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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⑲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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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 창간 20주년 특별기고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국민 의식의 대전환, 우리 안에 숨은 긍정의 인자를 깨우자

어릴 때부터 독립적 사고를 배우는 아이들

평상시 집 주위를 산책하다 보면 자전거나 어린이용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면서 손을 흔들어 주는 아이들을 만난다. 담장이 없는 단독 주택에 살다 보니 많은 동네 꼬마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그 때 알게 된 아이들이다.

1년에 봄과 가을 한 번씩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아이들과 여름에 깜짝 방문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봄에는 부활절, 가을에는 할로윈 때다. 기발한 발상으로 만든 복장과 얼굴을 칠하고 4~5명이 함께 동네 집을 돈다.

이럴 때는 주로 구디스(Godis, 사탕, 젤리, 초콜릿 등)를 준비해 놓고 있다가 내미는 바구니에 조금씩 집어넣어 주면 된다. 여름에도 한 번씩 불쑥 찾아 올 때가 있다. 이때는 겨울 용품 등을 주로 우편 판매한다. 양말, 커피, 어떨 때는 직접 구운 빵, 과자 등 직접 물건을 가지고 올 때도 많다. 과자와 빵은 두세 집 엄마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본인들이 직접 구웠다고 자랑한다.

[최연혁 교수의 스웨덴 패러독스] 글싣는 순서

1. 글을 시작하며
2. 영국, 미국 그리고 스웨덴 3국의 숨겨진 비밀
3. 노조가 존중받는 사회, 스웨덴 노조의 대변신
4. 기업하기 좋은 나라, 사민당의 대변신
5. 만연했던 부패 어떻게 청산했나, 스웨덴 해법의 블랙박스
6. 특권을 걷어낸 정치, 국가경쟁력
7. 민주주의 건강상태는 누가 챙겨야 할까
8. 좌우파의 국가우선주의, 설득을 통한 상생의 정치
9. 정당 내 계파가 없는 이유
10. 성차별이 없는 사회
11. 장애인이 살기 좋은 나라
12.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열어주세요
13. 지방경쟁력은 곧 국가경쟁력
14. 서로의 선을 지키는 사람들
15. 화를 내지 않는 사람들
16. 4차산업시대 노사관계의 대전환
17. 새로운 정치패러다임, K-Politics 전제조건
18. 우리 사회의 대전환, 두 개의 관문
19. 국민 의식의 대전환, 긍정 인자를 깨우자
20.글을 맺으며, 대한민국 패러다임 전환 (끝)

아이들이 찾아 올 때마다 물어본다. "누가 시켜서 하는 거니?" 바로 손을 내저으며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구입하거나 스포츠 클럽활동 해외전지훈련 비용을 벌고 싶어서 한다고 했다. 구디스를 받아 가면 부활절과 할로윈 파티 때 가족과도 먹고 친구들과 함께 나눠 먹는다고 했다. 구디스를 사 줄 것을 벌어 왔으니 대신 용돈으로 받는다고 한다. 용돈은 모아서 어디다 쓸 계획이냐고 물어보면 핸드폰이 낡아서 돈을 모아 살 거라고 한다. 어떤 아이는 전자손목시계를 사기 위해 저축한다고 했다. 5월에 방문하는 아이들은 주로 해외 여름 캠프를 준비하기 위해서 방문한다. 팀별로 나눠 3~5명이 함께 방문한다. 공산품 보다는 이윤이 더 남기 때문에 직접 구운 빵이나 과자를 가지고 와 판매하기도 한다. 시중보다는 조금 비싸지만 아이들의 정성과 바로 구운 빵이라 따끈따끈해 3~4개 정도 구입해 준다. 이 아이들에게도 처음 했던 질문을 던지면 똑같은 답이 돌아온다. 자발적으로 캠프참가비도 벌고 혹시 남으면 축구화나 운동복을 구입한다고 했다. 어린이들의 나이는 8살부터 15살까지 다양했다. 어린 나이 때부터 자립적 정신, 노동과 소득이라는 경제개념을 가르치는 부모의 마음을 함께 읽는다.

