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 건축 8건·지방 관아 건축 등 지정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경기도 유형문화재 '남한산성 숭렬전' 등 10건의 문화재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한다고 25일 밝혔다.
이번에 지정되는 문화재들은 선조 혹은 선현의 신주나 영정을 모셔두고 제사 지내는 건물인 '사묘'와 무덤이나 사당 옆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은 건물인 '재실', 충신이나 효자에게 임금이 하사한 편액을 걸어두는 건물인 '정려각'과 같은 유교 건축 8건과 지방 관아 건축에서 지방관의 가족들이 생활하는 공간으로 살림집에 해당하는 '내아'와 통일신라 석탑 각 1건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와 강원도, 충청북도 각 1건, 전라북도와 경상북도 각 2건, 전라남도 3건이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남한산성 숭렬전 [사진=문화재청] 2022.11.24 89hklee@newspim.com |
사묘와 재실은 조선시대에 제사의례를 중요시하던 성리학이 정착되면서 확산됐고, 조상과 선현에 대한 제향이 주목적이었으나 후손에 대한 강학(학문을 닦고 연구함)기능을 수행했던 곳이기도 하다. 가문의 지위를 높이며, 지역의 정치적 기반을 견고히 하려는 경향과도 관련 깊은 건축물이다.
문화재청은 2018년부터 건조물 문화재에 대한 지정가치를 조사한 결과 2019년에는 누정(樓亭) 문화재 10건, 2020년에는 서원·향교 20건, 2021년에는 관아건축 8건을 보물로 지정한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전국의 250여건의 사묘·재실을 조사했고 이중 전문가 검토를 거쳐 이번에 8건의 유교건축 문화재를 보물로 지정하게 됐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8건의 유교건축 중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남한산성 숭렬전'은 병자호란을 당해 임금이 남한산성에 머물면서 백제시조인 온조왕에 대해 제사를 지낸 일을 계기로 1638년에 세워진 사묘다. 1661년 현 위치로 옮겨진 이후 정조 때에 '숭렬전'이란 명칭이 내려졌으며 다른 역대 시조묘에게 올리는 격식을 따라서 제사를 거행하면서 현재까지 그 위치를 지키고 있는 곳이다. 제향이 계승되고 있어 역사적, 문화사적 가치가 높다. 또한 간결하고 절제된 건축 형식과 구조는 17세기에 건립된 조선시대 사묘의 전형을 따르고 있어 국가지정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영월 창절사 [사진=문화재청] 2022.11.24 89hklee@newspim.com |
또 강원도 영월군에 있는 '영월 창절사'는 사육신 등 열 명의 충신을 제향하기 위해 1685년에 건립된 곳으로 1705년 현 위치로 이건됐다. 보통의 사당에 비해 비교적 규모가 크고 사당 외에도 유생들이 모여 학문하는 강당과 동서재, 배견류(누각)을 갖추고 있어 일반적인 조선시대 서원과 같은 구성을 보여준다. 인근에 위치한 영월장릉과 함께 영월지역에서 단종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건립되었으며, 건축물에 남아 있는 익공의 형태 등이 18세기 건축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어 역사적, 학술적 가치가 높다.
이 외에도 충청북도 영동군의 '영동 세천재', 전라남도 고흥의 '고흥 여산송씨 쌍충 정려각', 전라남도 강진군의 '강진 해남윤씨 추원당'과 '강진 해남윤씨 영모당', 전라북도 전주시의 '전주 조경묘 정묘', 경상북도 포항시에 있는 '포항 상달암'이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김제 내아 [사진=문화재청] 2022.11.24 89hklee@newspim.com |
한편 이번 보물 지정 중 유일한 내아 건물인 전라북도 김제시의 '김제 내아'는 조선 후기 지방관의 일상을 고찰할 수 있는 곳이다. 지방관아는 동헌과 내아로 이뤄지는데 동헌은 지방관이 공무를 수행하는 공적 공간이고 내아는 지방관의 가족이 생활하는 사적 공간인 살림집이다.
'ㄷ'자형 평면으로 가운데 본채와 좌우 날개채로 구성됐는데 남향인 동헌과 달리 동향으로 지어져 두 영역 간 간섭을 최소화했다. 동헌 쪽 날개채는 주택의 사랑채와 같이 구성해 안마당을 보호하면서도 대외적인 관계를 고려했고 반대쪽 날개채에는 안방과 부엌을 둬 살림의 중심으로 삼았다. 이렇게 대청(한옥에서 몸채의 방과 방 사이에 있는 큰 마루)을 경계로 양쪽 날개채에 내외 개념을 적용한 것은 김제내아의 독특한 공간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경주 전 염불사지 동서 삼층석탑 전경 [사진=문화재청] 2022.11.24 89hklee@newspim.com |
이번 보물 지정 중 유일한 석조문화재인 '경주 (전)염불사지 동․서 삼층석탑'은 통일신라인 8세기 전반에 건립된 5.85m 높이의 석탑이다. 두 탑은 모두 상, 하 2층의 기단으로 구성돼 있고, 탑신(몸돌)과 옥개석(지붕돌)은 각각 1매의 석재로 이뤄져 있으며, 상륜부는 대부분 사라지고 노반석(탑의 상륜부를 받치는 돌)만 남아 있다. 복원 과정에서 일부 새 부재들이 사용됐으나, 전체적인 조영 기법과 양식, 석탑 기초부에 대한 발굴 조사 결과 등을 고려할 때, 8세기 전반에 건립되어 통일신라 석탑의 전형과 양식사의 흐름을 파악하는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가치가 알려져 있지 않은 건조물 문화재를 적극 조사·발굴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활용하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역에 위치한 문화재의 사회적 가치 제고와 주변 환경 정비 등 역사문화환경 개선 사업에도 관심을 갖고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보물로 지정하는 '남한산성 숭렬전' 등 유교건축 8건과 지방 관아인 '김제 내아' 1건, 통일신라 석탑인 '경주 (전)염불사지 동․서 삼층석탑' 1건 등 총 10건의 문화재가 체계적으로 보존 관리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 소유자(관리자) 등과 적극적으로 협조할 계획이다.
89hk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