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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⑨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기사입력 : 2023년02월16일 08:00

최종수정 : 2023년03월29일 08:30

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지도자 선출과정과 정치문화

사민당의 당대표 선출과정을 연구하며 후보자 추천위원장 두 명을 만났던 적이 있다. 한번은 2007년 모나 살린(Mona Sahlin)을 당대표로 추대할 때였고, 또 한 번은 1996년 예란 페손(Göra Persson)을 당대표를 선출할 때였다.

첫 번째 인터뷰는 레나 헬름 발렌(Lena Hjelm Wallen) 전직 부총리와 사민당 당사에서 이루어졌다. 부총리까지 오르기 전 외교부 장관, 교육부 장관, 국제원조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 정치인이었다. 당대표 후보 추대위원장은 당의 원로 중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비중 있는 정치인을 뽑는 것이 원칙이다. 스톡홀름 도심에 있는 스베아 거리 68번지 (Sveavägen 68)에 위치한 사민당 당사를 들어서니 TV에서 보던 전 부총리가 리셉션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는 사민당의 차기 당대표 1순위에 올라 있었던 안나 린드(Anna Lind) 세미나실에서 진행되었다. 린드는 외교부 장관 재직 당시 시내 쇼핑몰에서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 괴한에게 습격을 받고 유명을 달리 했던 분이다. 그의 흉상 아래 자리를 잡았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사민당의 당대표 선출과정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왜 당내 경선을 하지 않고 추천을 통해 결정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당대표 경선을 위해 후보 간 경쟁을 하게 될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습니다. 쟁쟁한 후보들이 나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세력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과정에서 과열될 수가 있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승리자가 결정되어도 떨어진 사람과는 다시는 하나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다음에 이기기 위해 자신의 계파를 만듭니다. 이긴 사람도 조직적으로 일하기 위해 도와 준 분들과 당권을 나눠 갖게 되어 있습니다. 계파 관리를 위해 돈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지요. 이 같은 경쟁문화는 많은 문제점과 함께 스웨덴 문화와 동떨어져 있어 채택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스웨덴은 얀테의 법칙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규범이 작동되고 있습니다.(얀테의 법칙은 뒤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후보선정 과정을 상세히 소개해 주시지요"

"우선 26개의 전국 권역별로 전국 290개의 지방조직에서 추천을 받아 5명씩 중앙에 추천을 합니다. 지방별로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노동자위원회, 대학생위원회에 소속된 당원 혹은 일반당원들이 추천하면 권역별로 5명을 최종 선정하는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권역별로 5명씩을 추천하는 권역위원회가 따로 있어 민주적 투명성이 보장되지요. 이렇게 추려진 5명은 26개의 권역별로 중앙에 올라옵니다. 그럼 26개 권역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순서로 5명을 중앙추천위원회에서 선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 5명을 후보자 명단에 올리는 절차가 완료되면 그 다음은 중앙 추대위원회가 5명을 한 명씩 인터뷰를 진행 합니다. 이 과정에서 5명 후보 중 언론에 자신이 후보에 올라 인터뷰를 받은 내용을 공개하면 바로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내부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론 플레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일환 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원이 아닌 국민여론의 압력이 선출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후보 인터뷰는 외부에 완전히 가려진 채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됩니다."

제1당 지위를 1918년부터 100년 이상 유지해 오면서도 공천과정에서 한 번도 불협화음이나 당내 싸움으로 이어진 적이 없었던 이유도 어쩌면 은밀하게 진행되는 공천 과정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은밀하게 후보를 뽑기 때문에 내부 영향력이 있는 실권자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또 이렇게 후보로 지명된 사람은 추천위원회의 의지이기 때문에 객관성까지 결여될 수 있지 않은지 질문해 보았다.

"후보 추천위는 5명의 후보를 인터뷰 하면서 중요시 하는 기준으로 당의 통합을 이끌 수 있고, 설득과 소통능력, 위기관리능력, 도덕성, 정책비전, 시대적 요구에 맞는 리더십, 경제운영 능력, 국제적 감각 등 다양한 능력을 비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동의와 자신의 희생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위원회의 심사 기간 중 당 원로, 당실세 등 그 누구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전국에서 올라온 자료와 의견만이 우리의 판단기준이 됩니다. 음해하는 내용이 있으면 배제하고 진행합니다. 이렇게 최종후보로 오른 사람은 바로 당대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전국 대의원들이 참가한 전국당총회(전당대회)에서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최종 당대표로 선출됩니다. 이 때 누구나 후보로 출마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와 최종 표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1918년 1당 지위에 오른 이후 105년 동안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와 결선 투표를 벌인 예가 한 번도 없었다.