잉바르 캄프라드가 IKEA를 일군 배경

이케아 창업자인 잉바르 캄프라드(Ingvar Kamprad)의 자서전을 읽은 적이 있다. 시골마을 엘림타뤼드(Elmtaryd)에 정착한 독일 이민가족의 후손이다. 이 마을은 스웨덴에서 가장 산림이 많고, 농작지가 넓어 스웨덴의 농업중심지역으로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캄프라드는 어릴 적 저금해 놓았던 용돈으로 성냥갑을 몇 십 개를 싸게 구입해 한 통씩 판매하거나, 집에서는 하나씩 불을 지피며 다른 가족들에게 돈을 받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우실 때, 엄마가 아침 식사준비를 위해 불을 지필 때 성냥불을 켜 주고 1원씩 받는 식이었다. 당시 스웨덴은 성냥이 최대 수출산업 제품 이었고 공장은 캄프라드가 살던 지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었다. 가족 어른들의 잔심부름, 자동차 청소, 집안 청소 등을 할 때마다 가족은 노동에 대한 대가를 지불했다고 한다. 캄프라드는 10대 때 매일 아침 우유, 신문, 광고지 배달을 통해 이미 상당한 금액을 저축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직접 돈을 벌며 노동과 돈의 의미, 저축을 통한 자금획득의 방법, 청년 사업의 꿈을 꿀 수 있었고 직접 모은 돈은 종자돈이 되었다고 그는 적고 있다. 그의 집이 속한 교구 이름은 아군나뤼드(Agunaryd)다. 자신의 이름과 마을, 교구의 앞 자를 따 IKEA가 탄생했다. 이 시골구석에서 세계적 기업이 태어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출처=이케아(IKEA)홈페이지>

우리 안에 숨은 긍정의 인자

우리 국민은 약자를 도와주고 아픔을 함께 나누는 애민과 긍휼의 인자를 갖고 있다. 태안 앞 바다 폐유로 오염된 갯벌 살리기에 참여한 국민정신을 생각해 보자. 국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었다면 20년이 지나도 오염된 해안이 다시 회복 될 수 없다고 환경오염 전문가들은 예측했지만, 전국에서 123명만이 주말을 반납하고 몰려들어 1년 내에 기름기가 거의 제거되었고, 10년 만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경관보호지역(카테고리V)에서 국립공원(카테고리II)으로 승격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도로 주행 중 용달차에서 쏟아진 페트병을 함께 치우는 시민들을 보라. 지난 가던 시민들, 차를 몰던 운전자들도 모두 멈추고 하루 종일 치워도 못했을 청소를 1시간 내에 해치우는 시민정신을. 2002년 월드컵 4강 때 온 국민이 빨간 물결을 만들며 하나가 된 느낌을 다시 소환해 보자. 우리 민족의 인자에는 슬픔을 함께 나누고, 함께 기뻐해 주며, 함께 나서 외세를 물리친 포용성과 독립성이 면면이 이어져 오고 있다. 언제든 뭉칠 준비가 되어 있는 민족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황희찬이 역전골을 넣었을 때 한밤 중 거리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기쁨을 나눴다. 우리는 하나가 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될 연습이 부족해서 그렇지 우리는 강한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 시민들의 봉사활동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회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방식, 우리만의 SOP을 만들자

1994년 9월 28일 탈린에서 출발해 스톡홀름으로 향하던 에스토니아 호가 전복되어 852명이 실종 사망하자 전국의 교회는 촛불을 밝혔다. 가족을 잃은 이웃을 위해 전국에 조기를 걸고 온 국민이 함께 기도하며 아픔을 함께 나누는 추모식을 올렸다. 그러면서 큰 충격에 빠진 국민들도 스스로 치유의 시간을 나눌 수 있었다. 희생자 가족들은 교회와 자치시, 그리고 학교 등지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심리 상담을 받도록 했다.

2004년 태국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난 스웨덴 국민 543명이 인도양에서 발생한 쓰나미로 목숨을 잃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뉴스가 전파되던 저녁 전 국민은 마을교회에서 희생자를 위해 기리는 예배를 가졌고, 가족과 가까운 지인, 친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해 전국적으로 심리상담반이 조직되어 그 들을 위로하도록 했다. 정부는 희생자들이 영면을 취할 수 있도록 가족들의 동의를 받아 사고선을 인양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그 자리를 거대한 바다 속 묘지로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가족들의 집단행동이나 의회의 특별 단독조사 요구는 없었다.

쓰나미 사고조사단이 임명되어 2년에 걸쳐 정부의 대응과 법제도, 시설 등 다양한 문제를 검토한 후 2006년 조사결과를 발표해 정부의 초동대처 미비와 외국파견 긴급구호대, 의료진, 장비 등이 미흡해 현지에서 슬픔에 빠진 국민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자책과 함께 법제도 미비와 해외재난 구조를 할 수 있는 인력, 장비(헬기 등) 및 예산미비 등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국내외 구호재난을 위한 사회안전구호재난청(Myndigheten för samhällsskydd och beredskap)을 새로이 조직해 발족했다.

