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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⑨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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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지도자 선출과정과 정치문화

사민당의 당대표 선출과정을 연구하며 후보자 추천위원장 두 명을 만났던 적이 있다. 한번은 2007년 모나 살린(Mona Sahlin)을 당대표로 추대할 때였고, 또 한 번은 1996년 예란 페손(Göra Persson)을 당대표를 선출할 때였다.

첫 번째 인터뷰는 레나 헬름 발렌(Lena Hjelm Wallen) 전직 부총리와 사민당 당사에서 이루어졌다. 부총리까지 오르기 전 외교부 장관, 교육부 장관, 국제원조장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베테랑 정치인이었다. 당대표 후보 추대위원장은 당의 원로 중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비중 있는 정치인을 뽑는 것이 원칙이다. 스톡홀름 도심에 있는 스베아 거리 68번지 (Sveavägen 68)에 위치한 사민당 당사를 들어서니 TV에서 보던 전 부총리가 리셉션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인터뷰는 사민당의 차기 당대표 1순위에 올라 있었던 안나 린드(Anna Lind) 세미나실에서 진행되었다. 린드는 외교부 장관 재직 당시 시내 쇼핑몰에서 정신분열 증세를 보인 괴한에게 습격을 받고 유명을 달리 했던 분이다. 그의 흉상 아래 자리를 잡았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사민당의 당대표 선출과정을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왜 당내 경선을 하지 않고 추천을 통해 결정하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당대표 경선을 위해 후보 간 경쟁을 하게 될 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습니다. 쟁쟁한 후보들이 나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세력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전국을 돌며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과정에서 과열될 수가 있습니다. 서로의 약점을 공격하는 네거티브 선거운동으로 승리자가 결정되어도 떨어진 사람과는 다시는 하나가 될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다음에 이기기 위해 자신의 계파를 만듭니다. 이긴 사람도 조직적으로 일하기 위해 도와 준 분들과 당권을 나눠 갖게 되어 있습니다. 계파 관리를 위해 돈이 많이 들 수 밖에 없지요. 이 같은 경쟁문화는 많은 문제점과 함께 스웨덴 문화와 동떨어져 있어 채택할 수 없는 제도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스웨덴은 얀테의 법칙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규범이 작동되고 있습니다.(얀테의 법칙은 뒤에서 상세히 설명한다)"

"후보선정 과정을 상세히 소개해 주시지요"

"우선 26개의 전국 권역별로 전국 290개의 지방조직에서 추천을 받아 5명씩 중앙에 추천을 합니다. 지방별로 여성위원회, 청년위원회, 노동자위원회, 대학생위원회에 소속된 당원 혹은 일반당원들이 추천하면 권역별로 5명을 최종 선정하는 과정이 이루어집니다. 권역별로 5명씩을 추천하는 권역위원회가 따로 있어 민주적 투명성이 보장되지요. 이렇게 추려진 5명은 26개의 권역별로 중앙에 올라옵니다. 그럼 26개 권역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순서로 5명을 중앙추천위원회에서 선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렇게 해서 최종 5명을 후보자 명단에 올리는 절차가 완료되면 그 다음은 중앙 추대위원회가 5명을 한 명씩 인터뷰를 진행 합니다. 이 과정에서 5명 후보 중 언론에 자신이 후보에 올라 인터뷰를 받은 내용을 공개하면 바로 후보에서 탈락시키는 내부 규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여론 플레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일환 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원이 아닌 국민여론의 압력이 선출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후보 인터뷰는 외부에 완전히 가려진 채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됩니다."

제1당 지위를 1918년부터 100년 이상 유지해 오면서도 공천과정에서 한 번도 불협화음이나 당내 싸움으로 이어진 적이 없었던 이유도 어쩌면 은밀하게 진행되는 공천 과정 때문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은밀하게 후보를 뽑기 때문에 내부 영향력이 있는 실권자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여지가 있고, 또 이렇게 후보로 지명된 사람은 추천위원회의 의지이기 때문에 객관성까지 결여될 수 있지 않은지 질문해 보았다.

"후보 추천위는 5명의 후보를 인터뷰 하면서 중요시 하는 기준으로 당의 통합을 이끌 수 있고, 설득과 소통능력, 위기관리능력, 도덕성, 정책비전, 시대적 요구에 맞는 리더십, 경제운영 능력, 국제적 감각 등 다양한 능력을 비교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족의 동의와 자신의 희생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위원회의 심사 기간 중 당 원로, 당실세 등 그 누구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전국에서 올라온 자료와 의견만이 우리의 판단기준이 됩니다. 음해하는 내용이 있으면 배제하고 진행합니다. 이렇게 최종후보로 오른 사람은 바로 당대표가 되는 것이 아니고 전국 대의원들이 참가한 전국당총회(전당대회)에서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최종 당대표로 선출됩니다. 이 때 누구나 후보로 출마해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후보와 최종 표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민주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입니다." 하지만 1918년 1당 지위에 오른 이후 105년 동안 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 후보와 결선 투표를 벌인 예가 한 번도 없었다.

