 그때 일 끝나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면서 고인의 생전 따뜻한 마음씨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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