에스토니아와 쓰나미 희생자 가족을 위해 국가가 위로금이나 보상금은 전혀 지불되지 않았다. 국가는 전국의 교회를 개방해 언제든 목사와 상담을 받게 했고, 유가족이 있는 지방정부는 외상치료 심리 상담과 치료를 위한 지원을 한 것 외에는 국가차원이나 지방자치 차원에서 유가족을 위해 지불한 예는 없었다. 쓰나미의 경우 희생자 위령제와 장례식 때 태국까지 이동을 위해 전세기를 내 제공한 것과 현지 숙박비, 시신 운구 비용 등은 항공사와 계약을 맺어 국가가 전액 지원했다.

할로윈 용산압사 사고 이후 서울시는 5일,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19일 만에 유가족과 부상피해자를 위해 정신과적 치료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재난 대책 매뉴얼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거나 있었더라도 무용지물 이었을 것이다. 재난대책 매뉴얼에는 사고 당일부터 바로 정신 상담과 치료를 제공하는 것이 원칙이다. 세월호 사고의 학습효과는 미미했던 것일까?

자녀와 가족, 친구를 잃은 희생자 유족과 함께 아픔은 전 국민과 함께 조용히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더 이상 유사한 참사가 나오지 않도록 국가조사위원회의 결과를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정부는 전문가 중심으로 민간조사위원회를 반드시 구성해야 한다. 정부 주도의 조사는 다양한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고, 정부로부터 완전 절연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이 쉽지 않고 정치적 판단의 의혹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정당들과 사회단체들은 국가적 대참사 때는 조용히 실의에 빠져 있는 희생자 가족, 국민들의 충격과 아픔을 치료할 수 있도록 기다리고 추모에 함께 동참해 주는 것이 맞다. 의혹을 제기 한다든지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하지만 국회 차원에서는 정부와 보조를 맞춰 가면서 상황에 대한 실시간 파악과 미래 언젠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행법을 점검해 보고 미비한 부분들은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해 나가야 한다. 스웨덴처럼 해외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참사 시 구조대, 의료장비, 텐트, 이동수단, 지휘체계 등 사고 발생 다음 날 바로 출동할 수 있는 해외 출동 비상체제를 가동할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출 수 있도록 꼼꼼하게 챙기는 것을 주 임무로 삼아야 한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 참사 때 파견되었던 것처럼 국민의 해외 재난 시 그 다음 날 바로 출발할 수 있는 5분대기조가 항상 준비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조직 행태이론에서는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이라 부른다. 국가가 재난위기에 처했을 때 그 때부터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과 다음 단계 대응, 가용 수단 점검, 내부조율, 위기의 여파 분석, 피해자 파악 등 한꺼번에 쏟아지는 위기적 대응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정부가 이 위기대응 매뉴얼의 프로토타입 모델을 만들고, 사회의 모든 조직들과 공유를 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예외 없이 바로 적용해 지방자치, 기관, 학교, 유치원과 어린이집까지 동일한 대응 방식으로 다시는 똑 같은 잘못을 반복하는 악의 고리를 끊어내 보자.

스웨덴 시내 [사진=최연혁 교수 제공]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폭풍 전야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다. 너무나 많은 갈등과 대립, 매일 같이 반복되는 국회에서의 정쟁, 국회조차 구호와 피켓의 일상화, 확성기와 현수막으로 도배된 국회 앞, 전국 정당사무소에 내건 상호비방과 막말, 주말마다 도로를 뒤덮는 양쪽 시위대.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사후 책임과 보상, 국정조사에 대한 요구가 끊기지 않는 사회.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를 물어 보지만 정치권은 답이 없다. 오히려 갈등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양상이다.

우리는 왜 이것을 지적해 줄 수 있는 어른이 없을까? 국가적 위기 상황인데 누가 나와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쳐줄 사람은 없는가? 정지 상태에서 새로운 생각을 할 수 있는 그런 순간이 정말 필요할 때 아닌가? 전쟁 중에 양쪽의 합의를 통해 "휴전"을 외치면 손에 들고 있는 무기를 내려놓고 각자의 위치로 돌아간다. 휴전 상태에서 다시 전투가 시작할 때 승리할 수 있도록 전략을 짜고, 무너진 진지를 다시 쌓고, 무기체계를 다시 준비하고, 부상자와 전사자 가족을 보살피고, 국민 사기진작을 위한 대국민 메시지도 내고 할 수 있다.