레나 헬름 발렌 전 스웨덴 부총리 [사진=유튜브 International IDEA 캡쳐]

스벤 훌테르스트렘(Sven Hulterström) 후보추천위원장과의 인터뷰도 스웨덴 정치를 이해하는데 큰 가르침을 주었다. 훌테르스트렘 위원장은 교통부 장관과 사회부 장관을 역임한 당 원로로 1995년 잉바르 칼손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한 후 젊은 세대에게 당권과 총리직을 넘겨주면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한 역할을 맡았다. 처음 인터뷰 때 만난 헬름 발렌 위원장은 사민당이 야당 이었을 당시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국내 및 해외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 경우는 후보가 바로 선출되자마자 전당 대회를 거쳐 당대표이자 총리직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나중에 총리로 인선된 예란 페손이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당대표직을 수락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에 "Nej (No)"를 세 번이나 외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절차와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언론에서 예상한 5명의 강력한 후보 중 4명이 스스로 후보지명을 포기한다는 선언이 이어져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잉엘라 탈렌(Ingela Thalén) 사회부 장관, 마가레타 빈베리(Margaretha Winberg) 농림부 장관, 얀 뉘그렌(Jan Nygren) 정무장관, 마르곳 발스트렘(Margot Wallström) 문화부 장관 등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 능력을 높게 평가 받고 있었던 후보들이 자녀의 교육, 자신의 능력 부족, 후배들을 위한 양보 등의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 중에서 빈베리의 인터뷰는 여전히 이웃들과 이야기 할 때 화젯거리로 등장하곤 한다. "나의 그릇은 장관까지 입니다. 국가를 이끄는 능력까지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최고 권력의 근처에 있었고, 어쩌면 총리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능력을 갖췄음에도 겸손과 내려놓을 줄 아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탈렌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부 장관, 사회부 장관, 평등부 장관을 거치면서 시원스러운 입담과 항상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논리적 토론과 차분한 연설은 그가 총리의 직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뛰어난 후배를 위해 양보할 생각입니다" 얀 뉘그렌의 이유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이 시간을 놓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옆에 있어 주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총리후보에서 배제해 달라며 언론에 남긴 그의 인터뷰는 가족의 희생 없이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는 스웨덴 정치인들의 인식을 잘 보여 주고 있는 일화다.

훌테르스트렘 위원장의 인터뷰에서 남긴 그의 말은 스웨덴에서 어떤 지도자를 중요시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도자는 자신의 희생을 넘어 가족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국가의 충복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권력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가족의 이해와 동의 없이는 수행할 수 없는 자리가 총리직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의 상생을 위한 노력, 정치인의 희생, 깨어 있는 시민이 스웨덴 모델의 핵심이라고 했던 잉바르 칼손 전 총리의 인터뷰가 오버랩 된다.

얀테의 법칙 (Jantelagen)과 라곰(Lagom) 문화가 자리 잡은 정치

1963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까지 오른 악셀 산데모세(Aksel Sandemose)의 작품 '피난민의 길 (1933)'에서 나온 표현이다. 덴마크 아버지와 노르웨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덴마크의 작은 섬마을에서 자랐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이 작품을 집필했다. 덴마크에서 출생해 살았지만 노르웨이에서 온 피난민처럼 살았던 도시가 얀테(Jante)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작은 도시에서 적용되는 사회의 규범을 얀테의 법칙으로 적고 있다. 본래10개의 규칙이 책에 언급되었지만 책의 일부가 담고 있는 내용으로 마지막 11번째의 규칙이 추가되어 소개되고 있다. 2차 대전 기간 동안 나치를 피해 스웨덴에서 피난생활을 보낸 작가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을 모두 경험했다. 이 책이 북유럽에 소개된 이후 2차 대전을 거치며 얀테의 법칙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특히 스웨덴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문화적 특징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곤 한다. 얀테의 법칙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 네가 엄청나게 뛰어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2. 네가 우리만큼 선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3. 네가 우리만큼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4. 네가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5. 네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6. 네가 우리보다 더 귀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7. 네가 쓸모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8. 우리를 비웃지 말라
9. 너를 위해 누군가가 보살펴 준다고 생각하지 말라
10. 네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11. 우리가 너에 대해 모를지 아느냐?