레나 헬름 발렌 전 스웨덴 부총리 [사진=유튜브 International IDEA 캡쳐]

스벤 훌테르스트렘(Sven Hulterström) 후보추천위원장과의 인터뷰도 스웨덴 정치를 이해하는데 큰 가르침을 주었다. 훌테르스트렘 위원장은 교통부 장관과 사회부 장관을 역임한 당 원로로 1995년 잉바르 칼손 총리가 총선에서 승리한 후 젊은 세대에게 당권과 총리직을 넘겨주면서 생긴 공석을 채우기 위한 역할을 맡았다. 처음 인터뷰 때 만난 헬름 발렌 위원장은 사민당이 야당 이었을 당시 후보자를 추천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국내 및 해외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었지만, 이 경우는 후보가 바로 선출되자마자 전당 대회를 거쳐 당대표이자 총리직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세간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나중에 총리로 인선된 예란 페손이 언론 인터뷰에서 기자들이 "당대표직을 수락하실 겁니까"라는 질문에 "Nej (No)"를 세 번이나 외친 것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절차와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이라면 언론에서 예상한 5명의 강력한 후보 중 4명이 스스로 후보지명을 포기한다는 선언이 이어져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잉엘라 탈렌(Ingela Thalén) 사회부 장관, 마가레타 빈베리(Margaretha Winberg) 농림부 장관, 얀 뉘그렌(Jan Nygren) 정무장관, 마르곳 발스트렘(Margot Wallström) 문화부 장관 등 대중적 인기를 누리면서 능력을 높게 평가 받고 있었던 후보들이 자녀의 교육, 자신의 능력 부족, 후배들을 위한 양보 등의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해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 중에서 빈베리의 인터뷰는 여전히 이웃들과 이야기 할 때 화젯거리로 등장하곤 한다. "나의 그릇은 장관까지 입니다. 국가를 이끄는 능력까지는 갖고 있지 않습니다." 최고 권력의 근처에 있었고, 어쩌면 총리자리까지 오를 수 있었던 능력을 갖췄음에도 겸손과 내려놓을 줄 아는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이다. 탈렌도 예외가 아니다. 노동부 장관, 사회부 장관, 평등부 장관을 거치면서 시원스러운 입담과 항상 웃음을 머금으면서도 논리적 토론과 차분한 연설은 그가 총리의 직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많은 국민과 당원들이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뛰어난 후배를 위해 양보할 생각입니다" 얀 뉘그렌의 이유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초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아이들은 이 시간을 놓치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빠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옆에 있어 주는 것만큼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총리후보에서 배제해 달라며 언론에 남긴 그의 인터뷰는 가족의 희생 없이 국가를 경영할 수 없다는 스웨덴 정치인들의 인식을 잘 보여 주고 있는 일화다.

훌테르스트렘 위원장의 인터뷰에서 남긴 그의 말은 스웨덴에서 어떤 지도자를 중요시 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지도자는 자신의 희생을 넘어 가족의 희생을 요구합니다. 엄마와 아빠의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오로지 국가의 충복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치는 권력을 가져다주지만 동시에 더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가족의 이해와 동의 없이는 수행할 수 없는 자리가 총리직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의 상생을 위한 노력, 정치인의 희생, 깨어 있는 시민이 스웨덴 모델의 핵심이라고 했던 잉바르 칼손 전 총리의 인터뷰가 오버랩 된다.

얀테의 법칙 (Jantelagen)과 라곰(Lagom) 문화가 자리 잡은 정치

1963년 노벨 문학상 후보에까지 오른 악셀 산데모세(Aksel Sandemose)의 작품 '피난민의 길 (1933)'에서 나온 표현이다. 덴마크 아버지와 노르웨이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덴마크의 작은 섬마을에서 자랐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고향으로 돌아와 이 작품을 집필했다. 덴마크에서 출생해 살았지만 노르웨이에서 온 피난민처럼 살았던 도시가 얀테(Jante)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다. 이 작은 도시에서 적용되는 사회의 규범을 얀테의 법칙으로 적고 있다. 본래10개의 규칙이 책에 언급되었지만 책의 일부가 담고 있는 내용으로 마지막 11번째의 규칙이 추가되어 소개되고 있다. 2차 대전 기간 동안 나치를 피해 스웨덴에서 피난생활을 보낸 작가는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을 모두 경험했다. 이 책이 북유럽에 소개된 이후 2차 대전을 거치며 얀테의 법칙이 회자되기 시작했고, 특히 스웨덴 사람들의 행동양식과 문화적 특징을 소개할 때 자주 등장하곤 한다. 얀테의 법칙은 이렇게 구성되어 있다.

