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개입에 은행간 금리 오르며 캐리 트레이드 '시들'
카일 배스·조지 소로스 등 페그제 붕괴 베팅했다 '쓴맛' 보기도
[휴스턴=뉴스핌] 고인원 특파원= 월가의 행동주의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큰 손인 빌 애크먼이 홍콩달러 하락에 베팅했다고 블룸버그 등 외신이 보도했다. 애크먼은 과거에 홍콩달러 강세에 따른 페그제 붕괴에 베팅했다 쓴 맛을 보기도 했다.
퍼싱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 최고경영자(CEO)인 애크먼은 24일 트위터를 통해 "홍콩달러에 대해 명목상 숏포지션을 갖고 있다"며 "홍콩 달러페그는 더 의미가 없으며, 깨지는 건 시간문제"라고 주장했다.
월가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투자자인 빌 애크먼. [사진=로이터 뉴스핌] |
◆ 애크먼 홍콩 달러 페그제 유지 쉽지 않을 것...페그제 붕괴 베팅
그 근거로 그는 자산 가격 하락, 경제 악화, 부채 증가 등으로 당국이 페그제를 유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블룸버그 칼럼을 공유했다.
홍콩은 미국 달러화에 홍콩달러 가치를 고정한 페그제를 사용하고 있으며 환율은 미 달러당 7.75홍콩달러~7.85홍콩달러의 좁은 범위에서만 움직이도록 허용하고 있다.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홍콩달러가 지정된 환율 밴드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당국이 유동성 흡수와 금리 인상 등을 통해 개입해야 하는 구조다.
그런데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가파른 금리 인상에 나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보여왔고, 홍콩 달러화의 가치 방어를 위해 홍콩도 미국을 따라 이번 달까지 4회 연속 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홍콩의 기준 금리는 4.25%로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3.75% 이후 14년 만에 최고로 올라섰다.
페그제 유지를 위해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올해에만 전체 외환보유고의 15%가량(300억달러) 소진했는데, 이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보다 더 많은 액수라고 배런스는 지적했다.
홍콩달러 [사진= 로이터 뉴스핌] |
특히나 코로나19에 따른 봉쇄 등으로 홍콩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당국이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내 경제 상황과는 역행하는 긴축 통화 정책을 펴고 있어 페그제를 유지하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당국이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홍콩 통화 당국은 지난 40년 유지된 페그제가 제 기능을 하고 있으며, 약 4170억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근거로 갑작스러운 자본 유출에도 홍콩 달러의 가치를 방어할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홍콩의 중앙은행 격인 홍콩금융관리국(HKMA)은 이와 관련해 24일 페그제를 바꿀 필요성이나 계획이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 당국 개입에 은행 간 금리 오르며 캐리 트레이드 '시들'...애크먼 '외로운 싸움' 지적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만 해도 달러-홍콩달러 환율은 페그제 상단을 위협했다(홍콩달러 약세). 투자자들이 저금리 통화인 홍콩달러를 매도해 고금리인 미국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미 달러를 매수하는 소위 '캐리 트레이드'가 성행한 탓이다.
하지만 자국 통화 약세가 이어지자 HKMA가 환율 방어를 위해 홍콩달러를 사들이며 홍콩달러의 유동성이 크게 줄었고, 홍콩 은행 간 시장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도 크게 떨어졌다.
통신은 이 같은 점을 지적하며 홍콩달러 약세에 대한 애크맨의 베팅이 '외로운 싸움' 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티븐 추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홍콩의 아시아 외환·금리 수석 전략가는 "페그제를 유지할지 말지는 홍콩의 판단이며, 최선의 선택은 그것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페그제가 투기꾼들에 의해 깨질 일은 없다"고 말했다.
애크먼이 홍콩달러 페그제 붕괴에 베팅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한 컨퍼런스에서 애크먼은 홍콩 달러화가 급격한 강세를 보이는 쪽에 베팅했다고 밝혔으나, 당시 베팅은 실패로 돌아갔다. 그는 당시에는 홍콩달러가 몹시 저평가 돼 있다며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애크먼 외에도 헤이맨 캐피탈 창립자이자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로 잘 알려진 카일 배스가 홍콩 달러 페그제의 붕괴에 베팅했으나 막대한 손실을 입고 끝난 바 있으며, 헤지펀드의 전설로 통하는 조지 소로스 역시 1998년 아시아 금융 위기 직후 페그제 붕괴에 베팅했다 쓴맛을 봤다.
홍콩 재무장관인 폴 찬은 지난 3일 홍콩에서 개최된 글로벌 금융리더 투자 서밋에서 "홍콩 달러에 반대하는 베팅을 하면 돈을 잃을 수밖에 없다"면서 "홍콩 달러에 반대하는 베팅을 했던 미 헤지펀드의 사례를 보면 내 충고를 이해할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조지 소로스 <사진=블룸버그> |
koinwo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