얀테의 법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스웨덴 정치인들의 겸양과 소박함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총리직도 포기하면서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자신의 능력은 장관까지"라고 서슴없이 이야기 하는 빈베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후배들을 위해 양보한다는 선배정치인의 마음은 자신의 겸양이라기보다 나보다 후배들이 더 잘할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배어 있다. 얀테의 문화 속에서는 당대표가 되기 위해 나를 찍어 달라고 호소하는 것 자체가 좀 어색하고 튀는 행동처럼 보이게 된다. 이런 후보일수록 더 배제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 당내에서 계파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양보하고, 똑똑하거나 안다고 내세우거나 튀려고 하지 않는다.
얀테의 법칙과 더불어 스웨덴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라곰(lagom) 문화도 정치인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라곰은 '너무 지나치지 않게', '알맞게', '과하지 않은' 정도로 이해되는 단어지만 "너무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뒤쳐지지 않게 최선을 다하라"는 뜻도 담고 있어 절제, 배려와 협동, 헌신의 정신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사회심리적 정신이다. 이 라곰의 어원은 '법(lag)에 관한(om)', '법에 따라' 라고 스웨덴 한림원 사전에 나와 있듯 사회의 규범에 맞게 행동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라곰과 얀테의 법칙은 스웨덴 정치인의 정신세계, 정당 내에서 동료들과의 관계, 정당 간의 정책토론, 일반 사회생활까지 폭넓게 투영되어 독특한 정치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피파 노리스(Pippa Norris)와 조니 로벤더스키(Jini Lovenduski)의 공동연구 '정치충원 (1994)' 그리고 노리스의 단독연구 '권력으로의 길(1997)'에서 제시한 정치충원의 수요와 공급의 이론은 한 나라의 정치충원과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보여준다. 뽑는 사람(demand)의 요구기준과 뽑히는 사람(supply)의 공급능력은 문화와 법규,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 그 들의 이론은 스웨덴의 지도자 충원과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도구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도자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 받는 것

백야가 있어 여전히 밝은 여름 밤, 10시가 되면 망치 소리, 잔디를 깎는 기계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 것은 조금 지나서 친해진 이웃과 교류를 통해서였다. 10시 이후에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10시만 넘으면 시내를 나가도 거의 유령도시처럼 인적이 드문 경우가 많다. 시골이나 작은 도시일수록 이 현상은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하다.

스웨덴에서 정치토론은 레토릭 사용과 토론기술 수준이 높고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다 자신의 논리를 강화해 설득하려는 자세가 단연 돋보인다. 수많은 제2인자들이 눈에 띄어도 누구 하나 자신이 당대표가 되겠다고 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은연 중 그런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인기가 없다. 너무 튀는 사람들은 배척하는 문화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서 정당의 가치에 따라 토론도 능수능란하고 소통을 잘하는 정치인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매년 여름마다 고틀란드 섬에서 개최되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 있는 노상 카페나 식당에 가 보면 인기 있는 정치인들이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좋은 토론 경쟁은 위트와 해학, 논쟁의 긴장이 공존 한다.