열심히 하던 일을 잠시 내려놓으면 자신과 지난 시간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된다. 상황을 다시 복기해 보며 어떤 실수를 했는지,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될지를 생각해 보는 기회로 삼는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생각해 보는 여유도 갖기도 한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자 행위에 대한 의미를 부여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사실 우리는 인생에서 한 번 이기든 지든 큰 의미는 없다. 중고등학교 때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친구들, 공부보다는 하고 싶은 것에 더 열중했던 친구들, 어떻게 미래를 살지 살짝 걱정했던 친구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여러분은 어떤 예에 해당하나? 그리고 꿈꾸던 대로 모두 이루고 싶은 일들을 이루었나? 다른 친구들은 어떤가? 사실 답은 없다.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발견해 성공한 사람, 일찍 꽃피우고 빨리 진 사람, 작지만 그것에 만족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 뭐가 더 바람직한 삶인가? 사회에 폐 끼치지 않고 조용한 선행을 하며 사는 사람을 보면 고맙고, 존경스럽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주위를 사랑하며 튀지 않는 사람들이 더 눈에 띈다.

국난극복의 역사 앞에서 새로운 시작이 필요할 때

우리 모두 마음속으로 무궁화 꽃을 외쳐 보자. 그리고 헌법전문 정신으로 돌아가자.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이렇게 선언하고 있다.

"정의ㆍ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 모든 사회적 폐습과 불의를 타파하며, 자율과 조화를 바탕으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 하여 정치ㆍ경제ㆍ사회ㆍ문화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며,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안으로는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밖으로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으로써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의 안전과 자유와 행복을 영원히 확보할 것을 다짐(함)"

헌법 2장 10조의 문구다.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어린이집 교사부터, 초등학교 교사, 80~90대 어르신 돌봄복지사까지 헌법 정신을 떠올리면 우리 모두가 민주시민이 된다. 아무리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도 우리 국민, 함께 들어 주고 보 다듬어 주자. 화내기 전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와 관심의 말을 건네 보자. 지도자들은 이제 손에 쥐고 있는 기득권의 무기를 내려놓자.

우리 할머니, 엄마, 누나, 여동생이 손에 손을 잡고 강강술래를 부르며 이순신 장군과 해상 전투에서 적군과 싸웠던 아버지, 아들, 오빠, 동생을 위해 승전을 염원하며 의식을 치렀던 것처럼 함께 다시 손을 잡아보자. 강강술래의 다른 해석으로 추석 때 달을 보며 춤을 췄던 우리 조상들의 행사로 뿌리를 내렸다는 설도 있지만 상관없다.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가족과 이웃마을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행사 아니었나.

이 강강술래와 의병들의 구국정신, 태안반도 대기적을 만든 우리 국민들은 연민과 애민, 국난극복의 정신을 실천했던 민족의 자손이다. 이 정신들은 포용, 나눔, 배려, 참여의 민주정신이자 평화, 안전, 자유, 행복, 인간존엄의 헌법 정신이다.

이 정신으로 다시 일어나 세계평화와 자유, 안전, 행복을 위해 기여하는 선도 국가를 만들어 보자.

*필자 최연혁 교수는= 스웨덴 예테보리대의 정부의 질 연구소에서 부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스톡홀름 싱크탱크인 스칸디나비아 정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매년 알메랄렌 정치박람회에서 스톡홀름 포럼을 개최해 선진정치의 조건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그 결과를 널리 설파해 왔다. 한국외대 스웨덴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스웨덴으로 건너가 예테보리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런던정경대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이후 스웨덴 쇠데르턴대에서 18년간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버클리대 사회조사연구소 객원연구원, 하와이 동서연구소 초빙연구원, 남아공 스텔렌보쉬대와 에스토니아 타르투대, 폴란드 아담미키에비취대에서 객원교수로 일했다. 현재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 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저서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 '좋은 국가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민주주의의가 왜 좋을까' '알메달렌, 축제의 정치를 만나다' 등이 있다.

