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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규제심판제'가 성공하기 위한 2가지 숙제

기사입력 : 2022년08월02일 16:26

최종수정 : 2022년08월02일 16:26

심판관 구성 신뢰성·객관성 확보 중요
이해관계자간 중재·상생방안 도출 관건

[서울=뉴스핌] 김명은 기자 = 정부가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개선 논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규제혁신' 작업에 나선다.

대통령 주재로 주요 규제혁신 사안을 결정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가 신설되고, 민간이 중심이 돼 규제 폐지와 개선 여부를 결정하는 '규제심판제도'가 도입된다.

그동안에는 민간이 규제를 없애줄 것을 건의하면 규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소위 시혜적 접근에 머물렀다면 앞으로는 민간이 직접 규제 개혁을 이끄는 형태로 규제혁신의 틀이 바뀐다. 정부는 이를 위해 각 분야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규제심판부를 운영하기로 했다.

◆ 첫 심판 대상에 '대형마트 영업제한'…심판관 공개 여부 고심

그동안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개혁을 외쳤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시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낡은 규제를 풀어 경제 정책의 패러다임을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새 정부가 도입한 규제심판제도가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규제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규제심판부 구성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아울러 규제를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모두 만족할 만한 대안을 찾기 위한 논의도 활발하기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대형마트 의무휴업 제도에 따라 추석 전 주말인 8일 오전 서울 강동구의 한 대형마트의 배달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운영하는 전국 406개 점포 중 3분의 2가 넘는 289개 점포가 의무휴업 규정으로 인해 추석 전날이나 직전 일요일에 문을 열지 않는다. 2019.09.08 pangbin@newspim.com

2일 정부부처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오는 4일 첫 규제심판회의를 연다. 규제심판제도는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규제와 관련한 단체와 국민 여론을 수렴해 규제 개선 필요성을 판단하고 소관 부처에 이를 권고하는 제도다.

규제심판부는 현재 민간 전문가, 현장 활동가 등 100여 명의 인력 풀(Pool)이 마련됐다. 하나의 안건이 발생하면 이 중에서 5명이 위원으로 활동하며 규제의 적정성 여부를 심의하게 된다.

규제심판부는 최종 심의에 앞서 규제 개선을 건의한 자와 관련 단체, 소관 부처의 의견을 기한이나 횟수 제한 없이 들을 예정이다. 규제심판회의가 진행됨과 동시에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수렴도 이뤄진다. 안건별로 2주간 규제정보포털에서 찬반 투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규제심판회의 첫 논의 대상은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과 매월 2일 의무휴업일 지정 규제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규제심판부 심의가 깜깜이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정부가 규제심판부 참여 인사들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정원 국조실 국무2차장은 "규제심판부에 참여하는 100여 명의 실명을 공개하면 이들이 소신발언을 하기 어렵고, 의지대로 판단을 내리기 힘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첨예한 의견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중대한 정책 사안을 결정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공개하지 않을 경우 제도 운영의 투명성과 신뢰성에 흠집이 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첫 규제심판회의가 열린 직후 심판관 명단이 자연스럽게 언론 등에 노출될 가능성이 없지 않은 만큼 정부는 추후 변화 여지를 남겨뒀다. 

◆ 합의점 찾을 때까지 논의...결국 찬반 양측 상생방안 찾는 게 관건

규제심판부 운영의 특징은 규제 개선에 대해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모두 만족할 만한 합의점이 도출될 때까지 회의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상호 수용 가능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한과 횟수 제한 없이 논의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양측이 타협을 하지 못할 경우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지리한 공방만 주고받을 소지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정원 국무2차장은 "논의 시작 후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면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규제 개혁은 국민을 위하는 일로 대다수가 바라는 일이라면 양측이 조금씩 양보해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폐지 외에도 수산물유통업 외국인근로자 고용 허가,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 폐지, 미혼부 출생신고 제도 개선, 반영구화장 비의료인 시술 허용 등 총 7개의 규제심판 과제를 우선 논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조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 과제는 이미 대부분 규제가 폐지돼야 한다는 쪽으로 국민 여론이 형성된 것들로 분류되고 있다. 논의가 시작돼 규제 폐지를 반대하는 쪽을 설득하는 작업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경우 어느 정도 가시적인 성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상생 방안을 도출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가령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일 규제를 푸는 대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은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상생기금 조성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대형마트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 업계에서 상생기금 조성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dream78@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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