토론과 연설을 잘하는 사람들 중 겸손과 도덕성을 겸비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국회 본회의장, 상임위, 지역구에서 보여주는 토론과 연설능력을 인정받으면, 상임위원장이나 장관 인선 때 많은 사람이 추천해 발탁되고, 이런 지도자들이 당대표를 인선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추천을 받아 5인의 명단에도 들게 된다. 스웨덴에서는 지도자는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성장해 가면서 선택 받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치에서는 계파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결국 계파나 팬덤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지나친 경쟁을 경계하는 문화도 있지만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잘 실천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계파와 극력지지층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 전국 당원과의 교감과 소통을 통한 정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경제와 문화수준이 정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다른 영역을 선도하는 사회가 된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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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0일 승부] 뉴욕증시 '경고음' [서울=뉴스핌] 이홍규 기자 = 최근 미국 금융시장에서 금리와 주가가 함께 요동치는 상황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집권 2년 차였던 2018년을 상기시킨다. 당시 뉴욕증시의 가격 부담은 높아져 있었다. 미국의 강한 경제가 되레 금리 우려를 부추겨 증시를 압박하던 차에 트럼프발 무역전쟁이 가세했다. 결국 그해 가을 S&P500 지수는 20%나 떨어져 약세장에 진입했다. [글싣는 순서] 트럼프 100일의 승부1. 규제 대못 뺀다…AI·자율주행·은행업 '더 쉽고 빠르게'2. 압도적 격차를 향한 전격전...MAGA 휘날리며3. 우크라 전쟁 100일 만에 끝내고 북미 대화 실마리4. 에너지 패권을 향해 '드릴, 베이비 드릴'5. 만능 치트키 관세...역대급 중국 압박6. 뉴욕증시 지진계 '경고음 요란'...2018년의 기억7. 증시 불확실성 MAGA 수혜주로 돌파..끝판왕은8. 관세와 달러, 복잡한 함수 관계9. 높아지는 미국의 만리장성...反이민 장애물도 산적 현재 뉴욕증시 여건과 시장이 직면한 위험은 당시와 닮았다. 시장에서 2018년을 반추하며 올해 뉴욕증시도 유사한 길을 걷지 않을까 하는 우려섞인 관측이 대두하는 이유다.특히 2018년 급락장에 앞서 출현한 충격파의 전조가 이번에도 포착되고 있다. 그 지진계의 수치가 이례적인 수준으로 치솟아 불안감은 더 크다. 바로 '블랙스완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스큐지수다. 1. 3주 전 신호 스큐지수는 S&P500의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에 대한 옵션시장의 우려를 보여주는 지표다. 개략적으로 말하면 주가 폭락에 대비한 풋옵션 수요가 높을수록 그 값은 올라간다. 주가가 크게 하락하는 시나리오에서만 가치가 있는, 그래서 당장은 가치가 없어 싼값에 거래되는, 즉 '외가격 풋옵션'이 높은 가격에 사들여진 결과다. 외가격 중에서도 가치의 무의미함이 큰 풋옵션 수요가 클수록 상승한다. 평소에는 헐값에 팔렸던 우산이 폭풍우가 예상되자 비싸져도 수요가 생기는 현상과 비슷한 셈이다. *스큐지수는 단순히 OTM 풋옵션뿐 아니라 OTM 콜옵션도 산출 대상에 포함된다. 구체적으로는 양자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한 내재변동성이라는 개념을 통해서다. 다만 실제 산출 과정에서는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의 비중이 더 크다. 급격한 시세 변동을 염두에 둔 헤지 상품의 수요는 가파른 가격 상승을 기대한 콜옵션보다 가파른 하락에 대비하려는 풋옵션에 집중되기 떄문이다. 따라서 산출 과정에서 자연스레 OTM 풋옵션의 내재변동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통상 스큐지수는 100~135 사이에서 변동한다. 135를 넘어서게 되면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급격한 하락 가능성에 대해 종전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가 되고 150이 넘어가면 극단적인 하락 가능성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스큐지수는 154다. 지금부터 3주 전인 지난달 24일에는 180으로 솟구쳤다. 두 달 전부터 수위를 높이더니 급기야 180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썼다. 지금은 이때보다 낮아졌지만 추세의 층위는 과거보다 훨씬 높은 곳에서 형성돼 있다. 옵션시장 참가자들이 들어 올린 '가드'의 높이가 한층 더 올라갔다는 얘기다. 스큐지수의 수치에 내재된 '극단적인 폭락' 가능성은 대략 30일 내 실현을 상정한다. 스큐지수를 산출하는 데 사용되는 옵션의 잔존만기 대부분이 30일 안팎이기 때문이다. 예로 잔존만기가 20일인 근월물과 48일인 차근월물이 있다면 관련 만기의 옵션에 내재된 변동성(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역산해 산출)을 소위 보간하는 방법을 통해 30일치를 구한다. 그렇다면 현재 옵션시장에서는 2월 중순 안에 폭락장이 올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정말 그렇게 될까. 2. 2018년의 잔상 2018년 여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될지도 모른다. 2018년을 문두에 꺼낸 것은 당시와 현재 상황이 유사해서다. 