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밑까지 차오른 신용융자 20.4조원
한국투자, 신규매수·예탁증권담보 일시 중단
금감원‧증권사 "한도 관리 위해 모니터링"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개인투자자들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20조원을 넘어서면서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등이 신용융자 대출 비중을 제한하거나 서비스를 일시 중단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빚투가 늘어나면서 다른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도 막힐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신용융자 중단 사례를 막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서울=뉴스핌] 유명환 기자 = 2023.04.25 ymh7536@newspim.com |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의 신용융자잔고 규모는 총 20조4000억원으로 연초보다 3조9000억원 늘었다. 이 같은 증가 규모는 같은 기간 개인이 코스닥에서 순매수한 금액(6조1278억원)의 4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신용융자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해당 주식을 담보로 맡기는 제도다. 주식의 담보 가치가 빌린 돈의 일정 비율(통상 140%) 이하로 떨어지면 증권사가 원금 회수를 위해 주식을 강제로 처분할 수 있다.
지난해 말 7조 7609억원이던 코스닥 시장 신용거래융자는 21일 기준 10조461억원을 기록, 1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코스피의 신용융자잔액(9조8245억원)보다도 큰 수준인데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코스피를 넘어선 것은 2020년 11월 17일 이후 2년여 만이다.
늘어나는 신용거래에 증권사들이 신규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1일부터 신용융자 신규매수와 주식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채권 등 예탁증권담보 신규대출을 일시 중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당사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업무가 일시 중단됐다"며 공지했다. 이번 조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이다.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신용공여를 할 경우 신용공여의 총 합계액이 자기자본을 초과해선 안 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최근 증시가 괜찮다보니 거래대금도 늘고, 신용거래도 많이 늘었다"라며 "공여한도가 차기 전에 관리차원에서 일시중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움증권도 신용융자 대용 비율 조정에 들어갔다.
보증금률에 따라 40~55%였던 대용비율은 30~45%로, 현금비율은 5%에서 15%로 올렸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가 차지 않게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비중 조정에 나선 것"이라며 "신용융자 등을 중단하면 고객들이 필요할 때 적시에 사용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이를 위해 조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올해 1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개인투자자들의 기대심리를 자극하면서 신용대출이 급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고, 기준금리 인하도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증시가 주춤하는 모습이지만 빚투는 줄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개인들의 빚투가 늘어나면서 다른 증권사들의 신용융자를 중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신용융자 중단 사태를 막기위해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감독원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빚투가 과열 양상으로 가는지 주시하고 있다"며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2분기 중에 신용거래융자 등에 관한 개선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14개 증권사, 금융투자협회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신용융자 이자율, 투자자 예탁금 이용료율, 대차거래 수수료 체계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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