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국민연금보험료 납부의무 부존재 주장은 기각
"국세청 결정으로 사업주 밝혀져…변경 거부 위법"
[서울=뉴스핌] 이성화 기자 = 부친의 강압에 못 이겨 명의를 빌려줬다가 국세청 결정으로 실제 사업주가 드러난 경우 신고 당시로 소급해 사업주를 변경해줘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국민연금보험료 납부 의무가 부존재함을 확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 명의로 부과된 4900만원 상당의 국민연금보험료를 납부할 의무가 없다는 A씨의 주위적 청구를 기각하면서도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여 공단의 사업장 사용자 소급변경 거부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다.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과 서울가정법원. 2022.01.14 pangbin@newspim.com |
A씨는 아버지 B씨의 가정폭력으로 따로 거주해왔는데 2015년 3월 B씨가 찾아와 자신이 운영하는 철구조물 제조·도장업 사업장의 사업자등록과 사업주 명의를 대여해달라고 하자 폭행을 당할 것이 두려워 명의를 빌려줬다.
이후 공단은 2015년 10월분 부터 A씨 앞으로 국민연금보험료를 부과했고 이듬해 10월 B씨의 사업장 내 근로자가 없어 사용관계가 끝났다는 이유로 사업장가입자 자격 상실 처리를 했다. 당시 미납된 1년치 국민연금보험료는 합계 4900만원, B씨가 A씨 명의로 신고하고 납부하지 못한 부가가치세는 5600만원에 달했다.
A씨는 과세관청에 B씨의 폭행이 두려워 사업자 명의를 대여해준 것이라며 신고세액을 취소해달라고 했으나 거부되자 국세청에 거부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심사 청구를 냈다.
국세청은 'A씨는 B씨의 강압에 의해 사업자 명의를 대여할 수밖에 없었고 사업장의 실질 사업자는 B'라며 과세관청의 거부처분을 취소했다.
A씨는 공단에 국세청의 결정문을 제출하면서 당초 국민연금사업장 성립신고를 한 2015년 9월자로 소급해 사업주를 B씨로 변경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공단은 심사청구 결정이 나온 2020년 2월자로 변경해주면서 이전 시기로 사업주를 소급 변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통지했고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공단의 연금보험료 부과처분을 당연 무효로 볼 수 없다며 연금보험료 채무가 없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공단에게 명의상 사업주와 실제 사업주가 일치하는지에 관한 실질적 심사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연금보험료 부과처분의 위법성 여부는 처분시를 기준으로 살펴야 하고 A씨가 강압에 의해 사업주 명의를 대여했다는 사실은 사실관계를 정확히 조사해야 밝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국민연금법상 사용자에 해당하는 자를 소급해 변경해달라는 원고의 신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에 대한 각 부가가치세 신고세액의 취소는 관련 심사청구 결정에 따른 것으로 일종의 쟁송취소에 해당한다"며 "법원 판결이나 행정심판 등 쟁송 과정을 통해 당초부터의 실제 사업주가 명백히 밝혀진 경우 피고에게 실질적 심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쟁송 결과의 내용을 반영해 사업주를 소급해 변경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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