2018년은 올해와 마찬가지로 전년도 주가 상승률이 19%가 넘어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였던 해의 이듬해다. 트럼프의 법인세 감면이나 규제 완화책, 인프라 투자 확대책을 반영한 결과다. 트럼프의 고율관세 공약은 '엄포' 정도로만 생각했다. 이듬해 경제도 좋았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과 시장금리 상승 우려가 부담됐지만 강한 경제가 버텨주리라는 믿음이 더 컸다. 전형적으로 '우선 먹고 배아픈 건 나중에 생각하자'는 식의 장세였다. 2018년 스큐지수는 꾸역꾸역 고도롤 높여갔다. 당해 3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철강·알루미늄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것을 시작으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수위를 끌어올리며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였다. 2018년 3월 하순 120이 채 안 됐던 스큐지수는 7월 150을 넘어서더니 8월 16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 달 뒤 급격한 시세 하락을 예상한 스큐지수의 경고는 적중했다. 9월 2900선을 기록했던 S&P500은 11월 2600대까지 하락해 10% 떨어졌고, 그 뒤 하락세를 재개해 12월 2300선까지 추가 하락했다. 석 달 만에 20%가 무너졌다. *S&P500은 2018년 1~2월 당시 10% 떨어져 조정 국면에 진입한 적이 있다. 주가 하락의 발단은 고용통계 호조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과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우려였다. 다만 그 떄 주가 하락은 빠른 시차를 두고 격렬하게 전개됐는데 그 배경에는 당시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변동성 하락 베팅 관련 상품(크레디트스위스의 VIX 선물 가격 역추종 상품<XIV>)가격이 붕괴해 시세 변동성을 증폭시킨 일이 있었다. 소위 '볼마게돈'으로 불리는 일이다. 공교롭게도 당시에도 스큐지수는 한 달 전 135를 넘어 시세 하락을 예고했었다. 3. 진짜 '오싹'할 떄는 스큐지수의 경보음이 격렬해지는 순간은 그 수치가 오히려 지금처럼 하락할 때다. 주가 하락이 시작하면 스큐지수 산출 대상에 있던 외가격 풋옵션 비중이 자연스레 작아져 스큐지수의 값은 하락한다. 흔히 '공포지수'로 알려진 VIX는 주가가 떨어져야 그제서야 반응한다. VIX는 주로 ATM(등가격) 부근 옵션의 프리미엄 시세를 바탕으로 산출되기 떄문에 이미 멀찍이 있던 외가격에서 경보음을 낸 스큐지수보다 한발 늦다. ATM 옵션은 현재 주가와 행사가격이 '거의 같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당장 옵션시장의 주가 상승과 하락에 대한 '양방향 베팅' 상황을 보여준다. 스큐지수가 건물의 '화재감지기'라면 VIX는 화재가 난 뒤에 내부 온도를 보여주는 '온도계'와 같은 셈이다. '스큐지수의 하락→S&P500의 급락+VIX 급등'의 순서는 2018년 8월의 급락장에서도 동일하게 실현됐다. 최근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고 하락한 것은 주식시장이 이 패턴을 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VIX는 스큐지수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달 24일 14를 기록했다가 현재 19.5로 올라선 상태다. 아직은 주식시장의 높은 변동성을 예고한다는 '20'을 넘어선 단계는 아니지만 방향성 자체가 위를 향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S&P500도 지난달 6일 사상 최고가에서 4% 떨어지는 등 상기의 연쇄 흐름에 동참한 모습이 역력하다. 물론 스큐지수가 과거의 폭락장이나 거친 시세 흐름을 항상 예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 우려와 시장금리의 급등, 위안화 약세, 주식시장의 높은 밸류에이션, 조만간 출범하게 될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의 관세 염려 등 주가 하락을 시사하는 퍼즐들이 짜맞춰지고 있다는 점에서 급격한 시세 변동 위험이 현실화될 개연성을 높인다. 특히 위안화 약세의 파급력은 2015년 갑작스러운 평가절하나 2018년 중반 급격한 약세, 2019년 '7위안 돌파' 등의 사례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옵션시장의 우려가 단순한 기우가 아닐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재료들이다. 4. 실질금리의 중력장 1월 중순에 진입한 현재는 불안감이 들불처럼 번지기 쉬운 시기라는 점에서 스큐지수 경고에 담긴 의미를 배가시킨다. 과거 통계상 계절적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구간의 초입이다. 페퍼스톤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23년까지 VIX 추이를 월별로 평균해 연중 추이로 그려본 결과 1월 중순부터 3월 중순까지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연초에는 기관투자자가 새로운 투자 전략을 실행하거나 기존 포지션을 조정하고, 또 관련 기간에는 기업의 결산 보고가 맞물려 있어 시세가 각종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위험자산군의 시세를 주무르다시피하는 '실질금리'가 뜀박질을 재개한 점은 계절성의 현실화 가능성에 무게를 더한다. 미국 물가연동국채 10년물 금리로 본 실질금리는 지난달 초순 1.89%에서 중순 2.25%로 급히 올라섰다가 이달 초 숨고르기를 거친 뒤 최근 7일여만에 2.32%로 '레벨업'했다. 지난달 초순부터보자면 한 달 만에 43bp가 오른 셈이다. 