kimsh@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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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레임덕' 오나…민주당 상·하원 '싹쓸이' [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2026년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연방 상·하원 주도권을 모두 휩쓰는 '블루 웨이브(Blue Wave·민주당 대승의 파도)'를 일으켰다. 3일(현지시간) 밤, 아직 개표가 한창인 가운데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민주당의 상·하원 다수당 석권을 일제히 예측 보도했다. 민주당은 상원에서 이미 과반인 51석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하원에서도 과반(218석)을 무난히 넘기는 대승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전반기의 성적표 격인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승을 거둔 것은 그야말로 '트럼프 심판론'의 압도적 승리였다. 관세 정책과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물가가 미국인들의 표심을 결정적으로 돌려놓았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미국 미시시피주 코린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 신디 하이드스미스를 위해 지원유세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무대에서 내려오는 모습. [사진=로이터 뉴스핌] NBC, CNN, CBS 등 미 주요 방송사의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SSRS가 실시해 이날 발표한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5%가 "현재 미국 경제 상황이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유권자의 65%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경제를 더 악화시켰다"고 응답했으며, 62%는 고물가의 책임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있다고 지목했다. 유권자 10명 중 4명 이상인 43%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심판표를 던지기 위해 투표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는 상원 승패를 결정지을 핵심 경합주인 조지아, 오하이오, 미시간, 텍사스 4곳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 평가가 과반을 넘어서며 공화당 후보들에게 뼈아픈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핵심 유권자층의 이탈 징후도 포착됐다. 히스패닉(라틴계) 유권자 중 민주당 지지율은 2024년 39%에서 올해 43%로 반등했다. 이는 불법 이민자 단속 등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반이민 정책이 라틴계 표심의 반감을 사면서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밤 개표 상황을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간선거 결과를 수용할 의향이 분명히 있다(absolutely willing)"며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혀 일단 패배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란과의 전쟁이 공화당 선거 패배에 일조했다"고 입장을 밝히는 한편, 민주당이 "터무니없는(insane)" 법안을 내놓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Veto·비토)을 족족 행사하겠다고 강조하며 날을 세웠다. ◆ 입법 주도권 상실… 트럼프 '미스터 비토' 전략과 행정명령 우회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이 형성됨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남은 임기 2년 국정 운영 방식은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이 상당한 의석 차로 의회 주도권을 쥠에 따라 주요 국정 과제 관련 입법과 예산안 심의, 인사 청문회 등에서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단 하나의 법안도 통과시키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찌감치 스스로 '미스터 비토(Mr. Veto)'가 될 것임을 경고해 왔다. 그는 지난 1일 폭스뉴스를 통해 선공개된 뉴욕포스트 팟캐스트 인터뷰 예고편에서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 아마 내가 '미스터 비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민주당이 올린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다 보면 그들도 시간 낭비라는 것을 깨닫고 협상 테이블로 나올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선거 전부터 이미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배수진을 쳤음을 보여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6년 8월 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집무실에서 출생시민권 및 폴리실리콘 산업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행사에 참석한 모습이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그러나 거부권 행사만으로는 국가 예산안 타결이나 행정부 국정 운영을 지속할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입법권이 막힌 트럼프 대통령이 고유 권한인 행정명령(Executive Order)에 집착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린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백악관이 이미 몇 달 전부터 '여소야대' 정국에 대비해 비밀 대책 수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과 러셀 보트 예산관리국장(OMB) 등 핵심 참모진은 지난 4월부터 법률고문실과 협력해 이민 정책, 관세, 주택 비용 감축 등 의회 승인 없이 행정권한만으로 강행할 수 있는 조치들을 정밀 검토해 왔다. 