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삼성·미래 등 가입·청구에 디지털 기술 접목
일부 생보사 서비스 출시 난색…"상품 구조 복잡해"
의무보험보다 고도화된 기술 필요…기술력 관건
[서울=뉴스핌] 이은혜 기자=최근 보험 가입과 보험금 청구 과정에 보험사들의 디지털 혁신 경쟁이 활발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은 관련 기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생보사들의 주력 상품인 종신보험의 경우 가입심사와 보험금 청구 등에서 고도화된 기술이 필요해 디지털 시스템을 접목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21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생보사들은 보험 가입에서 필요한 인수심사와 보험금 지급 절차에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컨설턴트가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제안한 뒤 실제로 청약하기 전에 디지털 방식으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 상세 질병 고지 등의 정보를 입력하면 심사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청약 전 답변조회 서비스(K-PASS)'를 개설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 가입을 위한 사전 질의 과정을 데이터에 기반한 디지털 방식으로 바꿔 계약 심사를 최대한 신속히 처리하고, 심사 과정에서의 시간과 절차를 최소화해 편의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도 보험 가입 시 계약체결을 본인이 모바일로 진행할 수 있는 '모바일 청약' 시스템과 보험금 청구 시 홈페이지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개인정보 입력 후 병원 영수증을 촬영해 전송하면 1분 이내에 청구가 완료된다. 한화생명도 보험가입과 지급 심사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과정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형 생보사 중에선 푸르덴셜생명, KB생명, BNP파리바카디프생명, NH농협생명 등이 온라인과 모바일을 활용한 청약과 해피콜을 도입했다. 미래에셋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보험계약심사인 '언더라이팅'에 디지털 서비스를 도입해 자동심사는 신속히 처리하고, 고객으로부터 서류제출과 정보수집 절차를 간소화했다. ABL생명, 흥국생명, 메트라이프생명, 처브라이프는 보험금 지급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다.
다만, 생보업계 내부에서는 이 같은 디지털 기술 도입 및 운영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보사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보험 등 의무보험은 약관이 분명하고 가입 절차가 깔끔하지만, 암보험이나 장기보험 등 종신보험은 상세한 질병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보험업계 전반적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 경쟁이 활발하지만, 종신보험의 경우 고도화된 시스템이 필요해 생보사들은 관련 시스템을 섣불리 출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종신보험은 여전히 대면 판매량이 높다는 점도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공개한 보험 모집채널별 판매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생보사들의 신계약 건수는 총 1396만건으로 그 중 85.7%가 대면 채널로 판매됐다. 특히 상품구조가 복잡한 변액보험은 대면 채널 판매 비중이 99.6%에 달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종신보험 등 장기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려는 고객들은 상품 구조와 판매 과정 등이 복잡하다는 이유로 시간이 좀 더 걸려도 설계사를 통해 직접 가입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가입심사 시스템에 100% 자동화 기술을 도입한 생보사는 아직 국내에도 해외에도 없다"며 "언더라이팅을 자동화하려면 고도화된 시스템이 필요해 각 생보사의 기술력이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hesed7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