통상 장기국채의 명목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대게 인플레 전망을 반영해 상승한 결과여서 실질금리 상승폭은 상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실질금리 변동성이 작은 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 달 만에 43bp라는 상승폭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마이클 하트넷 전략가의 표현을 빌려쓰자면 최근의 금융시장 상황은 '터너(전환점)' 임박을 시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앞서 하트넷 전략가는 실질금리 2.5%를 주시해야 할 지점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2.5%에 도달하면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더 강해질 것으로 봤다. 2.5%는 2023년 10월 하순에 기록한 최근 10년 기준 전 고점에 해당한다. 당시 실질금리는 같은 해 7월 1.48%에서 2.5%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같은 기간 S&P500의 시세를 10% 떨어뜨린 배경이 됐다. 하트넷 전략가에 따르면 현재 실질금리는 이미 지난달 중순부터 2%대로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종전까지 주식시장의 시세가 어느 정도 방어가 됐던 것은 '강한 경제 펀더멘털이 실질금리 상승의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종전의 고점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면 내성 역할을 해왔던 투자자들의 믿음에 균열이 가해질 수 있다고 봤다. 스큐지수의 급등과 급락이라는 전조가 보여준 경고는 실질금리 2.5% 돌파와 함께 현실화될지도 모를 일이다. bernard0202@newspim.com 2025-01-13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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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샤오훙수 열풍에 고무된 중국매체 [베이징=뉴스핌] 조용성 특파원 = 이른바 미국의 '틱톡(TikTok) 난민'들이 대거 샤오훙수(小紅書)에 가입하는 현상이 지속되자 중국 매체들이 고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틱톡이 오는 19일부터 미국 내 서비스를 종료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미국 내 틱톡 유저들이 중국의 또 다른 SNS인 샤오훙수의 글로벌 버전 '레드노트(RedNote)' 앱을 다운로드해 신규회원으로 가입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데이터 조사기관인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1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내 사오훙수 앱 다운로드 건수는 전주에 비해 2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중국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이 17일 전했다. 전년 대비로는 30배 증가했다. 이달 들어 샤오훙수의 다운로드량 중 22%가 미국에서 이뤄졌다. 이 수치는 전년 동기에는 2%에 불과했다. 미국 내 틱톡 난민들이 샤오훙수로 대거 이동하면서 샤오훙수의 다운로드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중국은행보험보는 이날 샤오훙수 앱은 현재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이탈리아 등 87개 국가에서 다운로드 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39개 국가에서도 10위 이내의 수위권에 분포하고 있다. 특히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신규 가입자가 70만 명을 넘어섰다. 이같은 소식에 중국 증시에서는 샤오훙수 관련주가 연일 급등하고 있다. 현재 샤오훙수는 글로벌 유저들을 위해 원클릭 번역 기능을 개선하고 있다. 샤오훙수 열풍이 이어지자 중국 매체들은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매체들은 미국이 2018년 이후 반중 정책 수위를 지속 높이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활발한 소통과 교류가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17일 환구시보는 논평기사에서 "미국의 많은 유저가 자신들을 틱톡 난민이라고 자칭하며 샤오훙수로 몰려들고 있고, 이는 뜻하지 않게 미중 양국 국민의 새로운 소통의 장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국 유저의 후기를 보면, 이들은 낯선 중국어 플랫폼에 접속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했지만, 중국인의 친절한 응대에 놀라워했고, 중국인의 개방적인 태도에 경계를 풀게 됐다"며 "양국 네티즌의 교류 열기가 폭발적으로 높아졌고, 대화 주제는 다양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미국의 정치인들은 지속적으로 중국을 비방해 오고 갖가지 부정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지만, 양국 국민 간에는 교류 협력을 심화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이어 "샤오훙수 현상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을 수립할 때 좋은 참고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SNS인 샤오훙수 자료사진 [사진=바이두 캡처] ys1744@newspim.com 2025-01-1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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