하지만 행정명령 역시 예산 뒷받침이 없으면 효력이 제한적인 데다, 사법부의 가처분 신청 등에 가로막힐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 레임덕 회기 속 공화당의 '속전속결' 입법전  민주당이 새 의회의 의사봉을 쥐는 내년 1월 3일 전까지, 공화당이 상·하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는 남아있는 '레임덕 회기' 동안 양당 간의 치열한 입법 전쟁이 벌어질 전망이다. 선거 패배를 직감한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지도부는 레임덕 기간을 활용해 시급한 국정과제와 법안, 공직 인준안을 전격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과제는 당장 내달 11일 만료되는 연방정부 임시 예산안(CR)의 연장 및 2027 회계연도 정식 예산안 타결이다. 다만 상원 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무력화하려면 60표가 필요해, 민주당과의 타협이 필수적이다. 여의치 않을 경우 국방 예산 등 핵심 부처 안을 먼저 통과시킨 뒤 나머지 항목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는 차선책도 거론된다. 2027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처리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하원 안만 통과하고 상원 군사위원회 안은 계류 중이다. 이 역시 민주당의 필리버스터를 고려하면 협상이 필수적이다. NDAA에는 주한미군 규모 유지, 미 해군 함정 정비·건조 관련 한미 조선 협력 등 한국의 안보 및 통상 이해관계와 직접 결부된 사안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국내 산업계와 정부도 초유의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 가장 시급한 불은 연방정부 부채한도(현 41조 1,000억 달러) 상향이다. 한도 도달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를 늘리지 못할 경우 향후 2년 간 국정 수행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민주당은 이를 지렛대 삼아 복지 정책 확대를 요구할 태세다. ◆ 민주당의 대대적 청문회와 '트럼프 가족 비즈니스' 조준… 탄핵 국면 재현되나 상·하원 상임위원장 자리를 독식하게 된 민주당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실패와 각종 사법 리스크를 향해 대대적인 청문회 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의회 조사의 핵심 타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비즈니스다. 출구조사에서도 고물가에 이어 '부패와 사적 이익 추구'가 주요 불만 이슈로 지목된 만큼 민주당의 고강도 조사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지난 10월 26일(현지시간) 저속 셔터로 촬영한 미국 워싱턴DC의 연방 의회의사당. [사진=로이터 뉴스핌] 로이터의 지난 9월 말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은 집권 2기 들어 가상자산, 드론, 인공지능(AI), 예측시장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약 22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주당은 민간 기업의 경우 대통령 행정권 특권을 이유로 의회의 자료 제출 요구나 소환장 발급을 거부할 법적 명분이 없다는 점을 집중 공략할 방침이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개원 첫날부터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공언했다. 주요 조사 대상으로는 트럼프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파트너로 있는 '1789캐피털'이 투자한 희토류 스타트업 '벌칸 엘리먼츠'가 거론된다. 이 회사는 투자 불과 3개월 만에 국방부로부터 6억 2,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승인받아 특혜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중동 국유펀드와 사모펀드 거래를 이어간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의 이해충돌 의혹, 대선 기부의 대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석유 기업들, 카리브해 바하마 결혼식 비용의 러시아 올리가르히 대납 의혹 등도 파상공세 대상이다.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 1기 임기 당시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1·6 의사당 난입 사태' 때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하원 탄핵소추안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실제 대통령 파면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 하원에서는 과반(218석 이상) 찬성으로 탄핵안을 통과시킬 수 있지만, 상원 탄핵 재판에서 최종 유죄를 확정하려면 출석 의원의 3분의 2인 67석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탈환하더라도 의석은 51석을 조금 넘는 수준에 그쳐, 상당한 공화당 상원의원 이탈표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상원 문턱을 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트럼프 2기 정부는 남은 임기 동안 민주당의 파상적인 청문회 공격과 하원의 탄핵 시도, 이에 맞선 트럼프 대통령의 연쇄 거부권 행사와 행정명령 강행이 맞물리며 미국 국정이 극심한 대치와 경색 국면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wonjc6@newspim.com   2026-11-0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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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제2금융·증권사 등 보안 모두 뚫렸다 은행을 시작으로 증권사와 카드사 뿐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까지 해킹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금융사 보안 체계는 외부 공격과 내부 관리 부실 앞에서 허점을 드러냈고 사고를 사전에 탐지하거나 피해를 신속히 차단하는 대응 역량도 도마 위에 올랐다. 