1. 네가 엄청나게 뛰어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
2. 네가 우리만큼 선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3. 네가 우리만큼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4. 네가 우리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착각하지 말라
5. 네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 말라
6. 네가 우리보다 더 귀하다고 생각하지 말라
7. 네가 쓸모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
8. 우리를 비웃지 말라
9. 너를 위해 누군가가 보살펴 준다고 생각하지 말라
10. 네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11. 우리가 너에 대해 모를지 아느냐?

얀테의 법칙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스웨덴 정치인들의 겸양과 소박함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총리직도 포기하면서 자녀를 위해 헌신하고, "자신의 능력은 장관까지"라고 서슴없이 이야기 하는 빈베리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후배들을 위해 양보한다는 선배정치인의 마음은 자신의 겸양이라기보다 나보다 후배들이 더 잘할 것이라는 확신과 믿음이 배어 있다. 얀테의 문화 속에서는 당대표가 되기 위해 나를 찍어 달라고 호소하는 것 자체가 좀 어색하고 튀는 행동처럼 보이게 된다. 이런 후보일수록 더 배제하고 기회를 주지 않는 문화가 몸에 배어 있다. 당내에서 계파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자신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고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기회를 양보하고, 똑똑하거나 안다고 내세우거나 튀려고 하지 않는다.
얀테의 법칙과 더불어 스웨덴 사회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라곰(lagom) 문화도 정치인의 행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라곰은 '너무 지나치지 않게', '알맞게', '과하지 않은' 정도로 이해되는 단어지만 "너무 지나치게 튀지 않으면서도 뒤쳐지지 않게 최선을 다하라"는 뜻도 담고 있어 절제, 배려와 협동, 헌신의 정신을 함께 내포하고 있는 사회심리적 정신이다. 이 라곰의 어원은 '법(lag)에 관한(om)', '법에 따라' 라고 스웨덴 한림원 사전에 나와 있듯 사회의 규범에 맞게 행동한다는 뜻도 담고 있다. 라곰과 얀테의 법칙은 스웨덴 정치인의 정신세계, 정당 내에서 동료들과의 관계, 정당 간의 정책토론, 일반 사회생활까지 폭넓게 투영되어 독특한 정치문화를 만들어 내고 있다.

피파 노리스(Pippa Norris)와 조니 로벤더스키(Jini Lovenduski)의 공동연구 '정치충원 (1994)' 그리고 노리스의 단독연구 '권력으로의 길(1997)'에서 제시한 정치충원의 수요와 공급의 이론은 한 나라의 정치충원과정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잘 보여준다. 뽑는 사람(demand)의 요구기준과 뽑히는 사람(supply)의 공급능력은 문화와 법규, 환경에 따라 결정된다고 하는 그 들의 이론은 스웨덴의 지도자 충원과정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도구다.

[사진=게티이미지]

지도자는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 받는 것

백야가 있어 여전히 밝은 여름 밤, 10시가 되면 망치 소리, 잔디를 깎는 기계음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안 것은 조금 지나서 친해진 이웃과 교류를 통해서였다. 10시 이후에는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으려는 배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10시만 넘으면 시내를 나가도 거의 유령도시처럼 인적이 드문 경우가 많다. 시골이나 작은 도시일수록 이 현상은 눈에 띌 정도로 확연하다.

스웨덴에서 정치토론은 레토릭 사용과 토론기술 수준이 높고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다 자신의 논리를 강화해 설득하려는 자세가 단연 돋보인다. 수많은 제2인자들이 눈에 띄어도 누구 하나 자신이 당대표가 되겠다고 튀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은연 중 그런 마음을 드러내는 사람들은 인기가 없다. 너무 튀는 사람들은 배척하는 문화 때문이다. 열심히 하면서 정당의 가치에 따라 토론도 능수능란하고 소통을 잘하는 정치인들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다. 매년 여름마다 고틀란드 섬에서 개최되는 알메달렌 정치박람회에서 관객이 구름처럼 몰려 있는 노상 카페나 식당에 가 보면 인기 있는 정치인들이 참석해 토론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좋은 토론 경쟁은 위트와 해학, 논쟁의 긴장이 공존 한다.

토론과 연설을 잘하는 사람들 중 겸손과 도덕성을 겸비한 사람은 자연스럽게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국회 본회의장, 상임위, 지역구에서 보여주는 토론과 연설능력을 인정받으면, 상임위원장이나 장관 인선 때 많은 사람이 추천해 발탁되고, 이런 지도자들이 당대표를 인선하는 과정에서 당원들에게 추천을 받아 5인의 명단에도 들게 된다. 스웨덴에서는 지도자는 서로 경쟁하면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성장해 가면서 선택 받는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정치에서는 계파가 들어설 자리는 없다. 결국 계파나 팬덤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지나친 경쟁을 경계하는 문화도 있지만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가 잘 실천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계파와 극력지지층에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 전국 당원과의 교감과 소통을 통한 정치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곳에서는 경제와 문화수준이 정치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다른 영역을 선도하는 사회가 된다.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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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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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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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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