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북유럽 국가 핀란드의 36세 여성 총리 산나 마린의 광란의 파티 영상 유출에 핀란드가 발칵 뒤집혔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인스타그램 스토리로 유출된 여러 짧은 영상 속 마린 총리는 지인의 집에서 친구들과 음악에 맞춰 립싱크를 하고 격정적인 춤을 추고 있다. 한 국가의 지도자가 바닥에 무릎 꿇고 앉아 양팔 겨드랑이를 들어 보인 춤동작은 핀란드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무엇보다 논란이 된 것은 총리의 마약 투여 의혹이다. 소셜미디어에 일파만파 퍼진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 영상 속 총리 지인들이 마약류인 코카인을 은어로 외친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고 마린 총리는 "마약은 청소년기에도 해본 적이 없고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지난 22일 나온 마약 검사 결과 마린 총리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19일 기자회견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밤을 보냈을 뿐이다. 다소 떠들썩한 분위기이긴 했지만 춤추고 노래 한 것이 전부다. 영상은 개인 공간에서 사적으로 촬영된 것인데 공개됐다니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 다음 그가 한 말은 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나에겐 가족과의 일상이 있고 직장 생활이 있다. 물론 휴일에 친구들과 만날 시간도 있다. 내 나이 대 사람들과 같다...나는 앞으로도 지금까지 살아왔던 모습 그대로일 것이다. 2022년은 정치인들도 파티에서 춤추고 노래 부를 수 있다는 인식이 수용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
일부 보수층들 사이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고 핀란드의 국가 안보가 언제든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란 중대한 시기에 총리가 술을 마셔도 되느냐는 지적이 따랐다.
이에 마린 총리는 술은 조금만 마셨고 당시 안보 체계는 흔들림이 없었으며 "(비상상황시) 당장이라도 관저에 복귀해 필요한 일을 해낼 수 있었다"고 자신했다.
이후 추가 영상도 공개됐지만 마린 총리 개인의 잘못 때문에 사과하는 일은 없었다. 그의 떳떳함에 소셜미디어에는 그를 옹호하는 '산나와의 연대'(#SolidarityWithSanna) 해시태그 운동이 일었다. 유출된 영상을 보도한 현지 언론 유튜브 채널에서도 "총리도 사람이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미국 주간지 포츈지는 "세계 최연소 총리였을 때는 젊은 나이다운 정책 추진력을 칭찬하더니 이제는 젊은 나이가 정치적 책임(political liability)이 되고 있다"며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개중에는 성차별주의란 지적도 나온다. 해당 소식을 보도한 유럽 매체들은 '다른 유럽 남성 지도자들은 종종 의원들과 술파티를 벌이면서 여성 총리가 그랬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냐'는 지적이다.
핀란드 언론인이자 컨설팅 회사 KPW컴스 선임 연구원인 카리 비에리마는 트위터에 "성차별이자 연령차별이다. 마린 총리는 직무 외에 자신의 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다. 해외 매체들이 이걸 보도한다는 자체가 어처구니 없다"고 꼬집었다.
총리도 사생활이 있다. 총리도 친구들과 파티하며 여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을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려면 젊은 지도자가 더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닐까.
2019년 12월 핀란드 제1당인 사회민주당 당 대표로 선출되며 총리가 된 그는 당시에 세계 최연소 국가 수장이자 여성 지도자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 최연소 국가 수장은 가브리엘 보릭(36) 칠레 대통령이다.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30대 지도자는 손에 꼽힌다.
미국과 서방에서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놀 땐 확실히 놀자'(Work Hard Play Hard)는 주로 엘리트층과 성공한 사람들 인생의 좌우명으로 통한다. 워싱턴포스트(WP)는 마린 총리가 "이 좌우명대로 사는 세계에서 가장 쿨한 총리"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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