뉴스핌은 총 4편의 기획을 통해 업권별 사고 원인과 보안 실태를 규명하고 인공지능(AI) 기반 보안체계 구축과 망분리 규제 개선 및 실질적인 제도 개선 방안 등을 모색한다. [서울=뉴스핌] 김양섭·김가희 기자 = 국내 금융권이 한 달 넘게 이어진 연쇄 해킹에 업권을 가리지 않고 뚫렸다. 지난달 1일 신한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공개 이후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캐피탈사, 새마을금고중앙회로 번진 침해사고는 지난달 말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빗썸으로 이어졌고 한양증권에서도 유출이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4일 집계한 침해 금융사만 16곳, 유출 정보는 약 10만건이었다. 뚫린 곳은 대부분 핵심 뱅킹망이 아닌 외곽 시스템이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사고를 세 유형으로 나눴다. 본인확인 없이 대출신청 내역 등을 조회할 수 있던 정보조회 서비스, 기기 접근통제가 빠졌거나 웹 취약점이 있던 프라이빗뱅커(PB)·기업금융 담당자(RM) 등 직원 업무지원 서비스, 이미 알려진 취약점으로 악성코드가 심어져 고객정보가 담긴 로그파일이 빠져나간 홈페이지다. 금융당국이 금융회사 555곳의 자체 보안점검 결과를 공개한 지 2주 만에 증권·보험업권에서 추가 사고가 나오면서 체크리스트 방식 점검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모집인 조회서비스 뚫리자 고객 정보까지…신한 2만5729명·국민 2210명 유출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번 연쇄 해킹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 신한은행 사고는 모바일 홈페이지 'M신한'의 대출모집인용 조회 서비스에서 시작됐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는 서비스였다. 신한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공격자는 9월 28일 저녁부터 고객번호 등 입력값을 무작위로 바꿔 넣으며 조회를 반복했고 휴대전화 인증 우회도 시도했다. 8개국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를 바꿔가며 들어왔고, 은행은 15시간26분 뒤에야 이상을 알아챘다. 유출 고객은 2만5729명이다. 이름·전화번호와 연소득, 산출 대출한도 등이 빠져나갔고 주민등록번호 66건과 연계정보(CI) 97건도 포함됐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4일 은행 4곳과 예가람·웰컴저축은행, 현대캐피탈 등 7개사 사고 가운데 여러 곳에서 동일 공격자로 추정되는 IP가 발견됐고 인공지능(AI) 도구를 활용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비슷한 접근 시도를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는 유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은행은 대출모집인이 지정 태블릿에서 별도 인증서와 생체인증을 거쳐야 업무시스템에 들어갈 수 있고, 농협은행은 모집인에게 내부망 접속 권한이나 별도 업무시스템을 주지 않는다. KB국민은행은 직원용 모바일 업무지원 시스템 'RM 에이전트'와 'PB 에이전트'가 뚫렸다. 지난달 2일 고객 119명 유출을 밝혔다가 26일 재조사에서 고객 1631명과 임직원 460명을 추가로 확인해 피해가 2210명으로 늘었다. 하나은행은 영업지원시스템(ODS)에서 고객 89명의 주민등록번호·주소·직장명 등이 유출됐다. 최병호 고려대 휴먼인스파이어드AI연구원 교수는 이번 사고를 개별 회사가 아닌 금융권 전반의 구조적 취약점 문제로 봤다. 그는 "이번 사고는 본사가 아닌 외곽 조직이 털린 것이어서 망분리와는 관계가 없다"며 "외곽 조직은 업무 편리성이나 직원 복지, 매출 때문에 보안 등급을 의도적으로 낮춰온 곳"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인간 해커는 목표를 정해 오래 준비했지만 AI 에이전트는 수천 개가 금융권 전체를 실시간으로 훑다가 취약점을 찾으면 바로 공격한다"며 "관행처럼 해오던 부분을 AI 에이전트가 간파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AI 일러스트= 김가희 기자] ◆ 자체점검 '적정' 대신증권도 뚫려…협력사 연계서버서 3만8490명 유출 대신증권은 지난달 17일 투자일임 비대면 계좌개설 연계서버에서 비정상 접근을 포착했다. 고객 3만8490명의 이름·이메일·주소와 암호화된 계좌번호 등 8개 항목이 유출됐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대신증권은 당국의 12개 항목 자체점검에서 미흡사항이 없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뚫린 연계서버는 당시 점검 대상에 들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업무용 웹 시스템에 외부 IP가 비정상 접근해 일부 업무 정보가 유출됐다고 밝혔다. 고객정보 유출은 없었다고 했다. 한양증권도 지난달 29일 외부 그룹웨어에 대한 비정상 접근으로 고객정보 15건을 포함한 개인정보 31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주민등록번호가 포함된 건은 3건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운용업계는 개인 고객 정보를 직접 다루는 일이 적어 그동안 보안 투자 우선순위가 은행·증권·카드보다 낮았던 게 사실"이라며 "중소형사는 자체 보안 인력을 꾸리기 어려워 전산을 외주에 의존하는 곳이 많은데, 외주업체가 뚫리면 같이 피해를 입는 구조적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신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 사고가 알려진 뒤 점검 수위가 한 단계 더 올라갔다"며 "외부에 노출된 시스템을 전수 파악해 접근통제를 다시 확인하고 점검 범위를 외주·연계 구간까지 넓히고 있다"고 전했다. 빗썸은 사내 모바일 그룹웨어가 뚫려 고객 6444명과 임직원·협력사 직원 715명의 정보가 유출됐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고객 844명분은 암호화되지 않은 채 노출됐고 주민등록번호·신분증 사본 등이 포함됐다. 