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KT·하이트진로 앞서 시위 진행
법원 유죄 판결에도 시위 지속돼 대처 어려워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기업체 인근에서 계속되는 도로 점거와 마이크 시위에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 소재지 곳곳에서 여전히 천막 시위와 마이크 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체 인근에서 현수막과 천막을 걸고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독자제공] |
서울 서초구 양재IC 현대자동차그룹 인근에서는 직장인 출퇴근 시간에 맞춰 운동가요가 흘러 나오고 있다. 도로에는 기업을 비판하는 현수막 수십 개가 걸려 있으며 보행도로를 막은 천막 내에는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휴대용 가스버너 등이 사용되고 있다.
자신이 고용됐던 판매 대리점 대표와 불화로 판매용역계약이 해지된 A씨의 사례다. A씨는 고용관계가 없는 기아 본사 앞에 복직을 요구하고 시위를 이어어고 있는 것이다.
인근 도로에는 '기아는 내부고발자 A씨를 즉각 복직시켜라' 등의 현수막이 게재돼 있다. 하지만 A씨는 기아와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아니다.
기아는 A씨를 상대로 과대소음과 명예훼손 문구 금지 등 가처분 소송과 민사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했고 형사소송 1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
하지만 A씨는 지속적으로 시위를 하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스핌] 정승원 기자 = 2023.0기업체 인근에서 현수막과 천막을 걸고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 독자제공]4.10 origin@newspim.com |
서울 서초구 하이트진로 앞에서도 10여 년간 현수막과 트럭을 이용한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로부터 부당영업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생수업체 대표 B씨는 하이트진로 빌딩 앞에 1.5톤 포터 트럭을 주차하고 숙식을 해결하며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B씨는 확성기를 사용해 하이트진로를 비난하고 '하이트진로의 범죄 행위'라고 게재된 현수막을 곳곳에 설치했다. B씨는 하이트진로가 제기한 형사소송에서 명예훼손으로 유죄가 인정되기도 했다.
B씨가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일부 승소 판결이 이뤄져 하이트진로 측이 손해 배상금 지급 의사를 밝혔지만 B씨는 이를 거부하고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도 C씨가 수년간 현수막을 게시하고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C씨는 지난 2010년 쇠사슬을 들고 상급자를 폭행해 회사에서 해고됐다.
C씨는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10여 차례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과 각급법원에서 모두 패소했다. 시위 명분을 잃었어도 C씨는 여전히 KT 사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집회를 위해 도로에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각종 시위 물품을 적치하는 일도 일어나고 있다.
관계 법령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 허가 없이 인도나 차도에 설치한 천막은 모두 불법이다. 도로법 제75조와제61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정당한 사유 없이 도로에 장애물을 쌓아두거나 도로의 구조나 교통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되며 도로관리청의 허가 없이 도로를 점용해서도 안 된다.
천막을 설치해 도로를 점유하고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도로법 위반인 셈이다.
현대차그룹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A씨는 보행로를 가로막은 채 대형 천막을 설치하고, 주간 시간대 거주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천막 내의 취사도구와 난방도구 등도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지만 관할 지자체의 불법 천막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초구청이 불법 설치된 A씨의 텐트를 철거하자 A씨는 서초구청 1층 로비를 무단 점거하고 고성을 동반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A씨는 행정기관의 제재에도 다시 천막을 길 위에 게재하고 시위를 지속하고 있으며, 서초구청 역시 A씨의 행태가 계속될 것을 우려해 강제 철거는 못 하고 있는 상황이다.
KT 사옥 인근에 농성장이 설치돼 있다. [사진= 독자제공] |
서울 종로구 KT 사옥 앞에서는 폭행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과다 채권을 매입하다 2009년 거액의 빚을 지고 폐업한 전 대리점주 D씨는 KT에 피해액 보상을 요구하며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종로구청에서 천막의 철거를 요구하자 D씨는 종로구청 관계자를 폭행하고 칼을 든 채 80m를 쫓아가며 위협해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일반 시민과 기업을 볼모로 한 불법적인 행위와 불법 시위 시설을 근절해야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는 성숙한 시위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다"며 "이제는 시위 목적뿐만 아니라 시위의 수단과 방법도 법과 원칙, 상식을 지키는 문화가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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