빗썸은 당국 자체점검 때 최신 보안패치 적용이 미흡하다고 보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사 가운데 처음 해킹 유출을 신고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달 25일 이상 징후를 발견했다. 홈페이지와 청약시스템 일부가 침해돼 이름·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 등 홈페이지 서비스 관련 정보가 빠져나갔다. 유출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10년 된 데이터베이스 쓰던 예가람 4만3246명 유출…웰컴·현대캐피탈은 닷새 뒤 인지 예가람저축은행에서는 고객 4만3246명의 정보가 유출됐다. 규모가 공개된 사례 가운데 가장 많고 상반기 말 거래자(16만2731명)의 4분의 1이 넘는다. 이 중 320명은 주민등록번호·계좌번호·거래내역 등 다른 항목까지 빠져나갔다. 해커는 9월 16일 고객정보 서버에 접근했지만 은행은 14일 뒤에야 이를 알아챘다. 국정감사에서는 침해 관련 시스템에 2016년 출시된 구버전 데이터베이스(DB) '레디스(Redis) 3.0.7'이 쓰였고 1년 전 공개된 취약점도 패치되지 않은 상태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예가람저축은행은 사고 당시 금융보안원 회원사도 아니었다. OK저축은행은 지난달 11일 대출신청 웹페이지, 15일 모바일 수신서비스 홈페이지가 잇따라 뚫려 고객 250명의 연소득·대출금액 등과 268명의 계좌번호·잔액 등이 유출됐다. 웰컴저축은행과 현대캐피탈은 9월 27일 공격을 받고도 닷새 뒤 금융보안원이 공유한 공격 IP로 접속 기록을 살피다 침해를 확인했다. 웰컴저축은행에서는 법인 인터넷뱅킹 아이디·대표자 이름 등 2370건(중복 포함)이 유출됐다. 현대캐피탈은 주택대출 모집인 조회페이지가 공격받아 모집인 146명의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됐다. 새마을금고중앙회 공제 홈페이지에서도 회원 400여명의 정보가 빠져나갔고, 중앙회는 약 60시간 뒤 금융보안원이 전달한 의심 IP를 분석하고서야 이를 알았다. 김명주 인공지능안전연구소(AISI) 소장은 최 교수와 달리 뚫리지 않은 회사도 있는 만큼 개별 회사의 문제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업마다 부가서비스로 했거나 보안을 등한시했던 부분이 계속 뚫리고 있다"며 "금융권도 보안을 비용으로 보기 때문에 사고가 안 나면 아까운 돈이다 보니 몇 년씩 사고가 없자 늘려야 할 투자를 계속 줄이다가 이번에 터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 정보보호 인력 비중은 수년째 10%를 밑돈다. 금융감독원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말 7개 업권의 정보기술(IT) 인력 2만7508명 가운데 정보보호 인력은 2654명(9.6%)으로, 은행(8.8%)과 증권(9.5%)은 평균에도 못 미쳤다. ◆ 555곳 중 130곳 '미흡'…패치·인증·관제 기본 항목서 구멍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14일 공개한 긴급 자체점검에서 금융회사 555곳 가운데 130곳(23.4%)이 보안패치 미적용, 기술지원이 끝난 노후 시스템 관리 미흡, 24시간 보안관제 미구축, 대외시스템 인증·인가 누락, 다중인증(MFA) 미도입 등 미흡사항을 보고했다. 나머지 425곳은 '적정'으로 보고했다. 신진창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달 14일 "수 차례에 걸쳐 전수점검과 관리 강화를 주문했음에도 금융회사에서 기본적인 부분이 잘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발견된 것은 매우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권의 이행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고 전부터 기본 보안 통제 보완과 외부 접점 악용 주의 등을 전파했고, 긴급 체크리스트 점검 때 필수적인 경우를 빼고 외부 접근을 원칙적으로 차단하도록 했지만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전날 임원회의에서 "사고 회사가 유의사항과 자체점검을 제대로 이행했는지 살피고, 종합금융투자사업자·보험사 등 대형 금융회사도 은행권과 같이 CEO 등 경영진 책임까지 엄중하게 물으라"고 지시했다. 대부업·가상자산업·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 전자금융거래법 미적용사를 포함한 전 금융권의 외부 접점을 전수 점검하고, 형식적 점검에 그친 곳은 엄중 조치하라고도 했다. 오는 5일에는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5대 시중은행장·금융협회장 등과 간담회를 열고 AI 해킹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최 교수는 미국·유럽처럼 외부 공격을 가정해 취약점을 찾는 '레드팀' 점검을 상시화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은 체크리스트로 점검하거나 자기 보고에 의존해 보고할 때는 문제가 없다고 했을 것"이라며 "정부가 보안 품질을 평가하거나 보안 성과를 공시해 주가에 반영되도록 하면 기업이 돈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보안을 투자로 보는 인식과 CEO가 책임지는 구조를 개선 과제로 꼽았다. 그는 "지금은 CEO가 아니라 개인정보·정보보호 담당자가 책임을 지고, 사고가 나면 그 사람을 잘라버리면 끝"이라며 "갈수록 AI를 쓴 공격이 늘어날 텐데 이전 보안 시스템으로는 막을 수 없는 만큼 은행도 AI 시스템을 갖춰 미리 방어에 신경 써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금융위원회] ssup825@newspim.com 2026-11-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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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이 내용에 포함된 데이터와 의견은 뉴스핌 AI가 분석한 결과입니다. 정보 제공 목적으로만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 매매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 및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주식 투자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으므로, 투자 전 충분한 조사와 전문가 상담을 권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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